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아마도) 캐나다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전단지가 배달이 된다. 이 전단지는 일주일 치 지역뉴스를 편집한 신문과 함께 배달이 되는데, 결국 광고지이기 때문에 우체통에서 바로 재활용 통으로 버리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전단지의 엄청난 팬으로 매주 이것이 배달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 이유는 우선 전단지를 살펴보면 세일하는 상품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단지를 통해 세일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물건들을 확인할 수도 있고 다른 곳에 가서 프라이스 매치(Price Match)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동네 신문을 살펴보면 요즘 동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디에 학교를 짓기로 했다던가, 어디 도로 공사가 완료되었다던가 하는 소식들은 은근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집 전 주인이 우리 집 주소를 배달 거부를 해 놓았는지 배달하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배달되지 않는다. 다른 집 우편함들에는 모두 한 부씩 전단지가 꽂혀 있는데 우리 집에만 안 꽂혀있을 때의 그 부러움이란!! 게다가 분명 저 집들은 펴 보지도 않고 바로 버릴 텐데!!!

 

한 번은 배달하는 사람에게 우리 집도 넣어 달라고 말을 하니 사무실에 연락을 해서 배달 리스트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에 전화도 해 보았지만 자동응답기만 돌아가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직접 배달을 해서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배달되는 전단지. 이것을 보는 즐거움이란!!

 

 

한편 전단지를 배달하는 사람들을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정도 되는 학생들이 용돈 벌이 삼아 배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 배달을 하는 사람이 종종 바뀌고는 했는데 전체적으로 배달하는 사람이 자주 바뀌는지 배달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도 보였다. 광고를 보면 배달원이 필요한 지역이 쭉 나와있는데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거리도 보이고는 했지만 딱 내가 살고 있는 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많은 지역에서 배달원이 필요하다!

 

그러다 한 달 전 웬일인지 집으로 전단지가 배달이 되었다. 평소에는 우편함으로 배달되는데 이 날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집집마다 전단지가 비닐봉지에 담겨 앞마당에 떨어져 있었다. 우리 집 마당에도 전단지가 떨어져 있어서 기쁜 마음에 집어소 보니 배달할 사람이 부족해서 이렇게 배달되었다는 안내문이 들어있었다. 아마 우편함에 일일이 넣을 배달원이 없어서 차를 타고 다니면서 창밖으로 던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 안내문에는 이 동네에서 배달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디 어디로 연락을 하라고 적혀있었다.

 

아! 나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막상 배달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려고 하니 왠지 망설여졌다. 겨울이 되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배달하기가 쉽지는 않겠고, 얼마를 받을지도 모르겠고, 메일을 보내기도 은근히 귀찮았다. 그래도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큰 마음을 먹고 밤늦게 우리 동네를 배달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냈다. 배달원을 찾는 것이 얼마나 급했는지 몇 분 후 바로 답장이 와서 이름과 주소만 알려주면 당장 그 주부터 배달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었고, 다음 날 계약서와 계좌 번호를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별 말이 없어서 이게 나보고 배달을 하라는 건지 아닌지 몰랐지만 수요일 아침에 일을 가려고 나가보니 집 마당에 전단지 뭉텅이가 떡 하니 배달되어 있었다. 

 

매주 수요일 아침 일을 나가기 위해 집을 나가보면 어느새 우리 집 앞마당(Driveway) 끝에 전단지가 배달되어 있다.

 

사무실에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배달 안내 책자를 PDF 파일로 보내주었다. 그것을 읽어보니 매주 목요일까지 배달이 완료돼야 하고, 반드시 우편함에 집어넣어야 된다고 했다. 우편함이 없는 집은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주의해야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에 젖지 않게 해야 한다(비닐봉지와 고무줄은 제공)는 등의 설명이 쓰여있었다. 그리고 계약서를 읽어 보니 한 부에 16센트를 지급하며 가끔씩 추가로 책자 등도 함께 배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추가로 돈을 더 지급한다고 하였다.

 

전단지 뭉텅이와 함께 배달된 배달 리스트에는 총 73가구가 올려져 있었다. 구글 지도를 보니 내가 담당하는 구역은 총 81가구이니 중간중간 배달받기를 거부한 집들이 있다는 소리였다. 리스트를 훑어보니 역시나 우리 집 주소는 빠져있었다. 어쨌든 73부를 돌리면 일주일에 12불 정도를 버는 것이다. 물론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뭐 크게 상관은 없었다. 처음부터 이것을 배달하는 목적은 어차피 하는 동네 산책이니 돈이라도 벌자, 그리고 딸아이에게 참 경제 교육을 시켜 주자, 끝으로 매주 전단지를 받아보자였기 때문이다. 

 

 

전단지를 카드에 싣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배달을 한다

 

그리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우체통에 집어 넣어야 함

 

 

 

이번 주까지 벌써 네 번이나 배달을 하였다. 지난주까지는 너무나 습하고 더워서 배달을 하고 오면 땀이 범벅이 되었지만 이번 주부터는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최고 기온이 22~24도 정도) 배달하기 아주 쾌적했다. 그래도 동네 한 바퀴를 다 배달하는데 나와 딸아이가 둘이 해서 40~50분 정도가 걸린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라도 한다면 전단지를 일일이 비닐봉지에 집어넣어야 하니 총 한 시간 이상은 걸린다는 소리이다. 내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의 최저 시급이 14불이니 최저 시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딸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배달을 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전단지를 일일이 비닐 봉지에 집어 넣어야 한다. 정말 본전도 못 뽑는 날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네 번이나 배달을 완료했음에도 입금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명문에 따르면 2주에 한 번씩 입금이 된다고 하였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입금 계좌 등록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어느 기한을 넘기면 다음 입금일로 넘어가기 때문에 우선 기다려 보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4주가 넘어가니 이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돈을 받지 못했다고 메일을 보냈다. 얼마 있다가 답장이 와서 보니 자기네 실수로 그전에 배달하던 사람에게 계속 입금이 되고 있었다고 했다. 미안하다며 금액을 잘 정산해서 다음번에 보내준다고 한다.

 

뭐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라서 앞으로 잘만 들어온다면 상관없으니 확인해 주어서 고맙다고 답을 했다. 그래도 2주 후 처음 입금이 되어 딸에게 그 돈을 주면 딸아이가 무척이나 기뻐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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