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가 원래 날씨가 춥다고는 하지만 한국에 비해 집도 크고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 난방을 하기 때문에 특히 집 안이 무척이나 춥다. 게다가 오래전에 지어진 집일수록 창문, 벽, 지붕의 단열이 좋지 않아 낭비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그렇다고 창문을 교체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고(적어도 천만 원 이상 각오해야 함), 멀쩡한 벽을 뚫고 보온재를 넣기는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물론 이 때도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가장 손쉽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지붕의 보온재를 보충하는 것이다.

 

AttiCat 광고 그림. 물론 그림처럼 쉽고 간단하지는 않다

 

지붕 보온재 중에서 요즘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AttiCat이라는 제품이다. 블로어(Blower)라고 불리는 기계에 보온재를 넣고 이것을 지붕에다 분사하면 된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할 수 있다. 사실 나도 몇 년 전부터 이것으로 지붕의 보온재를 보충하려고 했지만 두 가지 이유로 망설여졌다. 첫째는 비용. 지붕에 보온재를 추가하면 최대 20%의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집 한겨울 난방비는 150~180불 사이다. 일 년에 잘하면 100불 정도를 줄일 수 있겠는데 보온재를 보충하는데 1000불 이상은 소요된다. 

 

둘째는 적어도 두 명이 함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밑에서 누군가 보온재를 기계에 밀어 넣고 다른 누군가 위에서 그것을 분사해야 한다. 물론 와이프가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막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적당할 때를 찾기가 어려웠다. 

 

지붕에 AttiCat을 뿌려주는 방법. 핑크팬터처럼 웃으면서 할 수는 없어도 아주 간단하긴 하다. 

 

하지만 막내 녀석이 9월부터 어린이집에서 3시에 집에 오게 되었고, 마침 이번 겨울은 무척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들렸다(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누군가 이 보온재를 지붕에 보충하고 나면 한겨울에 느껴지는 온도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 나도 이제는 그것을 느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내가 사야 할 보온재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붕에 올라가 기존에 뿌려진 보온재의 깊이를 측정해 보았다. 

 

 

보통 2피트(60cm) 정도가 차 있어야 R-60 수준의 보온 효과가 있다고 한다(R 값은 높으면 높을수록 단열이 잘 된다는 소리인데 어떻게 계산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집 지붕은 많아야 30cm 정도가 차있을 뿐이었다. 한 30~40cm를 더 채운다고 계산해 보면 우리 집에는 15개 정도의 보온재가 필요했다. 

 

홈디포에서 팔고 있는 AttiCat

 

AttiCat은 홈디포에서 팔고 있는데(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음) 한 봉지 당 가격이 68.47불에 달했다. 15 봉지를 사고 세금(13%)까지 내면 1,160불이나 되는데 그나마 다행히 250불 이상 사면 10% 할인을 해주어서 총 1,045불이 들었다. 그리고 보온재를 뿌려주는 블로어는 홈디포 렌털 센터에서 빌릴 수 있는데 원래 가격은 하루에 70불 정도이지만 AttiCat을 10 봉지 이상 사면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바로 밑 작업. 첫째로 다시 지붕에 올라가서 보온재가 얼마나 채워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종이 가늠자를 붙이는 것이다. 이 종이는 보온재를 파는 곳에서 무료로 가져올 수 있다(AttiCat이 있는 선반에 가져가라고 붙여둠). 나는 네 개를 가져왔는데 한 개는 찢어져 버려서 세 개만 붙였다. 나중에 보온재를 뿌리면서 보니 7~8개 정도는 붙였으면 좋았겠다고 후회했다.

 

 

 

그다음에는 블로어를 설치하고 보온재를 반으로 잘라 놓는 것이다. 보온재 봉지에 적힌 설명을 보면 내용물의 부피가 17배로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만큼 봉지 하나가 꽤나 무겁다. 와이프가 아래에서 보온재를 블로어에 넣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미리 봉지들을 반으로 잘라 놓았다. 자르고 보니 30개나 되었는데 이거 다 집어넣으려면 와이프가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위아래가 붙어있는 Coverall. 검사할 때 아주 가끔 입는데 이런 일 할 때 입기 딱이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보온재 뿌리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에는 이런저런 문제로 일 진행이 빠르지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블로어가 계속 말썽을 부렸다. 이런 것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왜 안 돌아 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뚜껑을 열어서 안쪽을 보니 자꾸 보온재가 껴서 블로어가 돌아가지가 않았는 것 같았다. 지붕에서 아래로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번, 결국 블로어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간이 좁아서 고생스러운 것 빼고 지붕에서 보온재 뿌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반면 블로어에 보온재를 집어넣는 것은 힘도 들고 먼지도 날리고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온재 회사 자료에 따르면 한 봉지를 뿌리는데 5~6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내 경우 15 봉지를 넣어야 하니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싶었다. 블로어가 원활하게 작동만 된다면 그랬을 텐데 초반에 오작동이 많아서 결국 두 시간 반 만에 모든 봉지를 다 뿌릴 수 있었다.

 

 

완성된 사진. 지붕에 눈이 온 것 같이 보온재가 쌓여있다. 최종 높이는 약 60cm.

 

 

이제 남은 것은 과연 이것이 얼마나 집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냐는 것이다. 혹자의 말대로 정말 가만히 앉아있어도 따뜻해진 것을 느낄 정도가 될지 궁금하다. 만약 느낄 수 없다면 겨울이 지나고 나서 과거 난방비들이랑 이번 겨울 난방비랑 비교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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