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온타리오에서는 봄 방학(March Break)이 시작된 3월 16일부터 모든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문을 닫아서 지금까지 거의 한 달 동안 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다른 주에서는 벌써 이번 학기는 끝났고 9월에나 학교를 연다고 말했다던데 여기는 아직까지 최소 4월 말까지 문을 닫고 그때 가서 상황을 보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본다면 이대로 학교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 온타리오에서는 보통 초등학교가 만 4세인 Junior Kindergaren부터 8학년까지, 고등학교가 9~12학년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중학교는 따로 없다. 그래서 초등학교의 하굣길에 가보면 가끔씩 바지에 오줌을 싸는 만 4세 아이들서부터 얼핏 보기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만 13세 8학년 학생들까지 동시에 집에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첫째 아이가 아직은 3학년이라 학교를 빠지더라도 엄청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다면 내심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는 것이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지난주부터 지역 교육청 별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하여 문장 쓰기도 조금 하고, 수학도 조금 하고, 책도 조금 읽는 식이다. 하루에 해야 하는 분량이 많아야 30분 정도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괜찮아지겠지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 학교를 안 가는 기간 중에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첫째는 한글 읽기. 첫째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만 3살 때 캐나다로 왔기 때문에 한국말은 꽤 잘하는 편이다. 물론 계속 캐나다에서만 있다 보니 어휘가 부족함을 느끼지만 적어도 한국말을 할 때 혀가 꼬부러지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한글 읽기는 그동안 이룩해내지 못했다. 이민 초반에는 영어를 배우는 것도 바쁠 텐데 한글은 천천히 알려주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는 아이가 은근히 바빠서(한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이제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시간이 많아져서 한글을 매일 조금씩 읽고 쓰게 시켰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한글이 읽기에는 그리 힘든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새 간단한 단어들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중모음이나 받힘이 있는 단어들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이것이 어디냐 싶었다.

 

둘째는 구구단 외우기. 내가 보기에 캐나다에서 가르치는 수학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이상하다. 첫째 아이가 아주 가끔씩 받아오는 숙제를 봐주다 보면 이것들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한 번은 나누기를 하는데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그림이 있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유튜브를 찾아보고 나서야 문제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나누기를 하려면 개구리가 뛰어야 한다. 아이가 받아 온 숙제는 뭔가 더 복잡해서 도대체 문제를 이해할 수 없었다(출처: https://www.3plearning.com/blog/multiplicationdivisionmodels/)

 

한국에서는 몇 살 때 구구단을 외우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적어도 3학년들은 곱셈과 나누기를 하기 위해서는 개구리가 뛰어다녀야 하고 사탕을 봉지에 나눠 담아야 한다. 물론 곳곳에 '구몬'들이 있고 장사가 잘되는 것을 보면 각자 알아서 시키긴 할 것이다. 

 

우리 부부가 계속 한국에 살았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공부는 잘하면 좋긴 한데 못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그렇게 공부하면 결국 회사원이 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공부를 안 하더라도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참 많이 있다. 그렇다면 뭐 굳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하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내가 같이 일했던 아저씨 중에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있다.

 

그 아저씨의 딸이 퀸즈대학교(Queen's University, 그래도 캐나다에서는 괜찮은 편에 속하는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다고 들었다. 졸업이 가까워져서 어떻게 되었나 싶었는데 그곳을 졸업하고 자신은 사실 동물이 좋다며 수의사 보조(Veterinary Assistant)를 공부하고자 College(한국에서는 전문대)에 들어갔다고 하였다. 아저씨는 그동안 들인 학비가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있느냐고 하였다(이 아저씨는 캐나다 사람 치고 특이하게 딸의 등록금을 내주었다).

 

나나 와이프나 이렇게 공부도 좋지만 기술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은근히 공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안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학교를 가지 않으니 코스트코에서 파는 수학 문제집을 사다가 매일 조금씩 풀게 하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아무리 그래도 적어도 구구단은 외우게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구구단을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구구단과 한글 공부 이외에 마침 학교에서 시작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으니 하루에 1~2시간 정도 공부를 하게 되었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래는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캡처해 보았다. 시간이 지나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선생님이 구글 클래스룸에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요일별로 할 내용을 적어놓았다. 때때로 작성한 것을 제출하기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제출해야 하는 것이 많지는 않다. 그 슬라이드 이외에는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알아서 학습하는 방법이다. 수학은 Khan Academy라는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고 글을 읽는 것은 Raz-Kids나 Epic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 클래스룸 화면

 

 

선생님이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요일별로 할 것을 적어 놓았다

 

추가적으로 Khan Academy에서 숙제를 하게 하였다. 단점은 학생들이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 불가능하다는 것.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 적합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pic에 접속해서 책을 읽고 답을 해야하는 것도 있었다

 

 

나는 Epic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는데 도서관을 가기도 힘든 요즘 아주 괜찮은 사이트가 아닌가 싶다

 

 

끝으로 나는 Epic이라는 앱이나 웹사이트를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꽤나 괜찮은 것 같다. 비록 만화책이 많지만 그래도 도서관도 가지 못하니 잘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원래는 유료이나 학교 선생님이 계정을 만들면 6월 30일까지 무료인 라고 한다. 개인도 30일까지는 무료라고 하니 집에서 할 일이 없어 괴로워하는 자녀들이 있다면 아래에 접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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