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원래 아시는 분이 개설한 킹스턴 카페의 활성화를 위해 올렸던 글인데 워낙 사람이 적은 동네라 그런지 카페의 활성화가 쉽지 않았다. 아무튼 공들여 쓴 글을 그냥 묻혀두기도 아쉬워서 이 블로그에 옮겨와 보았다. 옮겨오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적어보았다.

 


 

2년 전, 둘째가 학교에 들어가고(*) 막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서 와이프는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서 야드 슈퍼바이저(Yard Supervisor)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는 리세스(Recess, 쉬는 시간)나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서 놀기 때문에 그때 아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학교 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지켜보기도 하지만 스태프들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로 야드 슈퍼바이저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 온타리오에서는 만 4세가 되는 해부터 Junior Kindergaten을 가기 시작함

 

특히 2021, 2022년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야드 슈퍼바이저뿐 아니라 학교 일을 도와줄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리세스 시간에 모든 학년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가 놀기 때문에 2~3명의 야드 슈퍼바이저만 있으면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각 학년 별로 코호트 그룹을 만들고, 그 그룹별로 따로따로 리세스를 진행하여 더 많은 야드 슈퍼바이저가 필요하였다. 그래서 예전에는 야드 슈퍼바이저가 오전 30분, 오후 30분 정도 일하면 되는 자리였는데 와이프는 하루에 2~3시간씩 일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최저 시급을 받는 자리였지만. 

 

그렇게 학교에 가서 자주 일을 하다 보니 학교에 EA(Educational Assistant)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보조 교사' 정도로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캐나다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폐 성향의 아이들이나 학습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을 특수한 학교나 학급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과 섞여 생활하게 한다(물론 매우 심한 경우를 위해서 스쿨보드 차원에서 운영하는 특수반이 존재). 그런 학생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바로 EA들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딸 아이가 받아 온 Year Book(학교 앨범 같은 것)에 선생님처럼 보이는 사람이지만 선생님이 아닌 사람이 이 반 저 반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길래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한 적이 있다. 선생님들이 소개되어 있는 페이지를 봐도 이 사람이 소개되어있지 않고 딸아이도 누군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이 아마 EA였나 보다. 

 

한편 팬데믹 2년차인 2021년 9월부터 다시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선생님이나 ECE(Early Childhood Education) 선생님, EA, 사무실 직원 등 스태프들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학교마다 그런 사람들 역할을 대신할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다. 원래 학교 스태프가 빠지게 된다면 스쿨보드에서 운영하는 SmartFind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인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모든 학교에서 스태프가 부족하다 보니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각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밤낮으로 비상 연락망을 돌려 보충할 사람을 찾기에 바빴다. 자격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학부모, 자원봉사자 등 전화번호가 남아있는 사람에게 매일 같이 전화를 돌렸다. 그 결과 마침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던 와이프는 심심치 않게 서플라이 EA나 서플라이 ECE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는지 유치원 선생님, 프렌치 선생님과 Gym 선생님을 대신해서 일을 하기도 했다. 

 

워낙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라임스톤 교육청과 카톨릭 교육청에서는 캐주얼(파트타임과 유사) EA를 계속 모집하였다. 와이프도 어차피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지원을 하였다. 오랜만에 이력서도 쓰고 그룹 면접도 보았고 자랑스럽게도 와이프는 이 모든 것을 통과하여 2022년 초부터 정식으로 캐주얼 EA가 될 수 있었다. 참고로 라임스톤 교육청은 겨우 캐주얼 EA를 모집하면서 온갖 것을 다 요구하는데, 최근에는 동영상으로 자기소개 영상을 만들라고도 했단다. 

 

앞에서 EA의 역할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와이프가 실제로 EA로 일을 하다 보니 조금 더 많은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을 도와서 학습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기도 하고, 아이들 스쿨버스 내리고 태우는 것도 돕고,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야드에서 아이들 지켜보기도 하는 등 정말 다양한 일을 한다. 특히 행동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Behavioral Issue)을 맡아서 도와주는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한다.

