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나이가 들어 캐나다로 이민을 온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곳의 교육 시스템 중 낯선 것들이 여러 가지 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다던지, 생각보다 긴 시간의 Recess(쉬는 시간)가 있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렇다. 그리고 일 때문에 가끔씩 고등학교에서 가서 검사(Inspection)를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고등학교인지 대학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가 언제나 신기하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 그저 교실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만 해야 했는데 여기 학생들은 수업 시간인 것 같은데도 뭐 이리 잘도 돌아다니는지...

 

아무튼 처음에는 학교마다 EA(Educational Assistant)라는 사람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 첫째 아이가 2~3학년 정도였을 때 받아 온 학교 앨범(Year Book)을 보니 처음 보는 어른이 이 반 저 반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당시 나와 와이프는 이 사람을 보면서 이 분은 선생님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길래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은 것일까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이 EA여서 자신이 일했던 반마다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이 EA는 한국 교육 시스템에는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일 대 일로 대응이 되는 직업은 없지만 그냥 '보조 교사' 나 '특수 교사' 정도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리고 온타리오에서는 EA (Educational Assistant)라고 불리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TA (Teaching Assistant) 등으로도 불린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다른 지역에서도 EA나 TA로 불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본격적으로 EA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EA가 하는 일

EA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정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한국에도 많을 텐데 왜 한국에는 EA가 없고 캐나다에는 EA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캐나다에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수 학교와 일반 학교를 나누어 별도로 교육하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모든 학생들을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려고 한다(Inclusive Learning).(*)

(*) 물론 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는 특수반이 있긴 하지만 이들 또한 궁극적으로 일반 학급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그 결과 한 학급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 장애가 있는 아이 등등이 모두 섞여서 함께 공부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당연히 선생님 혼자서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캐나다에서는 학교마다 EA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한편 EA가 도와주는 학생들은 주로 자폐 성향(Autism)이 있는 아이들, 행동에 이슈가 있는 아이들(Behavioural Issue, 문제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이슈'라고 씀), 학습 장애(Learning Disability)가 있는 아이들이다. 이때 '도와준다'는 개념은 모두 상대적인 것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에 따라서 해야 하는 일이 아주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시간마다 튜브로 음식을 주입을 해주어야 한다. 또 스스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기저귀를 갈아주기도 한다. 학교를 뛰쳐나가려는 자폐 성향의 학생의 경우 따라가서 학교로 다시 돌아오게 하기도 한다.

 

물론 조금 더 정적으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기도 하고 함께 Body Break(말 그대로 별도로 잠깐 휴식 시간을 갖고 몸을 쓰는 시간)를 갖기도 한다. 학교에 따라서는 EA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가서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와이프가 담당하고 있다는 교실

 

 

2. EA의 급여

급여는 지역(교육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도시로 갈수록 시급도 높아지는데 예전에 보니 토론토 지역은 시급이 30불 가까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와이프가 속해있는 킹스턴 지역의 교육청의 경우 현재 23~25불 수준이다. 특이한 사실은 같은 지역이라도 카톨릭 교육청의 경우 시급이 1~2불 정도 낮은 경우가 많다.

 

한편 EA의 정확한 시급이 궁금하신 경우 그 지역의 EA가 속해있는 노조(주로 CUPE 일 듯)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노조에서 단체 협약(Collective Agreement)을 업로드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속에서 임금 테이블을 찾을 수 있다. 아래는 한 예로 킹스턴 지역의 교육청인 Limestone District School Board와 EA가 속해있는 노조인 CUPE 1480 사이의 단체 협약 중 임금 테이블을 가져와 보았다. 

 

2020년 이후 연봉 테이블은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못함.

 

다른 지역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무튼 위의 테이블을 기초로 하여 몇 가지 언급을 하고 싶다.

 

우선 생각보다 시급이 매우 낮다. 현재(2023.02) 온타리오 최저 시급은 15.5불인데 킹스턴 지역 EA의 시급은 겨우 23~25불에 불과하다. 물론 만 20세에 컬리지를 졸업하여 EA가 된다면 그 정도 시급도 충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임금 테이블이 단 두 단계(Start & 1 Year)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오랜 시간을 근무해도 시급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호봉이 올라가야 일할 맛이 날텐데 말이다.

 

그리고 위의 표를 보면 Classification이 EA I과 EA II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다른 지역은 구분이 다를 수 있음). 간단하게 말하면 EA I는 컬리지 학위(College Diploma)가 없는 사람, EA II는 컬리지 학위가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즉, 컬리지에 많은 돈을 들여 학위를 딴다고 해도 겨우 1불 정도밖에 시급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사회 초년생이나 캐나다 내 신분 문제 때문에 컬리지에 다니는 것이 아닌 경우 그냥 EA I로 일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만드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EA의 급여를 이야기할 때 시급뿐만이 아니라 근무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와이프가 속해 있는 교육청의 경우 정직원(Permanent)이나 장기 계약직(Long Term)의 경우 하루 최대 6.75시간, 주 33.75시간을 근무한다. 하지만 시급에서 연금, 보험, 노조비 등이 공제되어 결국 시간당 20~21불 정도를 받는 수준이다. 또한 여름 방학 동안에는 일이 없어서 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EI(실업 급여)를 신청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한다(*).

(*) 이 부분은 100% 확실할 수가 없어서 후에 수정이 필요한 경우 수정 예정.

 

단기 계약직(Casual, Short Term)의 경우 하루 최대 6시간, 주 30시간 근무이고 PA Day(지역에 따라서는 PD Day)나 공휴일에는 급여를 받지 못한다. 다만 단기 계약직은 별로의 휴가나 보험이 없기 때문에 시급에서 약 10% 정도를 추가로 지급하기 때문에(In Lieu of vacation/insurance) 시간당 25~27불 정도를 받는다. 시급 자체는 단기 계약직이 정직원보다 20~30% 높기 때문에 보험이나 연금(지역에 따라서는 단기 계약직에게도 연금 혜택이 있을 수 있음)이 필요 없거나 어디에 얽매이기 싫은 사람들은 계약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단기 계약직도 방학 중 실업 급여를 받을 수는 있으나 전년도에 420시간 이상 일해야 신청이 가능하다(자세한 것은 캐나다 정부의 실업 급여 방침 참조).

 

 

결국 이 EA라는 직업은 시급이 너무 낮고 근무 시간이 짧기 때문에 이 직업으로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배우자와 맞벌이를 하거나 추가로 부업을 하지 않는다면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이프 주변의 많은 EA들이 부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번에 EA나 ECE들이 파업을 하는 경우 이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2022년 온타리오 EA 파업 당시 홍보물. EA들의 연평균 수입이 3만9천불밖에 되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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