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에 온 이후 가족 수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지금 사용하는 냉장고의 공간이 점점 부족해지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온 이후에는 전 주인이 놓고 간 냉장고를 그대로 쓰고 있는데 한 10년쯤 된 냉장고이기 때문에 내부 구조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 때문에 와이프는 냉장고에 대한 불만을 계속 이야기하였으나 아직 완전히 못 쓸 정도의 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나는 새것을 사는 것을 망설였다(전 주인이 고가 브랜드의 제품을 샀기 때문에 고장도 안 나고 튼튼한가 보다).

 

그나마 지하에는 전 주인이 또 놓고 간 냉동고가 하나 있기 때문에 냉동실은 그럭저럭 여유가 있다. 하지만 냉장실은 엄청나게 먹어 대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나 팬데믹 초기에는 마트에서 장 보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에 한 번 장을 보면 대량으로 사놓아야 했다. 그래서 와이프의 고충이 무척이나 심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하에 (냉동고가 없는) 냉장고를 한 대 더 들여놓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냉동고는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냉장고만 있는 것은 좀처럼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가격도 너무 비쌌다. 적절한 냉장고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김치 냉장고를 사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을 해 보았다. 마침 드디어 코스트코에서도 LG 김치 냉장고를 팔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상 이상의 가격이었다.

 

캐나다 코스트코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LG 김치냉장고 가격. 참고로 캐나다에서 가장 큰 크기인 36" 일반 냉장고의 최고급 모델이 $3000 정도이다.

 

김치 냉장고 말고 다른 종류의 (냉동고가 없는) 냉장고들도 적어도 $700이나 하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서 뚜껑이 위로 열리는 냉동고(Chest Freezer, 아주 초기의 김치 냉장고를 생각하면 된다)는 $100~$200 이면 구입을 할 수 있다. 캐나다 생활 초창기에 누군가 냉동고에 온도조절계를 달아서 냉장고로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냉동고에 온도조절계를 달아 일정 온도 이하가 되면 전원을 차단하여 냉장고로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검색에 들어갔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이런저런 정보가 검색이 되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냉동고의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온도조절계를 다는 것이었다. 사실 구글을 검색하고 적절한 온도조절계를 찾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처음부터 '김치 냉장고 만들기'로 검색을 했으면 아주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문제는 내가 '김치 냉장고'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검색을 해 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놀랍게도 나는 김치를 먹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김치도 없고 김치 냉장고도 필요가 없었다(혹시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김치를 먹어 본 적이 있으신 분들의 경우 100% 누가 주고 간 김치를 드신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글의 제목을 '김치 냉장고'라고 한 것은 그냥 검색이 잘 되라고...

 

 

검색된 글들에서는 Johnson Controls 제품을 추천했으나 캐나다에서는 위의 제품이 가장 저렴한 편이어서 이것을 주문했다. Cooling만 되는 것은 찾기가 힘들어서 Cooling / Heating이 모두 되는 것으로 구매했다.

 

위의 제품 정보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

Inkbird Temperature Controller

 

 

온도조절계를 주문했으니 다음은 냉동고를 사야 했다. 아무래도 냉동고보다는 물건을 빈번하게 꺼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여는 형태의 냉동고를 사려고 했지만 크기가 너무 크고 가격도 비쌌다. 그래서 그냥 가장 평범하고 저렴한 Chest Freezer를 사기로 했다. 동네 코스트코에 가서 보니 144L(5.1 cu.ft) 제품을 $199에 팔고 있었다. 하나 남았길래 그냥 사 왔다. 

 

온도조절계를 설치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온도조절계의 전원을 콘센트에 꽂고 냉동고의 플러그를 'Cooling'이라고 적힌 콘센트에 꽂으면 된다. 그리고 온도 센서를 냉동고 안에 벽에 너무 붙지 않게 주의해서 설치하면 된다. 

 

이 온도조절계는 난방/냉방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설정이 복잡한 듯 보이지만 그냥 설정 온도(Set Point)를 3도로 하고 냉방이 시작되는 온도를 4도로(즉, Differential을 1도로 설정)하면 잘 돌아간다. 만약 이것을 김치 냉장고로 사용할 경우에는 설정 온도를 0도나 1도로 설정하면 된다.

 

네모난 스티로폼과 가운데 동그라한 스티로폼은 모두 냉동고를 포장하고 있었던 것들을 재활용했다. 덕트 테이프는 잘 떨어질까 싶어서 알루미늄 테이프로 붙였다.

 

총 $280 정도로 간단히 냉장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냉장고가 부족해 우유, 요구르트, 계란, 과일 등을 조금씩밖에 사지 못했는데 그날로 코스트코에 가서 엄청 사 왔다. 그래도 이 냉장고를 다 채우려면 아직도 한창이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오른쪽 아래쪽에 보이는 것처럼 온타리오에서는 우유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4L 단위로 판다. 1L, 2L는 우유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끝으로 외국 정보를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Chest Freezer는 보온재가 아주 잘 덮여있기 때문에 효율이 매우 좋다고 한다. 우리 집의 경우 이 냉동고가 지하에 있어서 정확히 하루에 몇 번이나 컴프레서가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4~5번 정도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한 번 컴프레서가 돌아가는 사이 간격을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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