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평범했던 지난날들이 너무 오래전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바로 얼마 전에 끝난 지난겨울이 한참 오래 전의 일과 같이 느껴지고 있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지난겨울은 예년에 비해서 유난히 따뜻한 편이었다. 예년에는 그래도 눈을 치우느라 꽤나 고생을 했는데 지난번 겨울에는 힘들게 눈을 치울 만큼 고생했던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끔씩은 이렇게 따뜻한 겨울도 있어야지...

 

 

캐나다에서도 정말 추운 편에 속하는 지역에서 살다가 온타리오로 이사 와서 든 생각은 이 정도 겨울이라면 할 만하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살았던 사스카추완의 리자이나나 알버타의 에드먼튼은 정말 오지게도 추웠다. 온타리오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여기 차들에는 겨울철에 자동차 엔진을 미리 덥혀 주는 블록히터(Block Heater)가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알버타나 사스카추완에서는 겨울철이면 블록히터를 꽂아 놓는 광경이 아주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공용 주차장에도 주차하는 자리마다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동네마다 이렇게도 다르다니!

 

캐나다는 정말 큰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추운 곳에 있다가 이곳에 와서 보니,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도 많이 없고, 겨울이 저쪽보다는 한 달 정도 짧아서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과거는 잊어버리고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하여 스마트폰 날씨 앱에는 내가 지금 사는 곳과 옛날에 살던 곳들을 함께 저장하여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아무튼 캐나다에서도 따뜻한 편에 속하는 곳에서 유난히 따뜻한 겨울을 맞이한 나는, 2월인가 라디오에서 이번 겨울은 길고 봄이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뭔 소리인가 싶었다. 이미 봄이 오고 있는 것 같은데 겨울이 길 것이라니? 그래서 그냥 한 귀로 흘려버리고는 본격적인 코로나 사태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살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 라디오에서 나온 말처럼 4월 중순이 지나고 5월도 다되어 가는데 날씨가 쉽사리 따뜻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요즘의 평년 기온은 최고 15도에서 최저 5도라는데 이번 주 내내 최고 10도를 넘어가는 날도 드물었고 최저 기온은 영하 1~2도를 밑돌았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 말이 날씨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오늘은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지고 말았다.

 

이것은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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