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 집의 많은 가구들도 10년이 다 되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캐나다로 넘어올 때 식탁과 책장을 제외하고 모든 가구들을 다 보냈다. 당시에는 산 지 4년도 안된 가구들이었기 때문에 다 버리고 다시 사기에는 너무 돈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가구들은 총 6번의 이사를 거쳤지만 (그것도 대부분 초장거리) 아직까지는 쓸만하기 때문에 안 버리고 들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기 때문에 소파의 가죽도 닳았고 침대의 매트리스도 닳아버렸다. 그리고 내가 매일매일 사용하는 사무용 의자의 천도 드디어 보기 흉할 정도로 닳아버렸다.
처음에는 새 의자를 사야 할 때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쓰레기를 버리려면 Landfill 하는 곳까지 싣고 가야 해서 번거롭다. 그리고 앉는 부분의 천 말고는 모든 것이 멀쩡하기 때문에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버릴 수가 없었다(참고로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경우는 돈을 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최근 재봉질로 얻은 자신감 때문에 이 정도 천갈이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몇 편의 동영상을 찾아보니 정말 못할 만한 수준의 작업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진짜 가죽으로도 교체를 할까 생각했지만 합성 천으로도 10년을 버텼으니 그냥 싼 합성 천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천을 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 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인터넷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겨우 60cm 정도 필요했기 때문에 그냥 동네에서 사고 싶었다.
와이프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본 끝에 Fabricland나 Michael's에 판다는 첩보를 입수하였고 바로 Fabricland에 가보았다. 처음 가 본 Fabricland는 신세계였다. 온갖 종류의 천과 재봉틀 용 도구들을 팔고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찾고자 하는 합성 가죽(Faux Leather)의 종류는 많이 없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비슷한 색깔로 3ft를 구입하였다(참고로 가격은 1m에 14불 정도).
그래서 그날 저녁 본격적으로 의자 천 갈이에 돌입하였다. 다행히 천을 제외한 모든 도구들은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로 돈이 들 일은 없었다.
작업은 참 간단하다. 우선 의자를 분해하고 기존의 천을 뜯어낸다. 그리고 새 천을 의자 크기에 맞게 자른 후 천을 당겨가며 Stapler로 박아주면 된다.
그런데 Stapler로 박아주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나 모서리 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두꺼운 천을 고르지 않았나 싶었지만 어쨌든 다 닳아버린 기존의 천 보다는 낫겠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하였다.
최종 결과물은 생각보다 멀쩡해서 또 나름대로 만족하고 말았다. 사실 이런 잡다한 것들 말고 지하 화장실을 빨리 고쳐야 하는데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손을 놓고 있다. 이제는 정말 그것에 매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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