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20.11.04 최종 업데이트)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캐나다에 살다 보면 자신이 사는 동네에 코스트코가 있는지 없는지는 참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한 가지 예로, 최근 우리 옆 동네 벨빌(Belleville)에 코스트코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 수 있겠다. 한동안 그곳에 코스트코가 들어온다느니 아니니 하는 이야기가 참 많았다. 처음에는 소문만 무성하고 정작 코스트코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없길래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얼마 전 지역 뉴스에서 코스트코 입점이 확정되었다는 것을 알려줄 정도로 기쁜 소식이었다. 

 

한편 한국에 살 때는 우리 가족이라고 해보았자 겨우 2명 또는 3명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대용량으로 파는 코스트코에는 갈 일이 별로 없었다. 한 번은 코스트코에서 파는 케첩이 싸다고 아주 큰 사이즈로 2개 묶여있는 것을 샀는데 1년이 지나도록 한 통도 다 먹지 못하고 버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 캐나다에 오니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 번씩은 꼭 코스트코에 방문해야 한다. 어느새 우리 가족은 5명으로 늘어나 앞서 말한 케첩 같은 것은 정신 차리고 보면 또 사 와야 할 정도이다. 그리고 우유, 계란, 휴지, 키친타월, 빵, 냉동식품, 고기 등 코스트코에서 사야 할 것들이 참 많기도 하다. 사실 이 코스트코는 쇼핑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남아도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곳이다. 길고 긴 겨울 아이들과 할 일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그곳에 가야만 한다.

 

그리고 다들 하나씩 무용담 가지고 있듯이 가지고 있는 코스트코 반납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내가 들어 본 가장 악독한 반납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이후 크리스마스트리를 반납했다는 것과 매년 여름이 지나면 (청소하기 귀찮아서) 바비큐 기계를 반납한다는 것이었다. 하나는 지나가는 뉴스 기사에서, 하나는 라디오에서 와이프가 들은 것으로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정말 악랄하긴 하다. 그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해 본 반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반납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층 침대 반납 이야기. 사스카추완의 리자이나에서 살 때 둘째가 생겨서 미리 이층 침대를 마련하였다. 그러다가 청천벽력같이 회사에서 해고 통지를 받게 되어서 리자이나를 떠나 온타리오의 킹스턴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삿짐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최대한 짐을 줄여야 했다. 그래서 이 이층 침대는 들고 갈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3시간 걸려서 조립했던 이층 침대를 또다시 2시간 정도 걸려서 분해를 한 후 내 소형 SUV에 욱여넣었다. 정말 그 조그마한 차에 다 들어간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거의 쓰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사용하던 이층 침대와 매트리스 2개를 가지고 반납 카운터에 가니 코스트코 직원도 반가워하지 않는 듯했다. 나도 정말 이렇게까지 반납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해고당해서 돈이 정말 궁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왜 반납하려느냐고 묻는 직원에게 나 해고당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니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반납을 받아 주었다. 

 

그리고 다음은 최근에 반납한 체온계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사서 4~5년은 사용하던 체온계가 고장이 나서 2년 전쯤에 코스트코에서 하나 샀다. 그런데 이것은 겨우 2년도 안되어서 고장이 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새로 살까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금방 고장 난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제품 매뉴얼을 찾아보았다. 매뉴얼을 보니 예상 사용기간은 5년이고 품질보증 기간은 2년이라고 해서 당장에 영수증을 들고 (참고로 몇 년이 되었든 코스트코 영수증은 대부분 버리지 않고 보관 중임) 반납을 하였다. 왜 반납을 하냐고 이번에도 물어보았지만 매뉴얼에 품질보증이 2년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반납을 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이상하게 제품을 쓴 것도 아닌데 빨리 고장 나니 반납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제목은 유용한 팁인데 아직까지도 유용한 팁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뭐 유용한 팁이라고는 하지만 다들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공유를 하면 다음과 같다.

 

 

1. Price Match

코스트코를 매주 한 번 이상 가다 보면 대충 내가 사는 제품들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치약이나 칫솔, 샴푸, 세제 등 많은 공산품들이 꼭 언제 가는 한 번씩 할인을 한다. 그래서 할인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할인할 때까지 사용할 만큼 사놓고는 한다. 그런데 정말 목 끝까지 찼는데도 할인을 안 하면 어쩔 수 없이 사야 한다. 나도 씻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목 끝까지 기다렸던 것이기 때문에 며칠 혹은 몇 주 후에 할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아쉬워만 하지 말고 곧바로 당시 제품을 구매했던 영수증을 들고 반납 카운터에 가면 30일 이내에 구입한 제품의 경우 Price Match를 해준다. 혹시나 구매했던 영수증을 잃어버린 경우 언제 이것을 샀는데 Price Match가 되냐고 물어보면 전산으로 구매내역을 확인하고 Price Match를 해주기도 한다.

 

 

2. 반납 시 반납받는 가격

이것은 나조차 최근에 발견한 사실이다. 지난 겨울 코스트코 온라인에서 천장에 설치하는 팬을 할인하길래 방 바다 설치하면 좋을 것 같아서 3개를 구입하였다. 그래서 1개는 설치했고 1개는 설치할 예정이지만 나머지 1개는 그냥 반납을 하기로 하였다.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산 것이기 때문에 영수증 없이 반납을 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할인 이전 가격으로 반납을 해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반납 카운터에 설치된 직원용 키보드에 무슨 종이가 붙어 있었다. 무슨 종이인가 싶어 읽어 보니 반납 절차에 관한 것이었다. 회원이 반납하는 경우와 비회원이 반납하는 경우에 대해서 적혀있었다.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 이렇게 적혀있는 것이었다. 영수증 없이 반납할 경우에는 그날 전산에 조회되는 가격으로 반납을 하고 영수증이 있을 경우 영수증 가격으로 반납을 하라는 것이었다.

