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014년 봄, FSWP(Federal Skilled Worker Program)를 통해서 운 좋게 캐나다에 가기도 전에 캐나다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던 나는 본격적으로 이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 다니던 회사 근처(걸어서 30분 정도였지만)에 캐나다 이민을 지원해 주는 석세스(SUCCESS)라는 단체의 사무실이 있어서 (회사를 땡땡이치고) 이런저런 세미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들었던 세미나 중의 하나가 캐나다의 경제생활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TFSA, RRSP, RESP 등의 용어들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 본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이 무엇인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캐나다에 넘어오고 나서 직접 이것들을 개설해 보고 나니 어떻게 돌아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흔히 교육 적금이라고 불리는 RESP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RESP(Registered Education Savings Plan)는 꽤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제도로 1974년에 기존의 Education Savings Program (ESP)를 대체하고자 도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90년대 말까지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RESP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기 때문이다(*)(출처 참고).

 

(*) 자녀(손주)가 대학 진학 후 RESP 계좌에서 돈을 인출 시 원금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이자/투자 수익/정부 보조금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됨. 이때 보통 학생들의 소득은 매우 낮으므로 세금(소득세)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

 

 

그러다가 1998년 캐나다 정부에서 Canada Education Savings Grant (CESG)라는 것을 통해서 RESP에 납입한 금액에 따라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다. 현재 캐나다 정부에서는 이 CESG를 통해 연간 $500 한도 내에서 RESP 납입 금액의 20%까지 보조금을 주고 있다(즉, 자녀 한 명 당 연간 $2,500을 납입하면 최대 보조금 $500을 받을 수 있음). 그리고 가정의 소득에 따라 Additional CESG라는 것을 통해 처음 납입한 $500에 대해 10~20%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더 소득이 낮은 가정들을 위한 Canada Learning Bond(CLB)라는 것도 존재하는데 해당 사항이 없어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이때 한 명의 자녀가 평생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조금은 $7,200이다.

 

아래 표는 캐나다 정부에서 CESG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는 표이다.

 

https://www.canada.ca/en/revenue-agency/services/tax/individuals/topics/registered-education-savings-plans-resps/canada-education-savings-programs-cesp/canada-education-savings-grant-cesg.html

 

예를 들어 가정의 소득이 $80,000인 경우 RESP에 $2,500을 납입하면(한 명의 자녀를 기준) CESG를 통해서 $500을 받고, Additional CESG를 통해서 $50을 받게 된다. 만약 이 가정이 RESP에 연간 $500만 납입한다면 $150(CESG $100 + Additional CESG $50)을 받을 수 있다. 아무튼 본인의 소득에 따라 최대로 보조금을 받는다면 약 12~14년 동안 매년 자녀 한 명 당 RESP에 $2,500을 저축해야 한다. 

 

