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던 Glenora Ferry는 사실 나파니(Napanee)와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 사이 호수로 인하여 끊어진 33번 고속도로(Highway 33)를 연결하는 페리이다. 한국말로 '고속도로'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고속도로'를 떠올리겠지만 캐나다에서는 그저 신호 없이 쭉 달리는 길을 (심지어 중간중간 신호도 있고 시내도 통과하는 경우도 있음) 말한다. 십 년도 전에 여수에서 살 때 88 고속도로를 처음 달려보고 꽤나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 와서 본다면 놀랄 일도 아니다(물론 지금은 확장이 완료되었지만).

 

어쨌거나 이 Highway 33은 Loyalist Parkway라고도 불린다. Loyalist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길은 미국 독립 당시 영국을 지지하던 사람들과 관련된 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천 섬(Thousand Islands) 지역을 통과하는 Thousand Islands Parkway 보다는 밋밋하지만 그래도 한가하고 아름다워서 내가 꽤나 좋아하는 길이다. 

 

Highway 33와 Loyalist Parkway를 나타내는 표지판

 

Loyalist Pawkway에 위치한 Bath라는 작은 동네에서 찍은 사진. 멀리 보이는 땅은 Amherst Island이다.

 

프린스 에드워드 카운티만큼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나파니 쪽에도 이 Loyalist Parkway를 따라 몇 개의 와이너리와 사과 농장이 있다. 작년에 처음 이쪽으로 애플 픽킹을 갔었는데 집에 서도 가깝고 많이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그 이후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어제 (8월 30일) 아침 옆 옆집 영국 아저씨(이전 글들에서 몇 번 등장하였던, 엄청나게 손재주가 많은, 나보다 젊은 영국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다가 애플 픽킹 시즌이 벌써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럴 수가!!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니!!!

 

그 아저씨의 직장 상사가 Wynn Farms라는 사과 농장의 주인인데(투잡을 뛰니 엄청 부자일 듯하다) 이번 주말부터 애플 픽킹과 콘 메이즈(Corn Maze)를 시작한다고 했다. 마침 할 일도 없는 데다가 날씨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가보기로 하였다.

 

 

작년에 갔던 곳과는 다른 Wynn Farms. 

 

이 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이런 곳에서는 Corn Maze를 빼놓을 수 없다! 애플 픽킹을 시작하기 전에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이곳의 Corn Maze는 미로를 돌아다니며 출구를 찾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었고, 지도를 들고 다니면서 정해진 포스트를 찾아가서 단어를 찾는 형식이었다. 뭐 어린아이들과 하기에는 이런 방식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이러면 안되지만, Corn Maze를 할 때마다 옥수수를 따야한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와이프가 딸에게 옥수수 따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기어코 두 개를 땄다.

 

Corn Maze를 마친 이후에는 와이프와 막둥이와 조우하여 본격적으로 사과를 땄다. 

 

막둥이도 '빠가' '빠가'하면서 열심히 사과를 땄다. 따고는 곧바로 먹기 시작했다. 엄청난 먹성이다.

 

수확해 온 사과와 옥수수. 벌써 몇 해 동안 옥수수를 따면서 알게된 것이 있다. 가끔 어떤 농장에서는 사료용 옥수수로 Corn Maze를 만든다. 그놈들은 옥수수 알의 색깔이 검붉은 색인데 아무리 삶아도 먹을 수 없을만큼 딱딱하다.

 

사실 그동안 사과를 따와도 다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따와도 곤란하였다. 작년에는 동네 이웃들에게 한 봉지씩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와이프가 베이킹에 심취하여 우리도 사과로 애플 크럼블이나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옥수수는 삶고, 사과는 설탕에 졸였다.

 

완성된 애플파이!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지만 와이프는 나중에 유튜브를 했으면 좋겠다. 정말 모든 요리를 10분 이내에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손이 무척이나 빠르다. 유튜브 이름도 생각해 놨다. '김XX의 5분 요리' 동영상 편집도 배워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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