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몇 년 전 온타리오로 처음 이사 와서 보니 온타리오 주 정부에서 사용하는 로고가 내가 나온 군부대 마크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왠지 친근하면서도 촌스럽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자대에 배치받은 이후 지금까지 이 사단 마크가 정말 촌스럽다는 생각을 떨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35사단의 마크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다 잊어버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온타리오주의 로고는 주를 대표하는 꽃인 White Trillium를 나타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35사단 마크(-45도 기울임)와 온타리오 주 정부 로고. 2006년 만들어진 지난 로고는 남자 3명이 핫풀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

 

 

White Trillium은 백합과의 꽃으로 세 개로 갈라진 잎모양이 특징이라고 한다. 정부 로고에도 사용될 정도이면 분명 여기저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온타리오에서 살게 된 지도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까지도 직접 그 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내게는 운전면허증, 헬스카드, 정부 서류 등을 통해서 매일같이 보면서도 실물을 볼 수 없는 전설 속의 '용'과도 같은 꽃이었다. 

 

운전면허만 봐도 곳곳에 이 꽃의 그림이 있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오늘(5월 18일)이 빅토리아 데이(Vitoria Day)로 휴일이었다. 휴일을 맞이하였지만 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거의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의 자연보호 구역(Conservation Area)에 가보기로 했다. 최근에 이 구역들은 다시 개방이 되었고 일을 하러 가면서 무수히 많이 지났으면서도 정작 가 본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로 5~6분 달리면 닿을 거리였지만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이 정도 운전을 한 것이다. 기분이 새로웠다. 애들도 오랜만에 집을 떠나니 신이 났나 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이 나서 숲 속을 뛰어갔다. 

 

꾸러기 녀석들

 

 

그런데 숲 속을 조금 들어가자마자 땅에 하얀색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꽃이 예뻐서 이것이 무슨 꽃일까 궁금했다. 혹시 Trillium이 아닐까 했는데 딸이 Trillium이 맞는 것 같다며(딸은 이 꽃을 이미 본 적이 있다) 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찾아보니 바로 이것이 White Trillium이었다.

 

이럴 수가! 정말 흔한 꽃이 맞는가 보다!

 

 

조금 더 길을 가다 보니 언덕에 무수히 많이도 피어있었다.

 

언덕 위로 보이는 하얀색 꽃들이 보두 White Trillium이었다.

 

처음으로 White Trillium도 보고 아이들도 신이 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산책로를 약 30분이 지난 시점 갑자기 둘째 녀석이 응가가 마렵다고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엉덩이를 붙잡고 걷는 녀석을 보니 이것은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때가 산책로의 절반을 조금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도저히 차까지 뛰어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다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

 

그나마 와이프의 선견지명으로 물티슈를 챙겨 온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내다보지 못하고 비닐봉지를 챙겨 오지 못한 것은 나의 실수였다. 돌아오는 길 내내 X 묻은 물티슈를 들고 와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산책로를 약 4/5 정도 지난 시점에 정말 뜬금없이 숲 속에 버려진 차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른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래된 GM 차가 맞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래서 자동차 마크라도 볼 수 있을지 알았으나 그런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눈썰미가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생각되었다.

 

 

버려진 지 정말 오래된 것이 분명했다. 자동차 아래에 있는 나무가 자동차를 피해 자라났는데 그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자랐다. 아무리 못해도 30~40년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아래 사진을 보니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짝에 총을 맞은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중에 하나는 산탄총 자국인 것 같다.

 

과연 차가 버려지기 전에 총을 맞았을까 아니면 총에 맞고 나서 버려졌을까?

 

 

 

1시간 30분 정도의 짧은 나들이었지만 3가지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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