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8년 4월 9일 작성

 

 

이번 일은 꽤나 최근에 경험한 일로 바로 '사고 조사(Incident Investigation)'에 관한 내용이다.

 

예전에 TSASK에서 일을 했을 때에는 사고 조사가 내 업무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나도 다른 사람과 함께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링크 글 참조).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일은 담당자가 한 명 있어서 그 사람이 맡아서 진행을 하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TSSA에서도 TSASK와 마찬가지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별도로 나누어져 있을 줄 알았다. 이러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관련 경험도 많이 있어야 하고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달 전 갑자기 Supervisor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담당하는 구역에서 배관에서 냉매로 사용되는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가서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가서 무슨 일이 있었나 확인해 보라는 것인가 했는데 곧 본사에서 나에게 사고 조사 보고서 양식을 보내 주는 것이었다. 당시에 평소와는 다르게 이런저런 일로 무척이나 바빴는데 갑자기 이상한 일에 말려든 것만 같아서 매우 심란하였다.

 

본사에서 보내 온 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파일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Ministry of the Environment에서 작성된 사고 보고서가 있었다. 내용을 읽어 보니 벨빌에 있는 한 식료품 가게에서 R-404라는 냉매가 누출되어 신고가 들어 왔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온타리오에서는 일정량 이상의 화학 물질이 대기 중으로 누출될 경우 발견자가 주정부에 보고를 해야 하고, 주정부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하여 관련 기관에게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 이번 사고는 TSSA가 담당하고 있는 Refrigeration Piping에서 누출이 되었고 결국 그 지역을 담당하는 나에게까지 연락이 온 것이었다. 예전 글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이 사고 조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일과도 같다. 물론 시간과 자원이 많다면 사고의 원인과 결과를 꽤나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런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그저 내 지역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에게로 일이 넘어 온 이상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하니 은근히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최초로 신고를 했던 회사에 연락을 하여 약속을 잡고 현장을 방문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하였다. 현장을 보니 나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Line Dryer'라는 것에서 조그마한 구멍이 생겨서 냉매가 누출이 된 것이었다. 그래도 그 Line Dryer를 자세히 살펴보니 누출이 되었던 구멍 주변으로 이런저런 흠집이 있었다. 그리고 교체를 해 놓은 Line Dryer를 보니 그것 옆에 플러그가 툭 튀어 나와 있는 것이었다. 왠지 사용 중 진동에 의하여 그 둘이 계속 부딪혀 왔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옳다구나! 이번 것은 이렇게 결론을 내면 되겠구나!

누군가가 나에게 Incident Investigation의 본질을 묻는다면 나는 '그것은 예술이다'라고 할 것이다. 생각해 보시라. 화재 감식을 하는 사람들이 최초 발화점을 찾아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은 정말 예술과도 같다. 

 

몇 주 전에 또다시 비슷한 일로 연락이 왔다. 어디에선가 또 냉매가 누출되어 가보니 이번에는 TSSA가 담당을 하지 않는 컴프레서에서 누출이 발생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우리 일이 아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도 없이 그냥 종료를 시켰다. 만약 한가할 때 연락이 온 것이면 보고서라도 써서 업무 시간이라도 채울 텐데, 한가할 때는 연락이 없고 한창 바쁠 때만 연락이 와서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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