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무 데도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똑같은 길을 산책하고 있다. 산책이라고 하지만 그저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인데, 약 10분 정도 걸린다. 주로 내가 막내를 담당하기 때문에 그녀의 유흥을 위해서 대부분 '위글즈'의 노래를 무한 반복하면서 걷는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위글즈가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룹이므로).
오스트레일리아나 캐나다나 모두 영연방 국가인데 왜 영어의 발음이 캐나다는 미국 영어에 가깝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England) 영어에 가까운 것일까(물론 전문가들은 영국 영어와 오스트레일리아 영어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서 우선 북미 영어와 영국 영어의 발음이 왜 달라지게 되었는지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로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발음이 현재 영국 영어보다 더 오래된 영어 발음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가장 큰 차이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바로 미국에서는 R 발음을 하고(Rhoticity) 영국에서는 R 발음을 하지 않는다는 것(Non-Rhoticity)이다(i.e. 미국에서는 Car를 '카알', 영국에서는 '카아'라고 발음). 재미있는 사실은 16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영국 사람들도 대부분의 R 발음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영국 상류층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계층과 차별화를 하려고(즉, 있어 보이려고) R 발음을 하지 않는 것이 번지게 되었다.
하지만 17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직까지 Non-Rhoticity가 전파되지 않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그 사람들이 사용하던 영어가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물론 현지화, 다른 유럽 사람들과의 접촉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이것은 마치 퀘벡 사람들이 사용하는 불어가 프랑스 사람들이 듣기에는 500년 전의 불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캐나다에 오기 전에 보았던 '비정상 회담'에서 퀘벡 출신인 기욤 패트리의 불어를 프랑스 사람과 벨기에 사람이 놀리는 것을 보았다).
한편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 영국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캐나다로 많이 넘어왔으니 자연스럽게 미국 영어와 캐나다 영어가 비슷해진 것으로 생각된다(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Canadian_English#History). 그에 반해 영국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788년부터라고 하니 이미 Non-Rhoticity 현상이 널리 전파된 이후가 아닐까 싶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는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같은 영연방 국가이면서도 상당히 다른 발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참조한 글들:
마지막 글은 누군가 자기가 쓴 글처럼 (한국어로) 써놓은 블로그를 보았다. 아무리 본인이 번역을 했다고 하지만 출처는 밝히는 상도덕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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