 

 

서문이 매우 길었지만, 아무튼 캐나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시간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물론 아래는 예시에 불과하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고, 선생님 마다도 조금씩 다르고, 학년 별로도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로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저렇게 생활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킹스턴 지역 초등학교 저학년 시간표 예시

8:30 am -
9:00 am
Quite
Reading
Quite Reading은 모든 학년이 공통적으로 갖는 시간.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집에서 들고 오거나 학교에 있는 책을 골라서 혼자서 읽는 시간.
캐나다에서는 책을 잘 읽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듯. 우리나라야 글씨를 못 읽는 아이들이 있을리가 없지만 여기는 4~5학년이 되도록 영어를 잘 못 읽는 아이들이 많음.
이 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 개별적으로 Reading Level Check를 함. 리딩 레벨이 낮을 경우 EA와 따로 책을 읽기도 함. 아이들의 리딩 실력이 부족할 경우 적극적으로 EA를 붙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좋을 듯.
9:00 am -
10:00 am
Literacy
Literacy 시간에는 선생님과 글짓기, 영어 읽는 법(Phonics) 등을 배우는 시간. 위에서도 언급하였듯 읽고 쓰기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Reading, Literacy의 비중이 큼.
10:00 am -
10:30 am
Brain Break or Library(주 1회)
열심히 공부했으니 약간 편하게 공부(게임 같은 것을 하면서)하는 시간. Just Dance 같은 것을 틀어 놓고 같이 춤추고 그런다고 함.
주 1회 학교 도서관에 가기도 함.
10:30 am -
11:10 am
Nutrition
Recess
간식 시간. 점심 시간 이전에 간식 시간이 있기 때문에 도시락이 두 개 필요함. 저학년의 경우 간식 시간에는 Healthy Food(야채, 치즈, 크래커, 머핀 등 초코렛이 안 들어간 것)를 먹도록 유도함(도시락은 나중에 이야기를 할 예정)
11:10 am -
11:50 am
French
매일 프렌치 시간이 있으나 일반 학교에서는 아무리 프렌치를 해도 정말 형편없음.
11:50 am -
12:30 pm
Science or
Math
캐나다에서도 수학/과학은 중요하여 매일같이 수학/과학 시간이 있지만 한국에 비하면 수준이 형편 없음. 예를 들어 나누기를 하는데 개구리가 뛰는 그림이 꼭 나오는데 도대체 나누기랑 개구리랑 무슨 상관인가 싶어서 유튜브로 영상까지 찾아보았음.
12:30 pm -
12:50 pm
Free Play
열심히 공부했으니 약간 쉬는 시간. 선생님에 따라 다르나 고학년으로 갈 수록 이런 시간이 적고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남
12:50 pm -
1:40 pm
Luch Break
코로나 때문에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보통 점심시간은 20분 정도만 먹고 다 먹든 못 먹든 무조건 시간 되면 도시락을 덮고 밖에 나가야 함. 이렇게 밖에 나가서 노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친구들이 별로 없으면 아이들에게는 참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음. 우리 첫째도 점심 때 뭐했냐 물으면 혼자서 걸어다녔다고 해서 마음 아팠던 때가 있음.
아이들이 적극적인 성격이면 알아서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엄마 아빠들이 Play Date를 주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 아이들을 도와 주어야 함(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를 할 예정)
1:40 pm -
2:20 pm
Social Study or Gym
Social 시간은 말 그대로 '사회'로 지리, 역사 등을 배운다고 함.
2:20 pm -
3:00 pm
Free Play
할 것 다했으니 집에 갈 준비하면서 가벼운 공부를 하는 시간.
못한 과제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2:45 정도부터는 가방 싸고 그런다고 함.

 

참고로 학교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은 같은 교육청 내라도 학교에 따라 모두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8:30에 시작을 하는데 초등학교 중에서는 가장 빨리 시작하는 편에 속한다. 8:40에 시작하는 학교, 9시에 시작하는 학교 등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드랍오프/픽업 계획을 세우는 경우 미리 학교 홈페이지 같은 곳에서 등/하교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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