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겨울만 되면 와이프의 발 뒤꿈치는 가뭄에 논 바닥 갈라지듯 갈라지고 만다. 가끔씩은 너무 심해서 피가 철철 날 정도였다. 못난 남편을 만나 발 관리 샵조차 보내준 적이 없다는 생각에 매년 열심히 발 뒤꿈치를 마사지해주었다. 수년간 바셀린을 발라 보기도 했으며, 세타필을 발라 보기도 했으며, 이런저런 발 크림을 발라 보기도 했지만 그녀의 뒤꿈치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점점 심해지더니 아래와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장모님이 보시면 속상하시겠다(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제는 안 그래요)

 

 

사실 위의 사진은 작년에 코스트코(캐나다)에서 판매하고 있는 발 크림을 하나 사서 얼마나 좋아지는지 보자는 생각에 찍어 놓은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코스트코에서 세일을 하고 있는 발 크림(Dermal Therapy)을 발견했는데 온갖 좋은 말이 쓰여있길래 속는 셈 치고 하나 구입해 보았다(참고로 마침 지금 세일 중이다!). 

 

 

 

 

포장을 살펴보니 25% 유리아(Urea)가 들어있다고 한다. 유리아라는 말을 보자마자 이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한국 정유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질산화물(NOx)을 제어하려고 버너 근처에 유리아를 분사했던 것이 떠올랐다. 

 

도대체 질산화물을 제어하는 것과 발 뒤꿈치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번에 글을 쓰면서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유리아(CO(NH2)2)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모니아(NH3)와 유사한 화학 구조로 포유류의 소변에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잉?). 그러고 보니 규모가 큰 보일러에는 배출되는 NOx를 제어하려고 암모니아를 분사하던데 결국 유리아나 암모니아나 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구나! 와이프 발 이야기를 하다가 또 하나의 지식을 얻게 되었다. 

 

아무튼 유리아가 조금 포함되어 있으면 보습제로 사용되는데 20% 이상이 들어있으면 피부의 단백질을 분해한다고 한다. 이 크림은 25%의 유리아가 들어있다고 하니 피부의 단백질을 분해하여 각질을 없애면서 보습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존 재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카카토키레이와 코스트코 발크림의 만남. 우리 와이프 발 뒤꿈치 지킴이 듀오!

 

이 크림은 꽤나 끈적끈적하다. 그래서 크림을 바르고 여기저기 다니기에는 조금 불편해서 나는 주로 자기 전에 와이프 발에 발라주고 있다. 한편 와이프는 가끔씩 발 뒤꿈치 각질 제거기를 이용해서 각질을 제거하고 있다. 이 각질 제거기의 이름은 '카카토키레이(かかとキレイ)' 인데 세상이 편리해져서 일본에 가지 않아도 아마존 재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 크림을 바르기 시작한 지도 일 년 이상 지났다. 현재까지 한 상자에 들어있는 240g과 90g짜리 크림을 다 쓰고 두 번째 240g짜리를 2/3 정도 바른 상태이다. 이 발 뒤꿈치 지킴이 듀오의 효과는 생각보다 놀라워서 현재 와이프의 발 상태는 아래와 같이 좋아졌다. 혹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작년의 사진과 비교해 본다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장모님에게 혼나지 않지 않을까?

 

 

(2020.12.29 업데이트)

블로그로 유입되는 검색어를 보다 보니 한국에서는 유리아(Urea, 유레아) 성분이 들어있는 크림은 일반 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처방전은 불필요). 

 

 

 

그런데 위 사진의 유리아 크림은 유리아 함량이 20%로 이 글에서 언급된 Dermal Therapy 크림(25% Urea)보다 유리아 함량이 오히려 낮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이 크림은 의약품이 아니라 Licensed Natural Health Products로 관리되고 있다. Health Canada(캐나다의 식품의약안전처 정도)에서 관리하는 Licensed Natural Health Products에는 비타민, 허브류, 프로바이오틱스, 전통 요법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오른쪽을 보면 Health Canada에서 발행하는 NPN(Natural Product Number)가 보인다

 

한국에서는 불법인 마리화나가 캐나다에서는 합법이듯 유리아 크림도 의약품인지 아닌지는 결정하는 사람들 마음일 것이다. 아무튼 지난 일 년간 매일같이 발 뒤꿈치에 처벌처벌해도 별 문제없는 것을 보면 적어도 발 뒤꿈치에는 매일 같이 발라도 별 문제가 없나 보다(뭐 크림 자체가 다른 곳 말고 발에 바르라고 되어 있긴 하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50g짜리 유리아 크림이 4,000~5,000원에 달한다고 하니 한국에서 캐나다 코스트코에 놀러 가실 일 있으면(그런데 과연 언제쯤 가능할 것인가!) 이 발크림을 사다가 지인들께 선물로 나누어 드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특히 요즘과 같은 세일 기간 중에는 정말 살만 하다(총 330g이 19불+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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