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8일 작성

 

 

앞의 글들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CSA B51이라는 Code에 따라 압력용기나 Pressure Piping에 사용되는 Welding Procedure(WPS/PQR)를 관련 기관에 등록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주 특이하게도 TSSA에서는 WPS/PQR 등록 전 나와 같은 Local Inspector에게 연락을 하여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누구도 나에게 알려 준 적이 없었고, 회사의 Work Procedure에도 잘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초반에는 이런 일을 내가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앞서 일했던 TSASK에서는 이러한 요구 조건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TSSA에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회사에 검사를 나갔는데 TSSA에 등록을 하기 위한 WPS/PQR을 검토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굳이 비싼 검사료를 지불하면서까지 나에게 이런 것을 검토받나 싶어 담당자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전부터 TSSA와 일할 때는 항상 이렇게 Local Inspector들에게 확인을 받고 등록을 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만약 캐나다의 다른 주나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온타리오에 WPS/PQR을 등록하는 경우 TSSA Inspector가 등록 전에 검토를 할 수 없으니 형평성 차원에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확인을 위해서 Supervisor와 이야기를 해 보니 그 담당자 말대로 WPS/PQR 등록을 위해서는 Local Inspector가 그것을 검토하고 용접도 실제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어쨌든 하라면 해야지 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WPS/PQR을 검토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그런데 내가 검토를 하게 되는 WPS/PQR는 대부분 아주 골치가 아픈 것들이다. 흔하게 쓰이는 WPS/PQR은 다들 가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새롭게 등록을 하는 것들은 대부분 흔하지 않은 것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실제 Pressure Equipment 제작에는 잘 쓰이지 않는 400계 Stainless Steel(Ferritic / Martensitic Stainless Steel) 용접이 그렇다. 이 400계 Stainless Steel은 용접성이 좋지 않고 885F Embrittlement나 Sigma Phase Embrittlement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에 정유소나 석유화학 플랜트에서는 칼럼(Column) 내부에 사용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업체에서 굳이 등록이 필요하다고 해서 검토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참 쉽지가 않다. WPS/PQR이야 ASME Section IX을 따라 검토할 수는 있지만 막상 그에 따라 용접을 하면 기계 시험에서 통과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때로는 아주 특이한 재질이라서 그 재질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런 것들은 내 검토가 끝난 이후에도 TSSA의 용접 Engineer가 이러한 저러한 것이 잘못되었다며 돌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검토를 마친 것이 이렇게 돌려보내 지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데 마치 내가 잘했나 잘못했나 검사를 받는 것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차피 이러한 WPS/PQR은 주로 Structural Welding에 사용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TSSA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앞서 글에서 말했듯 이 회사들의 미국 고객들이 TSSA 용접사 자격증을 요구하는데 이 자격증을 받으려면 우선 WPS/PQR이 TSSA에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등록을 하려는 것인데 한 번은 아무리 용접을 해도 모재의 문제로 도저히 Bending Test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들의 고객을 설득하여 TSSA 용접사 자격증 없이 일을 진행하라고 조언을 하였다.

 

아무튼 이렇게 특이한 WPS/PQR들을 검토하다 보니 많은 공부가 되고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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