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 Down에서 살아 가는 방법

나름대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비하여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었다. 머리가 거지꼴이 되기 전까지는.

 

캐나다에서는 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한 3월 11일에서야 연방 정부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전 날에는 온타리오 수상(Premier)이 다음 주 봄 방학 기간에는 걱정 말고 여행을 다녀오라고 했을 정도이다. 평상시의 나라면 그저 낙관적으로, 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법도 하지만 당시에 들은 팟캐스트들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곧 이곳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주에 일 하는 시간을 쪼개 토론토 한국 슈퍼에 가서 400~500불어치의 장을 봐왔다. 그리고 애드빌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코스트코에 가서 어린이용 타이레놀을 구입했다. 마침 라이솔(멸균 물티슈)은 팬데믹이 선언되기 전에 코스트코에서 세일을 하길래 사놓았다. 물티슈는 코스트코에서 지난 세일 때 다음 세일이 있을 때까지 사용하기 위해서 10박스 이상 사놓았었다(코스트코 세일 주기는 링크 참조). 

 

마스크는 놀랍게도 6~7년 전 한국에서 황사 때 쓰려고 사놓은 KF80 마스크가 여기까지 따라와서 20~30개 정도 남아있었고 일할 때 쓰려고 받아 둔 N95 마스크도 20여 개가 있었다(여기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 양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조금의 낙관이 남아있었는지 혹시나 주말과 봄 방학을 이용하여 어디를 갈 수 있지도 않을까 해서 3월 14일로 예약되어 있던 미장원을 그다음 주로 미루었다.

 

겨우 한 주 미루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거지 꼴이 될지는 몰랐다.

 

지금은 뭐 3월 14일로부터도 벌써 두 달이나 지나서 그때 머리를 잘랐든지 자르지 않았든지 거지꼴이 되었겠지만 머리 자른 지 2개월 된 거지 꼴과 3.5개월 된 거지 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주 정부에서 약간씩 규제를 풀고 있어서 혹시나 미장원도 곧 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엊그제 발표된 1차 완화 목록에 미장원이 빠지고 말았다. 그 때문이었는지 머리 뒤에서 자라고 있는 갈퀴가 한 층 더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오후 Lock Down(봉쇄) 이후 두 번째로 와이프에게 머리를 맡겼다. 이번에는 차고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애들 세 명이 뛰어다니는 상황에서 그들을 담당해야 할 어른 두 명이 태평하게 머리나 자르고 있다면 그 혼란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한국에서 공수해 온 이발 가위가 (이것도 오는데 3주 이상 걸렸다) 너무 거지 같아서 머리가 잘 잘리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다 말고 내가 일어나서 차고 벽에 걸려있던 줄(Pile)로 날을 갈아야 할 정도였다. 

 

게다가 갑자기 막내 녀석이 밖으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미용 가운을 입은 채로 밖으로 뛰어 나갔는데 하필이면 평소에는 별로 집 밖으로는 나오지도 않는 옆집 사람들이 밖에 나와 있어서 민망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머리를 자를 수 있었고 이렇게 2주 정도는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이 주 후에는 미장원이 열릴 수 있으려나?

 

 

귀염둥이 녀석은 그저 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