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이번에는 약 14년 전 김연수와 함께 떠오르는 작가로 선정되었던 김애란의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를 읽고 김연수의 글에는 푹 빠져들어서 그 이후 그의 거의 모든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김애란의 글들은 많이 읽어 보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많지 않은데, 예전 글을 정리하다가 '달려라, 아비'를 읽고 글을 쓴 것을 발견하였다.

 

정작 내가 쓴 글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의 글이었지만 그 글에 옮겨 적은 김애란의 글이 인상적이다.

 

 

'영원한 화자, 127p'

 

그러나 나는 동창들의 미니홈피에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서로가 오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혹은 서로가 슬며시 왔다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더 열심히 자기 삶을 전시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윤택한 사진 아래로는 온갖 사교적인 답글이 달리고,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좋은 글은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하던데 이것이야 말로 시대를 뛰어 넘는 훌륭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15년 사이 미니홈피에서 카카오스토리로, 카카오스토리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바뀌었을 뿐 언제부터인가 서로가 오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혹은 서로가 슬며시 왔다갈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더 열심히 자기 삶을 전시하는 것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181p'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 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 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읽어 봐도 훌륭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아래는 위의 인용구 아래 썼던 글이다.

 

(2006년 5월 22일 작성)
이 문장은 화자의 아버지가 죽은 어머니와 연애를 할 때 쓴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문장을 어디선가 봤었다. 생각해 보니 누군가의 미니홈피의 글에서였다. 슬며시 들어갔다 나온 어느 사람의 미니홈피에서였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어쨌든 당시 이 문장을 읽고있으려니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계속 느껴져 나도 어떠한 문장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블로그의 창을 몇 번이나 열었다. 아.. 이 책에서 그 문장이 나왔구나.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참 독특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더욱 가다듬어 인용될 만한 문장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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