알려진 대로 캐나다는 54개 국가로 이루어진 영연방(Commonwealth of Nations) 국가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 국가들 중에서 영국의 여왕을 국가의 (상징적인) 대표로 삼는 16개의 Commonwealth Realm 중의 하나이다(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물론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에 살고 있으니 각각의 나라에 여왕을 대표하는 사람을 두고 있다. 한국의 역사를 고려하면 그리 어감이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총독'이라고 번역될 만한 General Governor가 바로 그 사람들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여왕과 General Governor은 상징적인 대표일 뿐 정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나 General Governor은 캐나다 총리(Prime Minister)의 추천으로 임명되며 주로 선거 후 내각이 구성되면 각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전달한다던가, 이런저런 상을 전달한다던가, 어디 가서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뭐 한마디로 있으나 없으나 크게 상관이 없는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캐나다 서부에서 살 때는 영연방이라는 흔적 자체가 희미하여 왜 있나 싶었다(심지어 현지인들도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온타리오로 이사를 오고 나서 보니 이곳은 역사 자체가 영국 식민지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곳곳에 이런저런 흔적을 찾을 수가 있었다.
멀리도 아니고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 19세기 초 미국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시설들이 있을 정도이다. 또한 우리 동네 옆에 위치한 동네의 이름이 Loyalist(*) Township인데 여름이면 동네 곳곳에 영국 국기(유니온잭)를 매달아 놓는다.
(*) Loyalist: 미국 독립 전후로 영국의 왕실을 지지하여 캐나다로 넘어온 사람들을 말함
하루는 그 동네를 지나가는데 길거리에 매달려 있는 영국 국기가 평소에 알고 있던 것과 약간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 가서 찾아보니 특이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동네에서 본 유니온잭은 위 사진의 왼쪽이었다. 뭔가 다른가 찾아보니 내가 본 것은 1606년에서 1800년 사이에 사용된 유니온잭이었다. 한편 현재 사용되고 있는 오른쪽 유니온잭은 1801년 영국(Great Britain)과 아일랜드와 합병된 이후 사용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Loyalist들이 미국을 떠나 온 것이 1700년대 중후반이니 당시 그들이 들고 온 유니온잭은 왼쪽의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까지도 역사적인 이유에서 Loyalist Flag는 왼쪽의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오늘 또한 서론이 길었다.
어쨌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 일요일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을 위하여 영국 사람들에게 담화를 하였다. 비록 캐나다에서는 얼굴 마담이긴 하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폐나 동전에도 얼굴을 나타내고 있듯 캐나다 방송에서도 여왕의 담화가 방송되었다. 일요일 오후 3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방송이 된 것으로 봐서 왠지 영국과 동시에 방송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여왕이 매년 연말에 하는 크리스마스 담화 이외에 국민들을 상대로 담화나 연설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한다. 이번 담화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총 4번의 담화를 했을 뿐이라고 한다. 1991년 걸프전,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망, 2002년 본인의 어머니 사망, 2012년 즉위 60주년 담화가 그것이다. 그녀가 1952년 즉위를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담화는 정말 극히 드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담화 자체가 영국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우리와는 그리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 희귀한 일이라고 하니 한 번 들어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Transcript
I’m speaking to you at what I know is an increasingly challenging time, a time of disruption in the life of our country, a disruption that has brought grief to some, financial difficulties to many, and enormous changes to the daily lives of us all. I want to thank everyone on the NHS frontline, as well as care workers and those carrying out essential roles who selflessly continue their day-to-day duties outside the home in support of us all. I’m sure the nation will join me in assuring you that what you do is appreciated, and every hour of your hard work brings us closer to a return to more normal times. I also want to thank those of you who are staying at home, thereby helping to protect the vulnerable, and sparing many families the pain already felt by those who have lost loved ones.
Together we are tackling this disease, and I want to reassure you that if we remain united and resolute, then we will overcome it. I hope in the years to come everyone will be able to take pride in how they responded to this challenge, and those who come after us will say the Britons of this generation were as strong as any, that the attributes of self-discipline, of quiet, good-humored resolve, and of fellow feeling still characterize this country. The pride in who we are is not a part of our past, it defines our present and our future.
The moments when the United Kingdom has come together to applaud its care and essential workers will be remembered as an expression of our national spirit, and its symbol will be the rainbows drawn by children. Across the Commonwealth and around the world, we have seen heartwarming stories of people coming together to help others, be it through delivering food parcels and medicines, checking on neighbors, or converting businesses to help the relief effort. And though self-isolating may at times be hard, many people of all faiths and of none are discovering that it presents an opportunity to slow down, pause and reflect in prayer or meditation.
It reminds me of the very first broadcast I made in 1940, helped by my sister. We as children spoke from here at Windsor to children who had been evacuated from their homes and sent away for their own safety. Today, once again, many will feel a painful sense of separation from their loved ones, but now as then, we know deep down that it is the right thing to do. While we have faced challenges before, this one is different. This time we join with all nations across the globe in a common endeavor. Using the great advances of science and our instinctive compassion to heal, we will succeed, and that success will belong to every one of us. We should take comfort that while we may have more still to endure, better days will return. We will be with our friends again. We will be with our families again. We will meet again. But for now, I send my thanks and warmest good wishes to you all.
끝으로 이 담화 내용이 뉴스에 나올 때 '여왕이 We will meet again이라고 말했다'라고 소개되었다. 당시 뉴스를 보면서 그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다른 팟캐스트를 듣다 보니 이것이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유행했던 노래의 가사라고 한다. 영국 쪽에서는 여왕의 담화 이후 이 노래가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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