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내가 일하고 있는 온타리오는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주다 보니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온갖 공장들이 여기저기에 참 많이도 있다. 내가 담당하는 구역만 보더라도 여성용품을 만드는 P&G 공장이 있고, 바운스(Bounce) 등 각종 생활 용품을 만드는 또 다른 P&G 공장이 있다(여기는 미국으로 곧 이전한다). 그리고 원자력이나 수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설비를 만드는 공장들도 많이 있고,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들도 있다. 

 

그중에서도 조금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식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들이다. 빵이나 머핀을 만드는 곳도 가봤고, 젤리를 만드는 곳도 가봤고, 고기를 포장하는 곳도 가봤고, 마카로니 앤 치즈를 만드는 곳도 가봤고, 그냥 치즈를 만드는 곳도 가봤고, 채식자들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곳도 가봤고, 분유를 만드는 공장도 가봤고, 시리얼을 만드는 공장도 가봤다.

 

개인적으로 정유소와 같이 지저분한 곳에서 주로 검사를 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공장을 가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내가 먹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누구에게나 재미있을만할 것이다. 나는 보통 공장 사람들과 직접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고용한 업체들과 일을 하기 때문에 콩고물이 떨어지는 일은 적지만 아주아주 가끔씩 검사를 끝내고 머핀을 준다든지 젤리를 준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그것들을 기쁘게 집으로 들고 가서 와이프와 아이들에게 자랑을 하곤 한다.

 

이런 공장들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디든 똑같이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우선 들어가기 전에 하얀 가운을 입고, 머리에 망을 쓰고,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어떤 곳은 신발에도 망을 씌우거나 무슨 가루 같은 것을 밟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들어갈 때 문을 주변을 보면 많은 수의 쥐약이 들어있는 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보통은 냄새가 좋다. 걸어가는데 옆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나면 점심시간도 멀었는데 배가 고파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어느 곳이든 불량인 제품들을 모아두는 곳이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어서 놀랄 정도이다. 집에 싸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고기를 가공하는 곳들은 냄새가 아주 특이하다. 고약한 냄새는 아니면서도 생선 비린내도 아니고, 아무튼 아주 특이한 비린내가 나는데 정말 쉽지 않은 냄새이다. 

 

 

어느 날 한 번은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식품 공장에 검사를 가게 되었다. 들어 보니 치킨 너겟 같은 것을 만드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내가 해야 했던 검사는 이산화탄소 배관을 검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배관을 따라가다 보니 공장 안에 있는 조그마한 경차 정도 크기의 기계로 연결이 되는 것이었다. 안을 보니 특별히 뭐가 없이 그냥 비어있었다. 도대체 무엇인지를 정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배관을 설치한 아저씨에게 이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하는 말이 여기에 닭들을 집어넣고 이산화탄소로 질식시키는 곳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이것이야 말로 닭들의 아우슈비츠가 아닌가 싶었다.

 

이 불쌍한 닭들은 어딘가 농장에서 키워진 후 때가 되면 차에 올라탈 것이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없이 그저 차가 가는 대로 이끌려 이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차에서 내려서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차례대로 이 죽음의 가스 챔버로 들어갈 것이다. 이게 뭘까 싶을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숨을 쉬면 뭔가 따끔따끔하다 싶은데 그것을 별로 알아챌 겨를도 없이 곧바로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녀석들은 눈을 다시는 못 뜨겠지만 어쨌든 어느새 녀석들은 냉동 너겟으로 다시 태어나 있을 것이다.

 

 

만약 닭들에게도 아우슈비츠가 있다면 그것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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