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어느새 캐나다로 이민을 온 지 5년 6개월이 다되어 간다. 그동안 한국에 두 번 다녀오기는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특별히 한국에 가고 싶거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한국을 떠나 올 때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들로 정말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음식 때문이라도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나는 뭐 평소에 김치도 잘 안 먹으니 특별히 음식이 그립지도 않다(여수에서 먹었던 장어탕과 회사 급식으로 나왔던 치킨아라킹, 잡탕밥은 가끔 생각이 나긴 한다).

 

아무튼 그랬는데 요 몇 주 사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모든 문제의 근원은 이 놈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미국보다야 낫긴 하지만 캐나다도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연일 확진자 수가 천오백 명을 웃돌고 있다. 캐나다 인구는 약 3,800만 명인데 지금까지 확진자 수는 36,818명에 달한다 (2020년 4월 20일 기준). 내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는 인구가 약 1,500만 명인데 현재까지 확진자 수는 11,181명에 매일 500명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뉴스나 정부에서는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확진자가 많아서야 봉쇄(Lockdown)가 언제 끝날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어도 미국처럼 봉쇄를 풀라고 시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살고 계신 분들은 잘 체감이 안되시겠지만 이 'Lockdown'라는 것은 꽤나 힘들다. 우선 장보는 것 자체가 고되다. 이제 슈퍼에 물건이 많이 떨어지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입장과 동선을 제한하기 때문에 한 번 장 보러 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장을 보지만 그때마다 일주일 치 장을 봐야 하니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게 된다. 

 

그리고 슈퍼를 제외하고는 열린 곳이 별로 없다. 공원은 물론이고 음식점(픽업, 배달만 가능), 하드웨어 스토어(픽업만 가능), 미장원 등 대부분의 가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무척 불편하다. 특히나 Lockdown이 한 달을 넘어가니 이제 사람들의 머리 자르는 것과 강아지들의 털을 깎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다들 어떻게 어떻게 집에서 자르고 있는데 나 또한 스스로 조금 다듬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지난 주말에 와이프가 잘라 주었다.

 

마침 와이프는 한국을 떠나기 전 한 달 정도 머리 자르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막상 캐나다에 와서 보니 머리 자르는 것이 그리 비싸지도 않고 집에서 머리를 깎으면 치우는 것도 일이라 어느 순간 가위를 내려놓았다(사실은 잘라 줄 때마다 내가 불평이 많아서 가위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그때 배운 와이프의 실력이 이번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점점 거지꼴이 되어 가는 내 머리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감사하게 머리를 내어주었다. 

 

이외에도 경제가 잘 돌아가지는 않으니 벌어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압박도 심하다. 우리 회사에서도 약 25% 정도의 감원(Layoff)이 있었는데 다행히 나는 피해 갈 수 있었다. 한 주 한 주 일을 찾아내는 것이 요즘의 일이면서 스트레스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얼마 전 장모님 생신 때 가족들끼리 뷔페에 갔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첫째는 아직도 음식점들이 열려있는 것이 놀라웠고, 둘째로 음식점도 보통 음식점이 아닌 뷔페라는 사실에 놀랐다. 오늘 라디오에서는 외신 기자가 한국의 상황을 설명해 주는데 '심지어 평일'에도 식당이나 술집들에 사람이 꽉 차있다며 놀라워했다.

 

비록 내가 주로 보거나 듣는 언론은 캐나다의 CBC와 미국의 뉴욕타임즈뿐이지만 한국의 사례가 이렇게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점점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연히) 외국 언론에서는 절대 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를 잘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주 가끔씩 대만 사례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한국 이외에는 특별히 잘했다고 소개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유럽, 미국, 캐나다 모두 도시들을 봉쇄(Lockdown)하고도 이렇게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는데 비해 한국은 모든 것이 열려있는 상태에서도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는 한국이 매우 자랑스러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을 칭찬하는 외신은 많겠지만 다음 기사는 흥미롭다. 지난주에는 프랑스에서 어떻게 코로나 대처에 실패했는지 이야기했고 이번 주에는 어떻게 한국이 코로나 대처에 성공했는지 나온다(한국 기사는 아직 동영상 뉴스가 방송되지 않았다. 나중에 업로드되면 링크를 업데이트해야겠다).

 

(2020.5.3 CBC 동영상 링크를 업데이트 하였다. 한국에서는 많이 나왔을 화면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신천지 영상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보는 동안 약간 부끄러웠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요즘 한국이 참 부러우면서 한 번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사실 이번 여름에 갈 예정으로 비행기 표까지 구매했으나 이번 사태로 취소하여서 더 아쉽다).

 

 

 

CBC: How France found itself in the middle of a coronavirus catastrophe (2020.4.12)

 

 

 

 

CBC: How South Korea managed to flatten the COVID-19 curve (20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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