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전 뉴질랜드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보다 보니 특이하게도 아주 많은 차들 범퍼 뒤로 동그란 공 같은 것이 달려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뭐하는 것인가 싶었다. 며칠 있다 보니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차와 트레일러(Trailer, 당시에는 당연히 이 용어를 몰랐다)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참 유용해 보이는데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는 불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 보았던 그 광경이 뇌리에 깊이 남았는지 캐나다에 와서 이러한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Trailer Hitch Receiver, 이하 히치)가 달려있는 차들을 볼 때마다 10년 전 신혼여행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보통 세단(Sedan)에 이러한 히치를 달지는 않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세단에도 참 많이 달려있었다는 것이다. 10년 전이니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여기서는 저러한 것을 주로 Trailer Hitch라고 부르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이것을 Tow Bar라고 부르는 듯하다(거기서도 Trailer Hitch라는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까지 이러한 히치가 필요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언제나 마음속에는 내 차에도 저것이 달려있다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래서 2년 전 가족 수의 급격한 증가로 차를 바꿀 때도 옵션으로 이것을 달아볼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차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면 재고가 있는 것들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바로 단념을 하였다.
하지만 이제 둘째도 어느 정도 커서 누나와 자전거를 타고 노는데, 자전거 두 대를 차에 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디 멀리 가서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비록 나는 아직 자전거가 없지만 언젠가 나와 막내 녀석까지 자전거를 타게 될 경우를 생각하니 이거야 말로 히치를 달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였다. 자동차에 히치를 달아 놓으면 그것에 자전거 캐리어를 달아서 자전거를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역시 자동차 관련된 상품들은 미국이 잘 되어있는데 그중에서도 한 사이트가 눈에 띄었다. 어떻게 설치를 하는지 동영상도 있었는데 한 번 보면서 과연 내가 혼자서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였다. 몇 번 동영상을 보니 혼자서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차하면 옆 옆집 영국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주문을 하였다. 가격은 200불 정도로 엄청 비싼 편은 아니었다.
팬데믹을 뚫고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히치는 우선 차고에서 대기하여야 했다. 꾸러기 녀석들이 잠잠해지는 틈을 타야지만 설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고에 놓여 있는 히치를 보면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마음을 다 잡고 지난 5월 중순의 한 주말을 이용하여 히치를 달았다.
우선 거라지 잭으로 차를 든 후 차체 밑의 커버를 벗겨내었다. 동영상과 설치 매뉴얼에 필요한 도구들과 소켓 사이즈들이 정확히 나와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고 나서 히치를 차 아래 놓고 볼트와 나사를 조여야 했다. 히치가 한 20~30kg 정도는 되기 때문에 당연히 두 명이서 작업을 해야 하지만 누구한테 부탁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냥 박스를 이용하여 히치를 받혀 놓고 혼자서 작업을 하였다.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볼트를 끼고 너트를 조일 때 정말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영국 아저씨가 지나가길래 나 좀 봐주었으면 좋겠는데 다른 아저씨들이 나무를 자르는 것을 도와주러 가는 것이었다. 아쉽지만 참으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양쪽의 너트를 끼울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는 이제 조이기만 하면 되니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마지막 고비는 미술작업이었다. 히치를 달면 그만큼 공간을 차지하게 되니 차체 밑에 달려 있는 Heat Shield와 커버를 어느 정도 잘라내야만 다시 설치가 가능하였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들을 읽어 보니 매뉴얼에 적혀있는 것보다 적게 잘라도 된다고 해서 나도 분필로 그림을 그려가며 조금씩 잘라내었다.
전체적으로 생각보다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는데 차체에 볼트와 너트를 설치할 때 동영상과 매뉴얼을 그렇게 보았음에도 다른 구멍으로 집어넣어서 그것을 다시 빼내느라 한 시간은 소비했고 마지막 미술작업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결국 혼자서 히치를 달기에 성공을 할 수 있었고 무척이나 뿌듯했다.
한편 자전거 캐리어도 종류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사야 할지 참 고민이 되었다. 대체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 가격도 비싸고 평도 좋은 편이었지만 개중에는 가격만 비싸고 평이 형편없는 것들도 있었다.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그냥 캐네디언 타이어에서 마침 세일을 하는 저가 제품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리뷰가 딱 하나 있었는데 뭐 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다는 말에 그냥 저렴한 것으로 선택하였다. 자전거 캐리어를 몇 번 써보니 정말 가격 대비 성능이 나쁘지 않아서 이것 또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을 하였다.
히치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 언젠가 짐을 실을 수 있는 캐리어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한국에서 가족들이 오면 항상 차에 온갖 짐들을 싣느라 힘들었기 때문이다. 얼마인가 보니 100~200불 정도의 가격대인 것 같아서 나중에 정말 필요해지면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엊그제 코스트코에서 보니 마침 내가 사려던 캐리어를 70불에 팔고 있는 것이었다. 캐네디언 타이어에서는 50% 세일을 해도 100불 정도 했는데 70불이라니! 뒤도 안 돌아보고 구입을 하였다.
이제 한국에서 그 누가 와도 차에 짐을 싣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누가 언제 올 수 있을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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