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켓 지퍼 교체하기

가끔씩 가족들이 한국에서 아이들의 옷을 보내주시고는 한다. 확실히 한국에서 보내오는 옷들이 여기 옷들에 비해서 색깔도 예쁘고 모양도 귀엽다. 그래서 아이들도 한국에서 옷을 보내주시면 참 좋아하며 매일같이 입는다. 하지만 최근 딸아이가 받은 자켓의 지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사실 이 자켓뿐만 아니라 딸아이가 이전에 받았던 자켓 그리고 내가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한국에서 들고 왔던 자켓들 모두 동일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지퍼 맨 아래의 재봉선이 뜯어졌기 때문에 재봉틀이 생긴 이후에 다시 재봉질을 해서 고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봉선이 아니라 위의 사진과 같이 지퍼의 끝(Bottom Stop) 부분이 뜯어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이것도 쉽게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저렇게 지퍼의 끝이 뜯어지면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공장에서 지퍼를 만들 때 기계로 지퍼의 끝을 테이프와 함께 붙이기 때문인데 이 테이프 부분(지퍼 끝을 보면 반들반들하고 딱딱한 부분)이 손상된다면 사람의 손으로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자세한 내용은 youtu.be/Sd2d0pbeMGg 참조). 만약 실로 어떻게 고쳐본다고 해도 결국 다시 뜯어지기 때문에 결국 지퍼 전체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차피 지퍼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면 이번에는 지퍼의 슬라이더(Slider)가 2개가 달려있어 아래 부분을 다시 열 수 있는 지퍼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매번 지퍼 아래 끝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허벅지 근처까지 내려오는 자켓을 입은 상태로 격렬한 활동을 하다 보니 지퍼 끝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한겨울에 롱패딩을 입고 학교와 학원을 가는 것 말고는 할 일이 별로 없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입고 정말 온갖 활동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래 부분을 열 수 있는 양방향(Two-way) 지퍼가 필요하다.

 

 

자켓을 입고 저렇게 노는데 지퍼가 남아날 리가 없다

 

 

 

우선 자켓의 지퍼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새 지퍼를 사야 했다. 내가 입고 있는 자켓의 양방향 지퍼를 확인해 보니 YKK의 VISLON라는 지퍼여서 이것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다가 발견한 사이트가 바로 www.wawak.ca/ 이라는 사이트였다(참고로 미국 사이트 주소는 www.wawak.com/). 아니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사이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재봉질에 관련한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지퍼도 종류가 참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딸아이의 기존 지퍼 체인의 폭을 재보니 약 5mm이었기 때문에 '24인치 YKK #5 Plastic Two-Way Jacket Zipper'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배송료를 절약하고자 지퍼를 사면서 평소에 필요했던 것들(Bobbin, Seam Ripper, 분필, Round Tip Needle)을 함께 주문하였다. 

 

 

 

플라스틱 재질의 YKK VISLON 지퍼. 지퍼 이름의 숫자(#5, #10 등)는 지퍼 체인의 넓이(mm)이다.

 

 

 

지퍼가 도착한 이후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하였다. 우선 기존에 달려있는 지퍼를 떼어내야 했다. 실밥을 뜯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Seam Ripper(실뜯개)이다. 이게 얼마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서는 10불 가까이해서 살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wawak에서는 겨우 2~3불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지퍼와 함께 주문을 하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구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까!!!

앞으로 실뜯개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실뜯개를 이용해서 고장난 지퍼를 뜯어낸 이후

 

 

 

이제 새 지퍼를 달아야 할 시간이다. 우선 길이를 잘 맞춘 후 핀으로 고정을 했다. 이때 별생각 없이 지퍼의 슬라이더를 기존 지퍼와 마찬가지로 왼쪽에 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대부분 지퍼 슬라이더가 왼쪽에 달려있으니 그게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이 생각 없는 생각이 나중에 대참사를 불러일으키게 될 줄은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4" YKK VISLON Two Way 지퍼

 

 

 

재질이 두꺼워서 100/16 바늘과 Zipper Footer를 이용해서 재봉질을 시작했다. 

 

 

사실 내가 손이 정교하지 못해서 재봉질에 그리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의 온갖 노력 끝에 겨우 오른쪽 지퍼를 달 수 있었다. 이제 나머지 한쪽만 달면 되겠다 싶어서 남은 지퍼를 옷에 대보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지퍼에도 방향이 있기 때문에 이 지퍼의 경우 슬라이더가 반드시 오른쪽에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자켓을 입을 때 왜 이 자켓은 불편하게 오른쪽에 슬라이더가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정말 방금 단 지퍼를 다시 뜯어내고 싶지 않아서 온갖 방법을 궁리해 보았다. 슬라이더를 뜯어내서 반대로 달아볼까, 그냥 지퍼를 뒤쪽으로 닫으라 할까 등등. 하지만 더 이상 손을 대었다가는 더 큰 화만 불러일으킬 것 같아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지퍼를 다시 뜯어내고 말았다. 

 

 

 

 

결국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서 다섯 번 정도 핀에 손을 찔리고, 바늘 하나가 구부러지고, 윗실이 무수히 끊어지는 고통 끝에 양쪽의 지퍼를 모두 달 수 있었다. 처음부터 방향을 제대로 달았으면 2~3시간에 끝났을 일이 결국 삼일에 걸쳐서 5~6시간이나 걸리는 다 공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진정한 고침사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다.

 

그래도 딸아이가 입어보고는 좋아해서 행복했다. 

 

 

사실 가까이서 보면 바늘 구멍이랑 실들이 흉하다. 그나마 옷이 까만색이라 티가 많이 안나서 다행이다.

 

 

 

 

(관련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