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부터 2층에 있는 화장실은 리노베이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 주인이 안방에 있는 화장실은 중간에 한 번 리노베이션을 했으나 다른 화장실은 한 번도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20년이 넘은 상태였다. 마침 이번 여름에 가족들이 먼저 한국에 들어가고 몇 주 후에 내가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리노베이션을 하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2월 아이키아(IKEA)에서 화장실 가구를 할인도 하고 배송료도 무료인 기간이 있어서 미리 세면대(Vanity)와 캐비닛 등을 주문해서 팬데믹 초기인 3월 중순에 물건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심각해졌기 때문에 가족들과 나의 한국행은 취소되었고 그 덕분에 화장실 리노베이션을 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아무래도 빈번하게 쓰는 화장실이고 아이들이 잘 때 소리가 너무 크면 안 되니까. 물건들만 받아 놓고 언제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딸아이가 지하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망가뜨리고 말았다.
화장실 상태로만 본다면 2층 화장실보다 이 지하 화장실의 리노베이션이 시급했다. 사실 딸아이가 수도꼭지를 망가뜨리기는 했지만 누가 언제 고장 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하지만 많이 쓰는 화장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굳이 큰돈과 시간을 들여서 고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수도꼭지가 고장 났으니 이것을 고치기는 해야 하는데, 언젠가는 리노베이션을 해야 할 화장실이니 수도꼭지만 교체하기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이번 기회에 지하 화장실을 먼저 리노베이션 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모든 리노베이션의 시작은 철거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사진의 (거지 같은) 세면대와 바닥을 우선 제거하였다. 위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이 화장실의 바닥은 타일 모양의 플라스틱(Vinyl Sheet)으로 콘크리트 위에 접착제로 붙여놓았다. 정말 최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은 은근히 밑 작업이 중요한데 특히나 접착제 제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접착제를 제거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노력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실수가 초반에 화학 약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바닥에 앉아서 땅에 붙어 있는 껌을 떼듯 스크래퍼(Scaper)로 긁어 주었는데 일이 너무 많아 집에 남아있던 'Goo Gone'을 뿌려서 제거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계단에 남아있던 접착제들을 제거할 때 효과를 보았기 때문에 여기서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닥에 남아있던 접착제 양이 너무 많아서였는지 이것을 뿌리니 너무 미끄러워지기만 하고 제대로 제거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앉아서 스크래퍼로 긁어내었다. 하지만 이대로 하다가는 몇 달이 걸려도 끝내지 못할 것 같아서 집에 있던 멀티 툴(Oscillating Multi Tool)에 스크래퍼를 달아서 제거하기 시작했다. 효과가 좋아서 한동안 이것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멀티 툴을 사용하면 마찰열로 이하여 접작체들이 조금씩 녹아 너무 끈적끈적해진다는 것이다. 결국은 돌고 돌아 길이가 긴 스크래퍼를 이용해서 접착제를 제거하였고, 이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바닥의 접착제를 제거하는 한편 아이키아에서 세면대와 거울 등을 주문하였다. 행복하게도 내가 사는 동네에 Collection Point가 있어서 수량에 상관없이 $39에 배송이 가능해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모두 담았다. 요즘에는 아이키아 가기가 쉽지 않으니까. 문제는 배송에 2달이 걸린다는 것인데 어차피 접착제를 제거하고 다시 바닥을 설치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 달 넘게 바닥의 접착제를 제거한 끝에 이제는 바닥을 설치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Vinyl Plank라는 것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설치가 간단하면서도 꽤나 그럴듯하기 때문에 요즘 많이 사용되는 재질인 듯하다. 설치는 정말 간단하다. 그저 한 장 한 장 잘 맞추어서 끼워 넣으면 된다. 다만 벽과 마주하는 부분은 잘라야 하기 때문에 톱이 필요하다.
바닥을 설치하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지하의 벽을 대충 만들었는지 벽이 직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욕조부터 문으로 오면서 벽과 벽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늘어나서 마지막에는 거리가 4~5cm 더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Vinyl Plank를 자를 때 조금 조심해야 했다.
둘째는 내가 고른 바닥의 모양이 별로였다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바닥은 길고 좁은 모양이 많은데 하필 내가 고른 것은 가로 30cm 세로 60cm의 짧고 넓은 모양이었다. 설치를 하다 보니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화장실의 크기가 가로 2m, 세로 2.5m 정도) 짧고 긴 모양이 더 수월한 것 같다.
한편, 살다 보니 이것저것 배워 놓으면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온라인 교육을 들어야 했는데 워낙 들을 것이 없어서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해서 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단 한 번도 그것을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바닥을 설치할 때 사용할 일이 생겼다. 바닥을 설치하기 전에 이런저런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어느 사람이 스케치업으로 설치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보았다.
오호라!
그래서 나도 정말 오랜만에 스케치업에 접속해서 나름대로 그림을 그려보았다(너무 오래전에 배웠던 것이라 동영상을 조금 찾아봐야 했다). 그리다 보니 바닥을 예쁘게 설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로 이러한 바닥은 설치할 때 엇갈리게 랜덤으로 배열해야 보기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도 최대한 아무렇게 보이도록 배열을 하고자 했는데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고른 Vinyl Plank의 크기가 너무 짧고 넓다는 것이다.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는 도저히 엇갈리게 배열하기가 어려웠다. 매뉴얼에 따르면 엇갈리게 설치할 수 없는 경우 벽돌 모양으로 설치를 해야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벽돌을 쌓는 모양으로 설치를 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2달 정도 걸렸다. 마침 아이키아에서 주문한 상품이 도착하였고,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관문인 세면대 설치하기이다.
개인적으로 배관(Plumbing)은 별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세면대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벽에 붙어서 공중에 떠있는 형태의 세면대를 샀기 때문에 드라이월 속에 숨어있는 나무(Stud)를 찾아서 매달기가 쉽지 않겠다 싶었다. 지하 벽들은 워낙 허술하게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세면대 용 다리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고, 주문한 물건들이 배달되기도 전에 오타와에 들러서 이 다리를 먼저 사 왔다(물론 다른 것들을 사로 갔다 곁다리로 삼).
다리를 설치하니 벽에 많은 무게가 실리는 것도 아니어서 벽에 구멍을 뚫어서 Stud를 보강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생각보다 쉽게 설치가 가능했다. 마지막 문제는 하수구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아이키아 세면대의 특징은 하수 배관의 외경이 1.5"인데 반해 집에 설치된 배관은 내경이 1.5"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이것을 어떻게 연결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Flexible Coupling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결국 딸아이가 수도꼭지를 고장 낸 지 3개월이 지난 후 우리 지하의 화장실은 새롭게 태어나 수 있었다.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대략적인 비용은 다음과 같다. 소모품들 중에 아래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서 약 $1,200이 소요되었다(Table Saw, Multi Tool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하실을 끝냈으니 이제는 2층 화장실에 도전을 해야 한다. 2층 화장실은 욕조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에 일이 더 크다. 우선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신발 밑창 수선 - LePage Repair Gel (0) | 2020.09.15 |
---|---|
방석 (Sit-Upon) 만들기 (0) | 2020.09.06 |
나의 꿈은 고침사 - 사무용 의자 천 갈기 (0) | 2020.06.22 |
나의 꿈은 고침사 - 청바지 수선 (2) | 2020.06.21 |
나의 꿈은 고침사 - 재봉틀 (2) | 2020.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