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7년 2월 12일 작성

 
 


영주권이 확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언제 출국을 해야 하나,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하였다.


시기적으로는 다음에 등장하는 '한국에서의 준비' 활동들과 조금 겹치기도 하였으나 우선 출국 일정과 먹고 살 일 및 지역 선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주권 확정이 되고 나니 정말 회사에 조금이라도 더 있을 수가 없었다. 가서 취업 활동을 하든 공부를 하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조금이라도 일찍 캐나다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제일 아쉬웠던 점은 우리 부부의 경우 와이프가 주신청자로 영주권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캐나다로 들어가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영주권 확정이 되면, 즉 Confirmation of Permanent Residence (COPR)을 받은 상태라면 캐나다에 입국할 때 반드시 주신청자가 먼저 입국하거나 주신청자와 같이 입국을 하여야 한다.

 


그래서 당시 COPR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들 하다는 소위 임시랜딩, COPR 기한 만료 전 모두 함께 캐나다에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나중에 정리를 완료하고 다시 캐나다로 들어가 정착하는 것 (공식적인 용어는 아님),을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우리 가족 3명의 왕복 항공권에 체재비만 천만 원 가까이 소요될 것 같아서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한 번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결국 딸아이의 3살 생일을 보내고 2014년 10월 말에 온 가족이 한 방에 출국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그때가 2014년 5 - 6월경이었으니 이제 출국까지 5개월 정도 남았을 때이다. 출국 일정을 결정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밥을 벌어먹을까, 정확히는 밥을 벌어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하였다.

 

 

당시에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당시에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었던 구매 업무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내가 원래는 약 4년 정도 정유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했었지만,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일을 했던 것이 거의 2년 반 전의 일이라 다시 검사 (Inspection) 분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잘할 수 있을까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국제 구매 자격증이라는 CPSM (Certified Professional in Supply Management) 을 준비하여 볼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나의 영어 실력과 캐나다 현지의 절대적인 일자리 수를 고려해 본다면 이것으로는 절대 밥을 벌어먹고살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대학원을 가는 것이었다. 학부 때 했던 공부와 비슷한 분야에서 조금 더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럴 경우 취업에 대한 압박이 몇 년은 뒤로 미뤄질 테니 은근히 매력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국 대학원 등록 비용에 3명 가족이서 수입 없이 2-3년을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 생각은 빨리 접고 다른 길을 찾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생각했던 것은 내가 예전에 정유 공장에서 하던 일을 캐나다에 가서도 하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유소나 화학공장에서 검사원으로 (Inspector) 일을 하거나 부식을 분석하는 Reliability Engineer로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공장에서 직접 검사 업무를 한 것은 4년 정도였지만, 마침 당시에 했던 구매 업무가 정유소를 확장하는 프로젝트 구매 업무였기 때문에 그동안 완전히 동 떨어진 일은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Job Posting을 지속적으로 찾아보니 일자리도 그럭저럭 있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회의를 하거나 출퇴근할 때, 시간이 날 때마다 indeed.ca 에 들어가서 API 510, Reliability Engineer 와 같은 주제로 직업을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이것이 나의 길이 맞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나름대로 하였고 이 일로 먹고살자고 나름대로 결정을 하였다.

 

 

한 번 가서 할 일을 결정하고 나니 지역 선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바로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알버타주의 에드먼튼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에드먼튼 주변에 Suncor 나 Shell 과 같은 정유소와 화학 공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사실 나는 처음부터 에드먼튼보다 훨씬 관련 일자리가 많은 아주 아주 북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Fort McMurray 같은) 가족들의 생각도 고려하여 처음부터 너무 북쪽으로 가지는 않기로 하였다. 셋째로 캘거리도 관련 일자리가 많이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캘거리는 에너지 회사의 본사나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많이 몰려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무직보다는 정유소나 화학 공장 같은 현장에 취업하는 것이 더욱 현실성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우리 가족은 2014년 10월 27일 서울을 떠나 에드먼튼으로 이민을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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