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양쪽 집들에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펜스로 경계가 나누어지지만, 우리 집에는 펜스가 없어서 너무 뻥 뚫려있는 느낌을 받았었다. 펜스가 없으니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뒷마당에서 놀고 있어도 갑자기 앞마당으로 가버린다던가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어서 아늑하거나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중학생 정도의 옆집 아이와 친구들은 가끔 자기네 앞마당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데 그 공이 우리 집 뒷마당으로 들어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뒷마당으로 들어와서 다시 골프채로 공을 치고는 하였다. 한 번은 모르는 아이가 우리 집 트램펄린을 타고 있길래 누구냐고 물어보니 옆집 아이의 친구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와이프는 항상 우리 뒷마당에도 펜스를 설치하기 원했으나 나는 두 가지 이유로 망설여졌다. 첫째는 결국 펜스 설치는 내가 해야 할 텐데 해 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둘째는 자식들이 커가면서 점점 지출은 늘어가는데 내 월급은 그동안 별로 늘지 않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조금 있다가 설치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펜스를 설치해야 되는 상황이 발행하였다. 팬데믹 때문에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우리 가족은 올여름을 집에서 이겨내기 위해서 뒷마당에 지름 3.6m(12')의 조립식 수영장을 설치하였다. 땅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해서 생각보다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는데 설치하고 나니 아이들이 너무 잘 놀아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수영장을 다 설치하고 나서 이제 힘든 일은 다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옆집 아저씨가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집에 수영장이 있으면 펜스를 설치해야 될 수도 있으니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그런 것까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는데 우리 동네의 조례(Bylaw)를 찾아보니 60cm 이상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수영장(조립식도 포함)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펜스가 있어야 되는 것이었다. 펜스도 높이가 1.2m 이상이어야 되고 아래 위로 공간이 있으면 안 되는 등 아주 까다로웠다.
사실 이렇게 수영장에 펜스를 설치해야 하는 이유는 어린아이들이 실수로 혹은 호기심에 물에 빠져서 큰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해당되는 일이 아니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뭐 제대로 하려면 수영장을 설치하기 전에 시(City)에 허가와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주변에 조립식 수영장을 가진 사람 중에 허가를 받았다는 사람을 못 보았으니 나도 그냥 안전을 위해서 어서 펜스라도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나무로 설치할 필요는 없어서 철망으로 된 펜스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마침 옆집(골프 치는 녀석들이 있는 쪽 말고) 아저씨가 몇 년 전에 이와 같은 펜스를 설치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을 물어보니 혼자서 할 만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펜스 설치는커녕 자재를 사는 것부터도 쉽지 않았다. 철망도 있어야겠고, 중간중간 포스트도 있어야겠고, 이런저런 하드웨어(문고리, 볼트, 나사 등)도 필요한데 도대체 정확히 어떤 것이 얼마나 필요할지 알 수가 없었다. 홈디포 홈페이지에도 들어가서 이것저것 살펴보았지만 검색되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옆집 아저씨네 펜스를 설치했다는 업체에 메일을 보내서 견적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견적을 받아 보니 자재값이 약 1,000불(세금 별도)이었다(만약 설치까지 하면 1,600불+세금). 계산해 보니 홈디포에서 하나하나 사도 그 정도는 나올 것 같고,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여기다 그냥 주문을 하였다. 게다가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세금을 빼주니 100불 이상 절약할 수 있기도 하고...
며칠 후 일 하는 사이에 잠깐 업체에 들러 자재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차(이퀴녹스)에 어떻게 어떻게 다 집어넣을 수 있었는데 1.5m 크기의 출입문은 아무리 해도 차에 들어가지가 않았다. 업체 사람이 내가 혼자서 이리 넣고 저리 넣고 있는 것을 보니 초보 티가 났는지 이런 펜스를 설치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고 하자 그 아저씨도 내가 불쌍했는지 이것은 게이트 포스트고, 저것은 라인 포스트고, 게이트 포스트는 반드시 60인치 넓이로 설치를 해야 된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내가 불쌍했는지 조금 있다가 한 장의 책자를 가져다주며 잘해보라고 하고는 떠났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출입문을 제외한 것들은 먼저 실어 오고, 출입문 두 개는 나중에 조금 더 큰 차를 가지고 가서 실어 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자재까지 다 받아 왔으니 본격적으로 펜스를 설치할 일만 남았다. 며칠간 이런저런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고 옆 집을 비롯한 이 집, 저 집 펜스들이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유심히 관찰한 후 드디어 행동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게이트 포스트를 세울 곳에 구멍을 파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글의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우선 여기에서 끊고 본격적인 설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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