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9월 20일 작성

 

 

이제 본격적으로 나의 첫 번째 회사에서 했던 일을 써보도록 하자.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은 바로 보일러 검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보일러라고 하면 따뜻한 물이 나오도록 만들어 주는, 벽에 붙어있는, 한마디로 귀뚜라미 보일러를 생각하겠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런 것들은 Water Heater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각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보일러들은 여기서는Tankless Water Heater라고 불리며 캐나다에서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싸서 흔하지는 않다.

 

그래서 어디 가서 처음 보는 한국 사람에게 '저는 보일러와 프레셔베셀을 검사하고 있습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보통의 경우 한국의 귀뚜라미 보일러를 떠올리며 캐나다에서는 집 난방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나는 '아니 그런 일이 아니고 아주 큰 산업용 보일러를 주로 검사합니다'라고 말을 하지만 나중에 만나도 계속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것을 보면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은가 보다.

 

아무튼 보일러는 종류도 많고 크기도 다양하니 그냥 귀뚜라미 보일러 말고 린나이 보일러도 아니고 이런저런 산업용 보일러를 검사한다고 하자.

 

이러한 보일러 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첫 번째가 설치 후에 하는 검사, 일종의 설치 검사가 있다. 두 번째가 1, 2년 주기로 하는 주기 검사, 그리고 마지막이 Repair 검사가 되겠다. 내가 TSASK 에서 일할 당시에는 내가 한 일의 70% 정도가 보일러 주기 검사였다. 그 덕분에 리자이나의 구석구석을 참으로 많이 돌아다녔다. 정말 많이 돌아다녀서 온갖 콘도는 물론이고 웬만한 높은 건물들은 다 가보았다. 매 분기별로 검사 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어서 검사를 해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여서 (주 정부에서 이것에 매우 높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분기별로 만료되는 보일러 리스트를 벽에 붙여 놓고 모두들 어서 빨리 검사를 하도록 노력을 하였다. 

 

약간 어처구니 없게도 이러한 주기 검사를 할 때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보일러 주인이나 관리하는 사람의 연락처 찾기와 전화로 검사 예약하기였다. 공장이나 큰 빌딩에서는 따로 보일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야기하기도 쉽고 예약 잡기도 쉬웠다. 그렇지만 검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용 보일러(주로 콘도나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조그마한 보일러)는 Owner와 연락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일반인 Owner 중에서는 우리가 검사를 나갈 경우 불필요한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나 많이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우리와 같은 Inspector들을 피하기도 하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그 덕에 검사 예약을 위하여 전화를 하도 많이 해서 전화 영어는 엄청 늘었다.

 

그런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보일러 검사를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이유는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겠다) 가끔씩 그때 검사를 하러 여기저기 다니던 일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보일러 검사가 약간은 특수한 분야라서 검사를 하려면 경험이 많이 필요한데 쉽게 경험을 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 글은 예전에 거의 처음으로 보일러 검사를 갔을 때 썼던 글을 옮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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