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9월 23일 작성

 

 

우리 나라에는 아직까지 작동되는 증기기관 엔진(Steam Engine)이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아직도 꽤나 많은 Steam Engine들이 남아있다. 비록 그러한 장치들의 대부분이 관광용이나 레저용으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보통 우리가 아는 '증기기관차'는 영어로 Steam Locomotive라고 하는데 관광용으로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기차가 여럿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월드에 가보면 이 증기기관차가 사람들을 태우고 잘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일을 했던 사스카추완에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Steam Traction Engine이라는 것이 조금 남아있었다. 이 것의 기본적인 원리는 증기기관차와 동일한데 그 보다는 크기가 훨씬 작아서 증기기관차에 비한다면 꽤나 귀여워 보인다. 이 Steam Traction Engine을 쉽게 설명하자면 예전에 농촌에서 사용되던 트랙터이다. 요즘에는 모든 트랙터들이 디젤엔진으로 되어있지만 그것이 나오기 전에는 이 트랙터들도 기차와 마찬가지로 스팀을 이용한 트랙터를 사용하였다.

 

사스카추완은 말 그대로 그저 허허벌판으로 평평한 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도시만 벗어나면 그저 모든 곳이 밭이다. 그렇게 때문에 무수히 많은 농기계들이 필요하고 트랙터도 자주 눈에 뜨인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사용되던 Steam Traction Engine 중에서 잘 보존된 장치들은 아직까지도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증기기관차나 Steam Traction Engine은 기본적으로 '보일러'이기 때문에 관광용이든 무슨 용도이든 사용을 하려면 보일러와 동일하게 각 주별 기관으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나는 예전 회사에 있으면서 딱 한 번 이러한 기계를 검사할 일이 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희귀하고 좋은 기회였다. 내가 언제 이렇게 오래된 장치들을 검사할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 내가 있는 온타리오에는 사스카추완보다는 훨씬 많은 수의 Steam Engine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오래된 장치들을 검사할 수 있는 검사원들은 따로 정해져 있어서 내가 그러한 장치들을 검사할 일은 아마 다시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이 글은 다시 읽어 봐도 즐거운 글이다.

 

 

아래는 2015년 7월 7일 처음 작성

 

 

TSASK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에서 Inspector Seminar를 했는데, 당시 'Steam Traction Engine'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Steam Traction Enginer' 자체가 무엇인지를 모르니 처음에는 당연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이것이 뭔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우리 나라에서라면 '증기기관차'라고 불리는 녀석들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었다.

 

증기기관차라고 하니 순간 흥미가 급격히 증가하여 조금 더 알아보니,이 Steam Traction Engine은 기본적으로 Fire Tube Boiler와 동일하며 이 Fire Tube Boiler는 과거에 선박, 기차에 많이 쓰였고 현재까지도 소규모 보일러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토마스 기차의 경우 기차에다가 석탄을 집어넣는데 바로 이 토마스가 Fire Tube Boiler인 것이다. 이 보일러에서 생산된 스팀을 열원으로 이용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보일러가 되는 것이고, 스팀으로 피스톤을 돌려서 움직인다면 증기기관차 (Steam Locomotive) 나 Steam Traction Engine이 되는 것이다.

 

 

Fire Tube Boiler 는 매우 단순한 형태의 보일러지만 현재까지도 많이 사용되는 디자인이다.



물론 현재 남아 있는 Steam Traction Engine은 과거와 같은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사실 증기기관차가 사라진 것도 디젤엔진에 비해서 운전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인데 Steam Traction Engine 들도 이제는 박물관에나 남아있고 일 년에 며칠 정도 전시용으로 사용될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시용으로 단 며칠을 운전하더라도 이 또한 Boiler이기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 검사를 실시하고 Licence를 발급하는 것이다.

 

현재 사스카추완에는 아직까지도 움직이는 Traction Engine이 22기 정도 있으며, 대부분 사스카추완 곳곳에 흩어져 있는 West Development Museum (WDM)이라는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면서, 일 년에 며칠 정도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실제로 작동을 해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2015년 7월 7일)은 Yorkton에 있는 West Development Museum(WDM)에 검사를 하러 가게 되었다.

