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일들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대마 (Cannabis) 농장에 검사를 가는 것이다(아래 이야기하겠지만 물론 내가 대마 자체를 검사하는 것은 아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듯 캐나다에서는 지난 2018년 10월 17일 유흥을 위한 목적(Recreational Purpose)의 대마초가 합법화되었으며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01년 7월 30일 의료 목적의 대마초가 합법화되었다. 따라서 2018년 이전에도 캐나다 이곳저곳에 조금씩 대마를 재배하는 농장이 있었다. 그런데 2018년 전면적인 합법화에 발맞추어 이 대마 농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내가 담당하는 구역만 보더라도 내가 직접 검사를 다녀온 곳만 2곳이고 내 전임 검사원이 다녀온 곳도 1곳 있는 것 같고 내가 담당하는 지역 바로 옆에도 캐나다에서 가장 큰 농장이 있다. 아무래도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이 대마 농장을 한국말로 '농장'이라고 부르기는 조금 그렇다. 밭에서 이러한 작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에서 빛과 온도 등을 조절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공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하다(실제로 영어로는 Cannabis Plant라고 한다). 

 

아무튼 내가 이러한 곳에 검사를 가는 이유는 특이하게도 대마 농장에는 항상 이산화탄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이산화탄소 배관이 압력 배관(Pressure Piping)이기 때문에 내가 검사를 가야 한다. 몇 번 검사를 다니다 보니 도대체 왜 대마 농장에는 이산화탄소가 필요한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관 업체 사람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대마를 재배할 때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주어야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라고 그 사람도 들었단다). 

 

마침 내가 검사를 갔던 대마 농장이 뉴스에 소개된 화면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진에 'CO2 CHAMBER'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Global News, https://globalnews.ca/news/4334705/abcann-cannabis-facility-in-napanee-in-midst-of-30-million-expansion/

 

이 '공장'에서는 대마들이 잘도 자라고 있다. 출처 Global News, https://globalnews.ca/news/4334705/abcann-cannabis-facility-in-napanee-in-midst-of-30-million-expansion/

 

이 대마 냄새를 맡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이 냄새가 썩 좋지는 않다. 내가 이러한 농장에 검사를 나가게 되는 시기는 보통 본격적으로 대마를 재배하기 전이라 위의 사진처럼 대마가 많이 자라고 있을 때는 아니다. 그래도 조금씩 재배하고 있는지 대마 냄새가 풍기기도 했는데 정말 강력한 향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 작년 회사에서 인스펙터 세미나를 했을 때 회사 변호사 아저씨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온타리오에서는 (다른 지역의 캐나다 그리고 미국도 물론 마찬가지이지만) 농업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농부들은 언제나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보일러와 압력 용기에 관한 법(Boiler and Pressure Vessel Regulations)에 '농업' 분야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에 법이 개정되면서 어떡하다 보니 이 예외 조항이 빠져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자 곧바로 농부들의 항의가 있었고 (아니면 항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었고) 곧바로 이 법을 담당하는 장관의 명의로 '농업 분야는 이 법의 적용을 제외한다'라고 발표하였다 (마침 법에 장관이 법의 적용을 제외할 권한을 가진다고 적혀있다). 회사 변호사 아저씨에 따르면 자신의 경력 중 정부에서 이렇게 빨리 법을 개정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다양한 판례상 대마를 재배하는 것도 '농업'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심지어 골프장에서 잔디를 키우는 것도 '농업'으로 판결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대마 농장에서 검사 받기를 거부해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만약 이 대마를 이용해서 음료를 만들거나 먹을 것을 만든다면 그것은 '농업'이 아니니 이러한 공장은 법 적용에서 제외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 예로 내가 담당하는 지역 바로 옆 동네에 이제는 문을 닫은 옛날 허쉬 초콜릿 공장자리에 캐너버스 (Cannabis) 초콜릿 공장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공장들도 여럿 생길 것 같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참 궁금한 사항이 하나 있다. 캐나다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었을 때 외교부 혹은 법무부에서 해외에서 대마초를 핀 경우에도 '속인주의'인 우리나라의 법에 따라 향후 국내에서 이것이 적발된다면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국 사람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면 (미국은 말할 것도 없겠고, 캐나다도 총기 소유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캐나다 영주권자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것 또한 한국에서 적발 시 처벌이 가능한 사항이 아닌지 알고 싶다. 원정도박도 국내법으로 처벌받는 것을 보면 분명 해외에서 총기 소유도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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