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별생각 없이 주식도 조금씩 샀고 펀드도 조금씩 샀다. 그렇다고 투자의 원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괜찮아 보이는 주식을 샀고 뭐시기에셋이나 뭐시기 증권에 계좌를 만들고 이런저런 펀드도 샀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위험한 주식은 손대지 않아서 뭐 테마주나 코스닥에 있는 주식을 사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물론 돈을 벌 때도 있었지만 돈을 잃을 때도 있었다. 결혼 이후에는 살림살이가 빡빡해서 특별히 돈을 모아서 주식을 사거나 펀드를 사지는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모으긴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러다가 약 4년 반 정도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오면서 있는 주식 없는 펀드 다 팔아서 캐나다로 넘어왔다. 캐나다에 와서는 그 누구도 저축을 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나도 특별히 돈을 모으거나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사실 한국에서는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주식을 사거나 펀드를 사거나 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동안 딱 한 명의 아저씨가 핸드폰으로 주식 차트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뿐 그 누구도 주식을 하지는 않아 보였다. 그리고 많이 알려진 말로 캐나다 사람들은 대부분 저축을 하지 않고 그저 버는 대로 다 쓰면서 산다는 말도 말이 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도 어쨌든 한국에서 보내온 돈이 있었기 때문에 TFSA도 개설하고 자녀들을 위해서 RESP도 개설하고 RRSP에도 돈을 집어넣었다. TFSA나 RESP의 경우 그저 주거래 은행에서 상담을 받은 후 추천을 해주는 상품(주로 펀드나 GIC) 중에서 골랐고 다달이 이체되도록 설정을 해 놓았다. 주변에서는 심지어 RESP 계좌도 개설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나는 잘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때는 2019년 1월이었다. 그날도 검사를 위해서 운전을 하고 가면서 즐겨 듣는 팟캐스트를 듣고 있었다. 이날 들었던 것은 미국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만드는 'The Planet Money'라는 팟캐스트였다. 이 팟캐스트는 약 20여분 정도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및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준다. 짧고 꽤나 유익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즐겨 듣는 팟캐스트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 날 들은 주제는 특히나 흥미로웠다. 바로 2008년 1월 1일부터 10년 기간으로 진행된 워렌 버핏(Warren Buffet)과 테드 사이디스(Ted Sides)의 투자 수익률 대결에 관한 이야기였다. 10년 후 누구의 수익률이 높은지 백만 불짜리 내기를 하여 이긴 사람이 지정한 단체에 그 돈을 기부를 하기로 하였다. 당시 워렌 버핏이 선택한 것은 Vangaurd S&P 500 Index Fund였다. 그리고 헷지펀드 매니저인 테드 사이디스는 비공개로 몇 개의 헷지펀드를 선택하였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 있을 때에도 인덱스 펀드라는 말을 들었지만 큰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고 그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였다. 이 에피소드를 듣고 보니 기본적으로 인덱스 펀드는 시장의 수익률을 이기려고 하기보다 그저 시장의 수익률을 따르겠다는 펀드이다. 예를 들어 S&P 500 지수에 대한 인덱스 펀드는 S&P 500에 속한 500개의 주식을 골고루 가지고 딱 그만큼의 수익률을 얻겠다는 것이다. 이 인덱스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펀드를 관리하는 곳에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니 일반 뮤추얼 펀드에 비해서 수수료가 무척이나 낮다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예전부터 돈이 있다면 이 인덱스 펀드에 투자를 하라고 했단다.
10년이 지난 2017년 12월 31일. 결과는 웨렌 버핏의 압승이었다. 그 10년 사이 2008년 금융 위기로 시장이 붕괴되는 일도 있었지만 결국 Vangaurd S&P 500 Index Fund는 연평균 7.1%라는 수익률을 냈고, 테드 사이디스가 선택한 헷지펀드들은 연평균 2.2%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에피소드를 다 듣고 나서 처음에는 이 Vanguard S&P 500 Index Fund가 뭔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정도로만 생각을 했다. 그 유명한 워렌 버핏이 좋다는데 나도 한 번 사볼까 정도로 생각을 한 것이다. 이 당시에는 이 에피소드가 나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물론 그래 봤자 인생이 바뀐 지 겨우 4개월밖에 안되었지만).
여기서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그 에피소드를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좋겠다.
Transcript는 여기서.
RPP & RRSP 펀드 비율 변경 (0) | 2019.05.13 |
---|---|
뮤추얼 펀드(Mutual Fund)의 수수료에 놀라다 (2) | 2019.05.12 |
Canadian Money Saver (0) | 2019.05.10 |
Questrade 계좌 개설과 ETF (8) | 2019.05.08 |
그런데 Vanguard 펀드는 어디서 사는 거지? (2) | 2019.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