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국경 아래 동네의 정치를 구경하다 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내 나라 정치 이야기도 아니니 목청 높여 나의 생각을 주장할 필요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봐도 왜 저럴까 생각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한 3년 6개월 동안 이런저런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보니 어느새 한국 정치 이야기보다는 미국 정치 이야기가 더 친근한 지경이 되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중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미국 민주당의 경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오와 코커스(Iowa Caucus)의 독특한 선거 방식이다. 아이오와 경선 방식은 등록된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는 일반적인 선거 방식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지역마다 설치된 선거 장소에 모여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 자리에 모이면 그 수를 세는 방식이다.

 

1차 투표 결과 지지자 수가 현장에 참석한 유권자의 15%가 되지 않으면 그 후보는 2차 투표에 나설 수 없으며 그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은 2차 투표에서 다른 후보자들을 선택하게 된다(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도 되긴 하다). 이때 1차 결과 15%가 넘은 후보의 지지자들은 2차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없다. 옛날 우리나라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놀 때 나한테 붙어라 나한테 붙어라 하면서 편을 가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무튼 이러한 독특한 선거 방식과 결과를 빨리 계산하기 위하여 새롭게 도입되었다는 앱의 대실패로 인하여 보통이면 경선 당일 밤에 나오던 최종 결과가 이틀이 지난 오늘 (2020년 2월 5일)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아이오와 경선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미국 대선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경선이자 이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 여세를 몰아....라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많은 사람에게 욕을 먹는 아래 언론사의 기사도 한 번 보자.

 

 

[줌인] 인구 300만명 아이오와州 당원대회가 美대선 '풍향계'된 이유

미국 대선 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첫 후보 경선이 3일(현지 시각) 시작되면서 인구 약 300만명에 불과한 아이오와 주(州)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처음이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실제 선거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미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AP통신 등은 아이오와 당원대회에서 승기를 잡을 경우 상승 흐름을 이어갈

news.v.daum.net

 

그런데 정작 아이오와 경선이 시작된 1972년 이후 결과를 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한마디로 2008년의 오바마와 같이 여기서 승리한 사람이 그 기세를 몰아 대통령까지 당선될 수도 있겠지만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1972년 아이오와 경선 승리자의 최종 경선 승리 및 대선 승리 결과 (출처: https://www.usatoday.com/story/news/politics/elections/2020/01/06/do-iowa-caucus-winners-win-presidency-party-nomination-general-election/2828834001/)

Year Party Caucus Winner Party Nominee? President?
1972 D Muskie no no
1976 D Carter yes yes
1976 R Ford yes no
1980 D Carter yes no
1980 R H.W. Bush no no
1984 D Mondale yes no
1988 D Gephardt no no
1988 R Dole no no
1992 D Harkin no no
1996 R Dole yes no
2000 D Gore yes no
2000 R W. Bush yes yes
2004 D Kerry yes no
2008 D Obama yes yes
2008 R Huckabee no no
2012 R Santorum no no
2016 D Clinton yes no
2016 R Cruz no no

 

 

어쨌든 아이오와 경선의 92% 집계가 완료된 현재 상황에서 (2/5/2020 10:05 pm EST) 피트 부터저지(Pete Buttigieg)가 26.5% 득표율로 25.6%를 기록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있고 아마 결과가 뒤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피트 부터저지는 1982년생의 젊은 후보이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정확히는 2020년 1월 1일) 인구 10만 명의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South Bend, IN)라는 중소도시의 시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그 외에도 미국 민주당 경선 후보 중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사람이고 미 해군 예비군 (US Navy Reserve)으로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7개월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기도 하였다. 

 

 

내가 처음 이 후보자에 대해 듣게 된 것은 역시나 뉴욕타임즈의 The Daily를 통해서였다. The Daily에서는 작년 말 4명의 주요 민주당 대선 후보와 인터뷰를 (시도) 하였는데(바이든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음), 그중에 이 피트 부터저지가 소개된 것이다. 학창 시절, 군대 이야기, 시장(Mayor) 이야기, 사랑 이야기 등 인터뷰 중의 모든 이야기보다 나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그의 나이였다. 

 

나이가 나랑 같은데 벌써 대선 후보로 뛰어들다니!

그런데 더 놀랍게도 그 나이에 대선 후보로 뛰어든 것도 모자라서 아이오와 경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니!

블로그에는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멀리서나마 응원한다 친구야!

 

 

아무튼 나도 그에 대해서 이 이상은 아는 것이 없으니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신 분은 The Daily의 다음 에피소드를 들어보시면 좋을 듯하다.

 

 

The Candidates: Pete Buttigieg

In studio with “The Daily,” the Indiana mayor talks about how his lifelong political ambitions were complicated by the secret he kept for decades.

www.nytimes.com

 

 

끝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언론에서 그를 소개할 때 '1년 전에는 그의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본인도 인터뷰에서 자신은 읽을 수 없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인데 나도 도대체 스펠링을 외울 수가 없어서 Ctrl+C / V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부티지지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나(아마도 외래어 표기법 때문이겠지만) 부터저지가 맞는 발음이다(Buttigieg, btəʌ/ BOOT-ə-j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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