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이번에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가장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간인 Recess에 대해서 말을 해보고자 한다.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는 우리 부부로서는 이 Recess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했다. 그저 우리가 학교 다닐 때처럼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고 점심때 길게 점심시간이 있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와이프가)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 시간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캐나다 초등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Recess 시간이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이렇게 두 번 있다. 수업 사이에 10분씩 쉬고 한 시간 정도 점심시간을 갖는 한국과는 달리 이곳의 Recess 시간은 30~40분 정도로 길다. 점심 Recess의 경우 20분 정도 점심을 먹고 30분 정도밖에 나가서 놀기 때문에 어쨌든 30~40분 정도씩 두 번을 밖에서 보내야 한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무조건 나가는데 폭설 주의보와 같은 주의보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나간다고 봐야 한다. 여름이야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겨울에는 정말 추울 수 있으니 정말 따뜻한 옷, 장갑, 부츠, 털모자가 필수이다. 

 

날씨 이외에도 Recess 시간에는 온갖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 시간이 캐나다에 처음 온 이이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갓 전학을 온다면 친구가 있을 리가 없고, 영어도 잘하지 못한다면 30~40분 동안 그저 혼자서 멍하니 운동장을 배회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밖에 나가기 싫다고 하여도 Recess 시간이 끝나기 전에는 교실로 들어갈 수도 없는데, 교실 안에서는 선생님들이 쉬거나 다음 수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와이프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아이들 사이의 문제는 대부분 이 Recess 시간에 발생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통제하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특별히 싸울 일도 없고 왕따를 시킬 일도 없다. 하지만 일단 밖에 나가서 놀기 시작하면 친한 아이들끼리 뭉쳐서 뛰어놀며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뛰어다니다가 다치기도 하고, 아무튼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 딱 좋은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Recess 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문제가 있더라도 선생님이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운동장은 넓고 아이들은 많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선생님은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Recess 시간에는 선생님, EA, Yard Supervisor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자기 반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모두 알아차리기에는 힘들다.

 

결국 학교에 잘 적응을 하려면 이 Recess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자녀가 매우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이상 다른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참 쉽지 않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운동을 잘하면 친한 친구가 생기기 전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그럭저럭 섞여서 놀 수 있는데 여자 아이들은 2~3학년만 되어도 이미 모여서 노는 그룹이 확실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6학년인 우리 첫째 딸도 자기들과 친한 친구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면 운동장에서 혼자서 노는 경우도 있다고 말을 할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아이들 친구들과 Playdate 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기

우선 아이에게 놀고 싶은 친구나 자기에게 잘해주는 친구들이 있는지 물어본다. 여기서 이름이 등장하는 친구를 잘 기억하고 있다가 등/하교 시간에 그 아이들 부모님을 만나게 되면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시작해서 조금 더 안면이 트이면 '너네 아이가 우리 아이를 잘 챙겨주어서 우리 아이가 고마워한다' 등등 조금 더 다가가 본다. 그리고 나중에 Playdate를 하면 어떨지 물으며 전화번호를 교환한다. 그렇게 번호를 받고 나중에 약속을 잡아서 주말에 본인의 집에 초대하거나 같이 공원에서 노는 식으로 Playdate를 한다.

 

2. 선생님과 면담하기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하는 경우 우선 아이이게 힘든 점이 무엇인지,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물어봅니다. 만약 친구들이 괴롭힌다거나 같이 놀 친구가 전혀 없다고 말을 할 경우 우선 선생님과 면담을 하는 것이 좋다. 면담이라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우선 등/학교 시간에 선생님에게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본 후 '아이가 친구가 없어서 너무 힘들어한다. 어떻게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와 같은 식으로 대화를 한다. 제대로 된 선생님인 경우 자기도 도와주겠다고 할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말을 하기 전에는 누가 먼저 알아서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문제가 있으면 선생님과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부모가 컬리지에 다니거나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서 등/학교 시간에 다른 학부모나 선생님을 만날 일이 없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누가 절대 먼저 도와주지 않으니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서 면담 일정을 잡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캐나다 초등학교 생활'을 주제로 쓴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듯 이 글들은 원래 다른 카페에 올렸던 글들이다. 처음에는 더 많은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금방 주제가 소진되었다. 그래서 이번 글이 마지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와이프는 계속해서 학교에서 EA로 일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쓸만한 주제가 생길 때마다 글을 쓰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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