만약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20%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 한국에 출시된다면 아마도 줄을 서서 가입을 하겠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사람들이 없다가 있으면 좋은 줄 알지만 계속 있는 것이면 좋은 줄 모르나 보다). 내가 이 RESP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사실 업무 이외로 만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물어볼 사람 자체가 없다) 몇몇 사례를 볼 때 모두가 이것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캐나다 사람들이 이 좋은 RESP에 가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빠듯한 살림에 저축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겠지만, 이 RESP가 작동하는 원리에서도 기인하는 듯하다. RESP는 개설 시 자녀 개개인을 수혜자(Beneficiary)로 하여 개설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 수혜자가 고등학교 이후의 상급 교육 기관(Post-secondary Educational Institution, University, College 등)에 진학을 해야지만 정부에서 지급한 보조금 및 자신이 납입한 돈의 이자를 찾을 수 있다(캐나다 정부 홈페이지에는 Interest로만 되어 있는데 아마 ETF/주식의 경우 Capital Gain도 포함되지 않을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일부 캐나다 사람들은 자식들이 대학에 갈지 말지를 알 수 없는데 뭐하러 여기에 가입을 하느냐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부 캐나다 사람들은 자식의 학비를 왜 내가 내주느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최근에는 캐나다에서도 학비를 지원해 주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에서 이 RESP가 돈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도 많이 있다. 그래도 동양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이 고등학교만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많은 경우 자녀들의 학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적은 금액이라도 꼭 가입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발견한 문제는 자녀가 많아지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자식이 한 명이었을 때는 일 년에 $2,500 저금하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제 자식이 세 명이라 일 년에 $7,500 저금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일 년에 $7,500을 저금하려면 매 급여날 $290 정도를 저금해야 하는데 이미 RRSP와 TFSA에 저금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을 추가로 납입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혹은 RRSP나 TFSA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올해 고육지책으로 생각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TFSA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ETF 중에서 약 $7,500 만큼의 ETF를 RESP 계좌로 옮기는 것이다(In-Kind Trasnfer). 나는 올해 1월 초에 Transfer를 했는데 당시에는 ETF의 수익률이 좋아서 애초에 $7,500 보다 적은 투자금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첫째 요즘 같은 상황이면 내년에도 내가 보유한 ETF들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고, 둘째 이 방법을 쓰더라도 2~3년 안에 Transfer 할 수 있는 ETF 자체가 말라버릴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RESP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누구나 RESP를 개설할 수 있다. 그렇다 누구나이다. 시민권자 영주권자 여부에 상관없이 만들 수는 있다. 단,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자녀가 캐나다 거주자여야 하고, SIN이 있어야 한다. 
  • RESP에 납입할 수 있는 연간 한도는 없으나 평생 $50,000까지만 납입 가능
  • RESP 개설 후 31년까지 돈을 납입 가능하고 35년까지 인출이 시작되지 않으면 종료
  • 자녀가 17세가 되는 해까지 RESP 연간 납입 금액의 20%까지 $500의 한도로 정부 보조금(CESG)이 지급되며 소득에 따라 $100까지의 Additional CESG를 받을 수 있다. 단, 평생 받을 수 있는 정부 보조금의 한도는 $7,200. 즉, $2,500을 12~14년 납부하면 정부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음
  • 받지 않은 정부 보조금은 이월이 가능하나 연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정부 보조금은 $1,000~$1,100 (Additional CESG 고려 시)로 제약됨. 
  • 정부 보조금과 이자 찾으려면 자녀가 Post-secondary Educational Institution 입학해야 한다. 중간에 RESP 취소하거나 자녀가 대학 등에 진학하지 않을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페널티가 있는지는 모르겠음) 자세한 사항은 캐나다 정부 홈페이지 참조

 

처음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글이 길어지고 말았는데 끝으로 세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첫째로 생각이 있으면 RESP는 미루지 말고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나는 이 처음 RESP를 2014년 말 알버타에서 가입했는데 당시에는 Alberta Centennial Education Savings (ACES) Plan이라는 것이 있어서 추가로 $500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곧바로 다음 해 이 제도가 없어졌다. 그리고 2015년 사스카추완으로 이사를 갔는데 사스카추완에는 Saskatchewan Advantage Grant for Education Savings (SAGES)라는 것이 있어서 연간 $250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글을 쓰려고 니 2018년에 이 제도가 중지되었다. 연방 정부에서 제공하는 CESG야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 받을 수 있을 때 어서어서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점점 자식이 늘어날수록 한 명 당 $2,500을 저금하기가 부담스러워지니 출산 후 바로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둘째로 혹시 가정 경제 사정 상 보조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채울 수 없다면 최소 일 년에 $500이라도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서 설명했듯 가정 소득 수준의 따라 Additional CESG를 받을 수도 있으니 $500을 넣으면 보조금으로 $150 ~ $200을 받을 수 있다(기본 20% + Additional CESG 10% ~ 20%). 즉 앉아서 30~40%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이다.

 

셋째로 RESP는 TFSA 및 RRSP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로 투자를 할 수 없다(Questrade와 같은 경우 미국 달러로도 투자가 가능하다고 하나 수수료가 있어서 의미가 없다). 따라서 다른 고민 없이 캐나다 증시에 상장된 ETF를 투자하기에는 최적의 계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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