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한국에서는 주로 도시에서만 살았고, 캠핑 같은 아웃도어 활동도 전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반딧불이를 볼 일이 없었다. 책에서는 반딧불이들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산다던데 공기가 좋지도 않고 물도 없는 곳에 살았으니 당연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반딧불이는 그저 유니콘이나 용과 같이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상상 속의 동물과도 같았다. 이렇게 내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을 줄 알았던 반딧불이가 사실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많이.

 

 

아마 작년이었을 것이다. 어느 여름 저녁날 애들을 재워놓고 잠시 뒷마당을 정리하려고 나갔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반짝반짝하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계속 반짝반짝하길래 반딧불이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아니 우리 집 뒷마당에도 반딧불이가 있다니! 

 

그래도 반딧불이를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다음 날에도 손쉽게 반짝반짝거리면서 날라다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정도 되면 누가 뭐래도 반딧불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시간은 흘렀고, 올해에도 여름이 되자 어김없이 반딧불이 녀석들이 나타났다. 올해에는 이 녀석들이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었지만 어두울 때 잠깐 반짝하면서 날아다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좋은 구경이다 싶어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팔이 간지러워서 보니 무슨 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반딧불이가 아닐까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서 반딧불이의 사진을 찾아보니 딱 그놈이 그놈이었다.

 

알고 보면 이 녀석들은 그전부터 낮에도 뒷마당에서 엄청 많이 보이던 녀석들이었다. 트램펄린 망에도 기어 다니고 있었고, 수영장 물에도 빠져 죽어 있었고, 창문에도 붙어있던 녀석들이었는데 그동안 그냥 이름 모를 벌레 중의 하나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가까이서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밝아서 놀랍다. 이 정도 밝기라면 '형설지공'의 이야기처럼 반딧불로 책을 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반짝이는 시간이 매우 짧고, 한 번 반짝인 후 10초는 지나야 또다시 반짝이기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의 반딧불이를 잡으려면 이미 날이 밝았을 것 같다. 

 

아무튼 대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사니 별의별 것을 다 보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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