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6월 28일 작성

 

 

2015년 1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력서를 제출하기 시작했지만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느 회사든 연말에는 쉬는 날도 많고 인사 이동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하기에는 좋지 않은 기간이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런 것을 알지도 못했을뿐더러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어쨌든 여기저기 지원하고 연락을 기다렸을 것이다.

 

아무튼 들리는 소식들은 흉흉한 이야기들밖에 없는데 연락 오는 것은 없어서 혼자 마음 졸이며 백수 생활을 이어가던 때였다. 그런데 2015년 1월 중순이 되자, 기록해 놓은 것을 보니 정확히 2015년 1월 13일이다, 처음으로 인터뷰를 오라고 연락을 받게 된다. 참으로 인상적인 순간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도 어떤 상황에서 전화를 받았는지 기억이 난다.

 

백수 생활 중이라 아이를 Preshcool에 맡겨 놓고 와이프와 도서관에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는 것이었다. 뭘까 싶어 받아 보니 Nova Chemicals 이라는 회사였는데 다음 주에 인터뷰를 하고자 하니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것은 물으나 마나 당연히 괜찮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였고 그로부터 정확히 1주일 뒤 면접을 보러가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하여 2015년 1월 20일 Nova Chemicals 의 Unit Inspector Position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침 당시에 써 놓은 글이 있으니 우선 아래의 글을 참고하여 당시의 나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여 보자.

Joffre 가는 길 (2015.1.31 작성)

 

 

 

모두들 위의 글을 읽었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당시 HR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나는 1주일 뒤 공장에서 담당자들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집에 차도 한 대밖에 없었을 때라 먼길을 가기 위해 전날 렌트카를 빌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1월인지라 해가 짧아서 운전하고 가고 있으려니 동이 텄다.

 

도착해서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고는 사무실 건물로 들어가 공장의 HR 담당자와 Team Leader를 만나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Lead Inspector 2명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가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1. What do you know about Nova and why did you apply?

2. How did you do to meet the deadlines?

3. What did you do to help co-worker to meet his deadlines?

4. Tell examples of new technical methods which were used.

5. Why did you come to Canada?

6. Conflicts with co-workers / relevant teams

 

인터뷰어 4명이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종이에 적힌 무수하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끝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저 정도였다. 정말 어느 순간부터는 그만 물어보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캐나다에서 진행한 첫 번째 인터뷰여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내가 더욱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이 면접의 경우에는 기술적인 것은 별로 안 물어보고  'Behavioural Job Interview Questions' 유형의 질문만 엄청 많이 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현지의 인터뷰 관련 세미나나 자료들을 보면 이 Behavioural Job Interview Questions 이야기들이 많이 보인다. 위의 예를 든 것 중에서 보면, 과거 동료와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했는가, 데드라인을 어떻게 맞췄는가 하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나중에 다른 면접에서도 물론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받기는 했지만 저렇게까지나 많은 수의 질문을 받지는 않았다. 엔지니어나 Inspector 면접의 경우 보통 기술적인 내용을 물어보고 저러한 질문들은 인터뷰에 같이 들어 온 HR 담당자가 1~2개 질문 정도 곁다리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무튼 한국말로도 답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영어로 하려니 땀이 뻘뻘 났다.

 

그렇게 힘든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Lead Inspector 한 명이 차를 태워서 공장도 한바퀴 보여주었다. 차에서 잘 보이려고 이런저런 질문도 해보았다. 그리고 HR 담당자의 사무실로 들어가 Benefit과 연봉 수준에 대해서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앞으로 일하게 될 Government Agency가 아니라 일반 사기업이라 그런지 연봉과 복지가 참으로 좋았다. 8년 차 Field Inspector라면 9만 ~ 10만 불 정도에서 시작되니 말이다 (물론 이 조차도 북쪽의 Camp Job에 비하면 비교할 것이 아니지만).

 

면접 후 동일 업계에서 일하고 계시는 아는 형님과도 이야기 해보고 혼자서도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연봉이랑 Benefit까지 알려 줄 정도면 같이 일 하자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에드먼튼에서 레드디어로 이사는 어떻게 가면 좋을까 생각을 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렇게 결과를 계속 기다렸는데 몇 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HR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보기에 이르렀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 이게도 탈락.

망할!

그럴 것이면 면접만 하고 집에 가라고 하지 왜 이것저것 보여주었단 말인가!

 

당시 나에게 주었던 회사 설명 자료와 Benefit 자료. 지금 생각해 봐도 인터뷰를 본 후 저 정도까지 알려주는 것이면 '넌 됐다'의 뜻인 것 같은데 말이다....

 

이제와 탈락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왠지 너무 Newbie 티가 나지 않았을까 싶다. Inspector 같은 현장직인 경우에는 적절히 단정한 옷만 입고 가면 되었을 텐데 나는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갔다. 뭐 그런 점에서부터 초심자 티가 났을 테니 질문에 대한 답이나 나의 경력들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아마 나 말고 면접을 보았던 사람들 중 캐나다 사람이거나 좀 더 현지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지 않았을까 싶다.

 

예상하지 못했던 면접 탈락에 대한 충격이 꽤나 컸지만 어쨌거나 나중에 왕복 차비로 백여불 짜리의 수표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씁쓸하게도 캐나다에서 처음 벌어 보는 돈이라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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