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에 살고 있는 엄마들의 고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도시락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학교에서도 급식이 제공되고 회사에서도 대부분 구내식당이 있으니 도시락 쌀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여기는 학교에도, 회사에도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들이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처음에는 캐나다의 학교에서 급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알러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알러지가 있는 학생들이 많아서 학교에는 절대 땅콩이 들어간 모든 것을 가져가면 안 되고(Nut Free) 같은 반에 특정한 음식에 알러지가 있는 학생이 있을 경우 별도로 안내를 해서 싸 오지 못하도록 한다. 그런데 캐나다와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을 바로 아래 동네 미국만 해도 'Nut Free'와 같은 문구를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알러지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급식을 하지 않나 보다고 혼자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없다고 한다. 예전에 뉴스를 들으니 G7 국가 중 캐나다가 유일하게 급식(National Food Program)이 없는 국가라고 한다(다만 Atlantic Canada와 북부 준주들은 대부분 급식이 있다고 함). 

 

 

아무튼 와이프도 처음에는 아이에게 도대체 무엇을 싸주면 좋을지 몰라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도도 해보았다. 처음에는 정성을 들여서 싸줘 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싸줘 보기도 하였지만 몇 년의 경험 끝에 알게 된 것은 예쁘고 자시고 시간 안에 빨리, 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먹기 편하고 잘 흘리지 않은 것을 위주로 싸주고 있다. 특히 저학년 아이의 경우 점심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점심시간이 끝나면 다 먹지 않아도 그냥 다 덮게 함) 오래 씹거나 뚜껑을 열기 어렵거나 흘리기 쉬운 도시락의 경우 다 먹지 못하고, 흘리고 난리 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편하게 먹고, 빨리 다 먹을 수 있는 것을 싸주는 것이 좋다. 

 

한편 여기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우리로서는 남들이 무엇을 싸 오는지 참 궁금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답도 잘 안 해주고. 그래서 와이프가 학교에서 EA로 일하게 된 이후 다른 아이들은 무엇을 싸 오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캐나다나 한국이나 세상 돌아가는 것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정성 들여 도시락을 싸주는 학부모도 있는 반면에 머핀 하나, 초코바 하나 덜렁 넣어주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그냥 팀 홀튼스 봉지 채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고 중간에 맥도날드 봉지를 들고 나타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여기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을 주로 싸 온다고 한다.

 

 

1. Nutrition Recess(간식 시간, 보통 점심시간 전에 있는 경우가 많음) 용 Healthy Food

오이 / 당근과 같은 생채소

크래커 / 치즈

과일

요거트

머핀 / 베이글

그래놀라 바

 

선생님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간식 시간에는 초콜릿이나 설탕이 적게 들어간 음식을 먹도록 교육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배가 고플 경우 점심에 먹을 것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점심시간에 먹을 것이 없어서 오후 내내 배가 고프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참사를 방지하고자 보통 선생님들이나 EA들이 점심때 먹을 것을 남겨두라고 지도를 하기도 한다.

 

 

2. Lunch Break(점심시간) 용 도시락

각종 샌드위치 / Wrap

동양계 학생들은 볶음밥, 김밥, 만두 등도 많이 싸 옴

베이글 / 머핀 등 빵류와 수프(그냥 팀 홀튼스 봉지 채로 빵이나 수프를 넣어 보내는 경우도 많음)

치킨 너겟 / 피자

디저트류 - Gummy, 초콜릿, 칩, 쿠키 등등

점심시간에는 달달한 것들이 허용되기 때문에 디저트로 달달한 것들을 많이 싸 온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캐나다에서는 넛 프리(Nut Free)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땅콩버터나 아몬드, 밤, 소보로빵 등등은 절대로 보내면 안 된다. 선생님 눈에 띌 경우 그것들을 꺼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점심을 못 먹게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같은 반에 알러지가 심한 아이들이 있을 경우 엄청난 민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서 간식이나 점심이 모자라지는 않는지, 먹기 싫었던 것들은 없는지,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와이프가 옆에서 지켜보니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시락이 모자란 아이는 항상 도시락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집에서 절대 안 먹는 것을 매번 싸줘서 매일같이 쓰레기 통에 버리는 경우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도시락을 너무 잘 싸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서 적당한 양과 적절한 속도로 먹을 수 있는 최적의 메뉴를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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