 

아하! 그래서 할인 전 가격으로 반납을 해준 것이었구나!

 

사실 이것은 소비자가 악용하려면 악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뭐 본인들의 정책이 그러하니, 혹시 할인할 때 필요할 줄 알고 샀는데 필요가 없는 경우 할인이 끝나고 나서 영수증 없이 반납하는 것도 손해 볼 것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20.8.20 업데이트) 참고로 경험상 가전제품의 경우 무조건 내가 산 가격으로 환불을 해 준다. 아마도 가전제품은 일반 제품과 환불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듯하다(예를 들어 가전제품은 90일 이내에만 환불이 가능).

 

(2020.11.04 업데이트) 코스트코 내부 정책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이상 위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몇 번 영수증 없이 반납을 하였으나 언제나 내가 구매한 기록을 찾아서 환불을 해주었다. 

 

 

3. 판매 가격의 의미

인터넷에서 Costco Tips 등으로 검색을 해보면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 끝자리에 대한 정보가 곧잘 검색이 되고는 한다. 요약하자면 일반적인 제품의 경우 대부분 .99 로 끝이 난다. 만약 이것이 다른 숫자로 끝난다면, 예를 들어 .49, .59, .69, .79, .89 로 끝나는 경우에는 제품의 제조사에서 할인이 들어가는 제품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97로 끝난다면 Clearance 가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격표에 별표가 붙어있다면 더 이상 입고가 되지 않는 제품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때 가격은 Clearance 가격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특히 이때는 가격 오른쪽 아래에 적혀있는 날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날짜는 현재의 가격이 정해진 날짜를 의미하는데 별표가 있는 제품 중 날짜가 오래된 것이 있다면 재고 소진을 위하여 추가로 할인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러한 정보들이 소개되는 곳이 미국 웹사이트들이기 때문에 캐나다에도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관심 있게 봐오던 제품의 가격이 딱 이러한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꽤나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단종된 iPad Pro 10.5" 의 가격 변화. 64GB 제품의 경우 최초 코스트코 판매가는 767.99불이었는데 단종 이후 697.97불로 가격이 내려갔다. 그러다가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르고 가격표에 별표가 붙었고 가격도 599.97불로 또다시 내려갔다.

 

 

4. 대형 가전제품의 경우 코스트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캐나다에 와서 지난 4년 반 동안 꽤나 잦은 이사를 하면서 (무려 5번. 한 달 이상 머문 임시 숙소까지 고려하면 7번!)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 번, 냉장고를 한 번, 스토브를 두 번 사야 했다. 그때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가 달라서 시어스에서도 사보고 Lowe's에서도 사보고 코스트코에서도 사보았는데 대형 가전제품의 경우 코스트코가 가장 나은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첫 번째로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는 것이다. Executive Member의 경우 2%를 적립받을 수 있고, 온라인에서 구매할 경우 에어로플랜 마일리지까지 쌓을 수 있으니 웬만해서는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코스트코에서 가전제품을 사면 기본 Warranty 가 2년이라는 점이다. 다른 곳에서 산다면 보통 제조사 Warranty 1년만 적용되고 나머지 기간부터는 추가로 Warranty를 구매해야 하는데 코스트코는 기본이 2년이니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총비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는 코스트코의 경우 배달 비용과 기존의 제품을 수거해 가는 Haul-away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곳이라면 보통 100불 안팎의 배달 비용이 들고 만약 기존에 사용하던 가전제품을 수거해 달라고 하면 또 추가 비용이 든다. 다른 곳에서도 가끔씩 배달 비용을 무료로 해주는 행사를 하기는 하지만 기존 제품을 수거해 가는 것까지 비용을 안 받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대형 가전제품은 코스트코에서,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건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은 코스트코 온라인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5. 선물 받은 물건도 반납이 가능 (2020.8.20 업데이트)

내가 직접 사지는 않았다고 하여도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선물로 받았다면 반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시도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최근에 이것을 시도할 기회가 생겼다. 아들 녀석이 생일 선물로 그리 비싸지 않은 장난감을 하나 받았는데 하필이면 완전히 똑같은 것을 최근에 구매했었다(우리는 코스트코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구입). 

 

이것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보니 선물해 준 사람이 이 장난감을 코스트코에서 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원래 바코드 위에 추가로 'ITM./ART. 000000' 라고 적힌 바코드가 붙어 있었다. 딱 봐도 코스트코 Item 번호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코스트코에 가서 아주 자연스럽게 반납을 하고 싶다고 물건을 내밀었다. 그러자 점원은 내 회원카드와 장난감의 바코드를 찍더니 혹시 직접 구입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아, 내가 산 기록이 없으면 바로 알 수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산 것은 아니라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하였다.

 

점원은 그런 경우에는 돈으로 환불은 불가능하고 기프트 카드에 그 금액을 넣어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어차피 매주같이 가는 코스트코이기 때문에 기프트 카드로 받든 카드 결제를 취소하든 무슨 문제이냐 싶어 흔쾌히 좋다고 하였다. 혹시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데) 정말 불필요한 물건을 받게 되었다면 환불을 받아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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