 

 

Yorkton West Development Museum 외부에 전시되어 있는 온갖 오래된 농기구들

 

 

사실 박물관에 가서 실물을 보고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Traction Engine은 증기기관차(Steam Locomotive)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 사진처럼 땅 위를 움직이는 Steam Engine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Traction Engine은 주로 Tractor에 많이 적용되었고, 아마 사스카추완에서 현재까지 움직이는 Traction Engine들은 전부 이런 트랙터가 아닐까 싶다.

 

 

위의 사진이 바로 오늘 검사한 Traction Engine이다. 제작년도는 1914년. 무려 101년이나 된 장치이다. 아직도 움직인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놀랍게도 이 장치를 제작한 Waterloo Manufacturing Company는 현재도 회사가 온타리오에 존재한다. 다만 이제는 직접 보일러를 제작하지는 않고 설치와 관리를 하는 회사이다.

 

나는 트레이닝 차원에서 다른 검사원 아저씨를 따라간 것이었는데 모든 것이 신기하여 옆에서 아저씨를 따라서 검사를 하였다. 일반 보일러처럼 불을 때는 Fire Box는 내부에서 검사를 하였고, 물이 들어가는 Water Box 쪽은 Inspection Hole을 열어서 검사하였다. Fire Box로 들어가는 입구가 너무 작아서 엉덩이 위쪽까지만 집어넣고 살펴보았는데,내부에 약간의 부식이 있긴 하였지만 100년이 넘은 장치 치고는 괜찮아 보였다.

 

이 Traction Engine의 경우 아마도 트랙터로써의 역할을 마친 이후 그나마 관리가 잘 되었던 같다. 이 장치 주변으로 5대의 Traction Engine들이 더 있었는데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박물관의 담당자는 작동이 안 되는 다른 장치들 보며, '이 Engine는 단 2대밖에 생산이 안되었던 건데...', 이 Engine은 현재 몇 대밖에 안 남아 있는 건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왠지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디젤 트랙터의 보급으로 이 장치들은 아마도 빠르게 현장에서 퇴출되었을 것이고 퇴출당했을 50~60년 전에는 이것이 나중에 이만큼의 가치가 있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는 수압 검사를 하였다. 현재 사스카추완에서는 법적으로 Traction Engine은 100 psi 이하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수압 검사는 200 psi에서 실시한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검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장치라고 한다면, 한 40년 정도 된 장치였는데 정유공장에 설치된 장치였기 때문에 수압 검사를 하면 당연히 Leak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100년이 넘은 장치이다 보니 수압 검사를 하는데 온갖 연결 부분에서 물이 줄줄 새는 것이었다.

 

그래도 녀석의 나이와 상태를 최대한 고려하여 Leak가 되는 연결 부분은 최대한 조여 가면서 어찌어찌 수압 검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사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역할이지만 워낙 쉽게 구경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게다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겨우 일 년에 한 번이니, 불을 피우고 작동 테스트를 하는 것까지 기다리기로 하였다.

 

박물관 담당자가 보일러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연료는 나무를 사용했는데 스팀이 만들어지기 까지 무려 1시간 정도 걸렸다. 그 이후 압력이 높아져 피스톤을 움직이는데도 또다시 30분 정도 더 소요되었다.

 

재미있는 것이, 제작 당시에 상표의 주물(Casting)이 잘못되었다. WATERLOO에서 'RL'이 빠져있고, LIMITED에서 'IM'가 빠져있다. 동전이나 우표도 잘못 제작되어 유통된 것은 엄청 고가에 팔린다던데...

 


내가 아주 흥미있어 하니 관리하시는 분이 휘슬을 당겨보라고 하셨다. 아주 신나는 경험이었다.


 

2시간 정도 기다리니 본격적으로 피스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2시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본격적으로 피스톤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예상을 했던 것보다는 피스톤이 움직이는 속도가 꽤나 빨랐다. 관리자 아저씨 말로는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최대 속도는 8km/hr 정도라고 한다. 이날의 경우 스팀의 압력이 약간 낮아서 Engine이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참으로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GghxJi8KAEc&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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