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다음은 2015년 5월 27일에 쓴 글임

 

 

캐나다는 무척이나 추운 나라이기 때문에 보일러가 무지 많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한국도 겨울은 꽤나 춥기 때문에 보일러가 분명 많을 텐데,한국에서는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지 적은지, 또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몰랐을 뿐 누군가가 나처럼 열심히 검사를 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뭐 캐나다에 사는 일반 사람들도 온갖 건물 속에 온갖 종류의 보일러가 있는 줄은 모르겠지...

 

캐나다에서는 각 주정부에서 Pressure Equipment를 관리한다. 그중에 BC / AB / SK / ON에서는 주정부에서 별도로 분리된 정부 관련 기관에서 관리한다(나머지 주들 중에서도 분리된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각각 BCSA (이제는 TSBC) / ABSA / TSASK / TSSA 라는 기관에서 Pressure Equipment를 관리하는데 각각의 주별로 규제하는 범위나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큰 줄기는 대략 비슷할 것이다.

 

즉, Boiler 검사는 1년 또는 2년 주기로 주정부 또는 관련 기관에서 직접 수행한다. 이럴 수가 온타리오에서는 보험회사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어서 직접 수행하지 않는 기관도 있는데 당시에는 몰랐다!

 

예전에 회사 면접할 때 High Pressure Boiler와 Low Pressure Boiler의 차이를 물어봤는데 그때 당시에는 질문을 받고서야 보일러에도 종류가 있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북미 지역에서 보일러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Pressure Equipment 설계의 Bible이라고도 할 수 있는 ASME Boiler and Pressure Vessel Code 자체가 20세기 초 무수히 많은 보일러들의 폭발 사고 이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Code의 Section I 이 바로 Power Boiler가 아니더냐.

 

아무튼 한국에서는 보일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왜냐하면 내가 일하던 정유소에도 큰 보일러가 몇 기 있었지만, 문제가 발생해도 결국 물이 새는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저런 생각을 할 기회도 없었다.

 

다시 본래 주제로 돌아와서, 정리하자면 보일러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 High Pressure Boiler : Steam or Vapour Service의 경우 15 psig 이상. Water Service의 경우 160 psig 이상 또는 121도 이상

- Low Pressure Boiler : Steam or Vapour Service의 경우 15 psig 이하. Water Service의 경우 160 psig 이하 또는 121도 이하

 

그리고 Boiler의 Type에 따라 구분하자면, Water Tube Boiler, Fire Tube Boiler, Cast Iron Boiler, Electric Boiler 등으로 나뉜다. 최근에 한국의 한 보일러 회사 홈페이지를 가보니 위의 보일러 대부분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분명이 우리 나라에도 곳곳에 저런 보일러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검사는 누가하는 거지?

 

나의 경우 정유 공장에 있는 Fired Heater만 주로 보다 보니까 보일러들은 약간 특이하게 생겼다고 느껴진다. 우선 Water Tube Boiler는 Fired Heater와 비슷하나 Tube들이 휘어져 있으며 열효율을 높이려고 Tube끼리 붙어있다. 그리고 Fired Tube Boiler는 Flue Gas가 Tube 쪽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몇 번 보다 보니 대충 이해가 가는 것 같다. 결국 원리나 배관의 연결 등은 정유 공장의 장치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낯선 녀석들이 있다. 바로 Cast Iron Boiler이다. 이 녀석은 Boiler 관련 책들에도 사진이 별로 없고 겉만 나와있어서 내부의 구조가 약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접 가서 보아도 내부를 볼 수 있는 구멍이 조그마하여 2~3번을 보았는데도 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시내에 있는 오래된 교회에 가서 (사실 이 일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온갖 곳을 다녀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보통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의 깊숙한 곳을 들어가 볼 수 있다) 검사를 했는데 이 녀석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혼자서 여기 저기 둘러보고 나서 나를 Training 해주는 아저씨가 나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다. 나는 속에 Scale이 조금 있는 것 같은데 그럭저럭 괜찮지 않나 싶다고 말했는데, 글세 아저씨가 말해 주는 곳을 보니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 보일러는 Cast Iron Section을 연결해서 보일러가 구성되는데 그 Section 사이에서 가스켓이 낡아서 물이 샌 흔적이 있었다.


 


Cast Iron Boiler
Boiler 하부에 Leak의 흔적이 보인다 (흰 가루)


 

그리하여 담당자 아저씨에게 수리하시고 다시 검사 요청을 하라고 하였다. 에헤라디야. 우리는 고치라고 말만 하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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