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 글에 이어 본격적으로 뒷마당에 펜스 설치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펜스 설치에 필요한 모든 자재와 대부분의 도구를 마련한 나는 본격적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무로 된 펜스라면 모든 포스트에 콘크리트를 부어야 하지만 내가 설치하려는 체인 링크 펜스(Chain Link Fence)는 출입문이 달리는 게이트 포스트(Gate Post)만 콘크리트를 붓고 나머지는 그냥 땅속에 박으면 된다. 사람/인터넷에 따라 체인 링크 펜스라도 모든 포스트에 콘크리트를 부어야 된다고 했지만 자재를 살 때 업체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냥 게이트 포스트만 콘크리트를 부어도 된다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구멍의 깊이는 60cm 보다 조금 깊게 파면되었는데 겨우 두 구멍만 파면되니 구멍 파는 기계(Auger)를 빌리지 말고 그냥 내가 가진 삽으로 파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삽으로 파는 것도 할 만했으나 30cm 정도 이상 파 들어가기 시작하자 도저히 각도가 나오지 않아 삽으로 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큰 돌들이 있어서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선 홈디포에 가서 구멍을 파는 삽(Hand Auger)을 빌려서 땅을 다시 파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파니 확실히 일반 삽보다 땅이 잘 파졌는데 문제는 중간중간에 땅 속에 돌들이 숨어있다면 이것으로도 팔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한 구멍은 적당히 돌을 파내 가면서 60cm 이상 팔 수가 있었지만 다른 한쪽은 너무나 거대한 돌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돌을 파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결국 동네 아저씨에게 돌을 깨는 기구(Crowbar)를 빌려서 돌을 깨기 시작했다. 

 

 

 

화살표에 보이는 붉은 색은 불꽃

 

돌을 깨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다. 유튜브 영상들에서는 구멍을 팔 때 전동 기구가 아니더라도 Hand Auger만으로도 땅을 잘만 파서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하지만 동네 아저씨들이 나에게 계속했던 말이 우리 동네에는 땅속에 돌이 많이 들어있어서 땅 파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내가 파보니 그 말이 정말이었다. 엄청나게 무거운 Crowbar로 땅을 아무리 내려쳐도 돌이 깨지기는커녕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내려칠 때마다 돌에서는 불꽃이 튀고 뽀얀 먼지가 일어났다. 마침 이때 냄새가 화약 냄새와 비슷해서 오랜만에 군대 생각이 났다. 

 

중간에 너무 힘이 들어서 땅속에 돌이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땅을 파나 싶어서 옆집 아저씨에게도 물어보고 영상도 찾아봤는데 이런 경우에는 보통 중장비로 땅을 파나 보다. 

옆집 아저씨는 이것으로 팠단다. 같은 곳을 손으로 팠으니 X고생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구멍 하나 뚫자고 중장비를 빌릴 수도 없기 때문에(출입구 위치를 생각하면 다른 곳에 구멍을 파는 것은 고려하지 않음) 그저 죽어라 돌을 깨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구멍 파는데만 삼일 정도 걸렸는데 마지막에 땅 속에서 내 얼굴보다 큰 돌을 꺼냈을 때는 정말 행복했다.

 

팬데믹으로 미장원들이 문을 닫아 삼 개월째 머리를 자르지 못해서 한층 더 추하게 나왔다

 

 

구멍을 다 팠으니 다음 일로 넘어가야겠다. 모두 처음 해 보는 일이라 다른 일들도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땅 파는 것만큼 고생스럽지는 않았다. 우선 구멍에 게이트 포스트를 세운 후 콘크리트를 부었다. 그리고 나머지 포스트들은 포스트 드라이버(Post Driver)라는 것을 이용해서 쿵쿵 쳐서 땅 속에 박았다. 

 

포스트 용 콘크리트는 다른 곳에서 물과 섞을 필요없이 구멍에 곧바로 콘크리트와 물을 부으면 되어서 편하다

 

 

처음에는 이것을 똑바로 박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옆집 아저씨가 포스트용 레벨을 빌려줘서 사용해보니 훨씬 빨리 박을 수 있었다.

 

포스트들을 세우고 수평으로 설치하는 탑레일까지 설치하니 꽤나 근사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철망(Chain Link)을 달고 문을 설치하는 일이다.

 

 

철망을 달 때 중요한 것이 바싹 당겨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당겨주는 도구가 별도로 있지만, 이러한 도구 없이 혼자서 하려니 작업 속도가 매우 더뎠다. 그래도 스트랩으로 열심히 당겨가면서 철망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스트랩으로 당겨서 철망을 설치했는데 생각보다 잘 당겨졌다. 

 

 

문을 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교함이 필요한 일이었다. 문의 높이와 넓이, 그리고 스프링의 장력까지도 고려해서 힌지(Hinge)들을 달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꽤나 많은 조정이 필요했다. 이렇게 하면 문이 약간 기울어 보이고, 저렇게 하면 문이 자동으로 잘 닫히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조금씩 조정을 하고 있는데 설치가 완료되고 일주일이 훨씬 지난 오늘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높이와 스프링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

 

그래도 어쨌든 다 완성하고 나니 뒷마당이 한층 아늑하고 좋아졌다. 삼일 동안 땅만 파고 있었을 때는 600불 아끼자고 이게 뭐하는 것인가, 그냥 전문가들 불러서 설치할 걸 하는 후회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설치를 완료하니 그런 후회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드디어 완성된 펜스. 몇 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똑바로 서있어야 할텐데....

 

이렇게 거의 두 달에 걸쳐 수영장 설치부터 펜스 설치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갈 수 있는 곳도 많이 없으니 올여름은 나의 아늑한 뒷마당에서 아이들과 수영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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