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6년 1월 21일 어느 카페에 썼던 글이다.

 

 

리자이나를 소개하는 글을 보면 오래된 유럽식 건물이 많아서 고풍스럽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운타운 주변으로 100년 정도 된 건물들이 흔하게 눈에 띄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오래된 건물들이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동안 별로 개발이 안되었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도시였으면 금싸라기 땅이라고 불리었을 만한 중심부에 이제는 낡아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건물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니 이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쨌든 그런 오래된 건물에는 오래된 보일러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지난주와 이번주에 마침 오래된 건물들 중 몇 개로 검사를 나갔는데 그곳에서 아주 오래된 보일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위의 건물은 1919년에 Northern Electric Company 라는 곳의 사무실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지금은 사무용품 판매하는 회사의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지하에 내려가니 보일러가 2대가 있습니다. 회사 시스템의 보일러 정보에 따르면 1940년에 제작된 보일러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한대는 작년부터 사용을 중지하고 다른 보일러를 설치하였습니다.

 

 

 

 

아직 사용하고 있는 1대의 보일러입니다.스팀을 생산하는 보일러인데 보일러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센서랑 버너는 모두 현대식으로 설치하여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왼쪽 구석에 보이는 Feed Water Tank였습니다.

 

 

 

제가 보고 깜짝 놀란 이유는 이 장비가 용접이 아니고 리벳 (Rivet) 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타이타닉 호가 가라앉은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빙산에 부딪혔을 때 (불량) Rivet 들이 부러지기 시작하면서 침몰이 시작된다고 하던데 아무튼 제가 알기로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장치들이 한국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가 한국에서는 이렇게 제작된 장비가 남아있는 것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SK에너지 울산 공장에 있는 원유 저장 탱크 중 하나가 그것이었습니다.

 

 

 

다음 건물은 1911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1912년에 리자이나에 엄청난 토네이도가 왔었는데 이 건물은 Tornado가 지나간 길에 서있던 건물 중 몇 안되게 피해가 없었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급하게 사진을 찍느라 잘 안 나왔는데, 아무튼 이 보일러들은 1922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아쉽게도 한 10년여 전에 사용을 멈추었습니다. 그래도 철거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 테니 그냥 놔둔 것 같습니다. 이 보일러도 리벳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1922년에 용접으로 보일러를 만드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 같긴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두 대의 낡은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현재 2000년대에 만들어진 한 대의 보일러만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효율이 그만큼 좋아져서 용량이 Cover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건물 자체에서 열을 사용하는 용량이 줄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와서 보면 당연히 효율이 좋아져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오래된 보일러들을 보면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1922년이면 우리 나라에는 아무것도 없을 때인데 대단하긴 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만큼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서 이제 이 정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단히 열심히 살아 온 민족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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