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이번 한 주는 꽤나 험난했다. 

 

 

1. 장례식장 검사

얼마 전 Funeral Home (장례식장) 검사라는 글에서 언급을 하였듯 지난 3월 초에 Funernal Home에 가서 Alikaline Hydrolysis Machine(가수 분해기)이라는 기계를 검사하였다. 정말 독특하고도 오묘한 경험이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그곳에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온타리오에서는 한번 내가 일하는 기관에서 검사를 하고 나면 주기 검사(Periodic Inspection)는 주로 보험회사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주에 이 기계 때문에 슈퍼바이저로부터 몇 번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다른 주에서 이슈가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다시 그곳에 방문을 해야 해서 검사를 해야 했다(고객의 정보가 들어가는 이야기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 

 

원래 지난 주말이면 끝날 수도 있었던 검사가 역시나 이런저런 행정적인 절차로 인하여 점점 늦어지게 되었다. 장례식장 입장에서는 어서 빨리 검사를 끝내야 차례를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 어서 처리되기를 바랐다. 나도 빨리빨리 진행했으면 좋겠는데 위에서 막고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중간에 낀 입장에서 주말 내내 골치가 아팠다.

 

그러다가 지난 화요일 다행히도 모든 것이 잘 처리되어 드디어 수요일 검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하여 할 일이 많이 없으나 그 날만 유독 일이 많았다. 그래도 빨리 진행해야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우선 시운전을 하고 있으면 내가 중간에 가보기로 하였다. 

 

중간에 시간이 잘 맞아서 점심이 조금 지나고 장례식장에 들렀다. 우선 전기 패널이 있는 곳에서 보니 기계는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계 자체도 한번 봐야 했기 때문에 연결된 방으로 들어가야 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장례식장 사장님과 방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살폈다. 그리고 기계에 대해서 사장님 쪽을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사장님은 무척이나 신사적인 사람이고 이날도 무척 신사적이셨다.

 

그런 사장님의 온화하고 흔들림 없는 모습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

 

이야기를 하다 사장님 쪽을 보니 뒤에 있는 테이블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해서 시선을 돌려서 보니 그곳에는 정말 우리 말고도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니겠지 싶어서 다시 한번 힐끗 보니 정말 무엇인가가, 아니 누구신가가 보였다(다행히 전체가 보인 것은 아니었다).

 

정말 깜짝 놀라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프로페셔널하게(과연 사장님도 그렇게 느꼈을까?) 사장님에게 일단 방에 나가서 이야기를 더 해보자고 하였다. 방에서 나가니 약간은 진정이 되는가 싶다가도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나도 몰래 횡설수설을 하고 말았다. 이제는 검사를 마무리하고 어서 떠나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하필이면 확인을 안 한 것이 하나 있는 것이었다.

 

정말 다시 들어가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그 방에 들어가서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후다닥 필요한 것만 확인하고는 나왔다.

 

 

그날 저녁, 밥을 먹다가 나도 몰래 내가 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말 꽤나 무서웠다.

 

 

 

2. 회사

내가 일하는 회사의 검사원들은 온타리오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많아야 일 년에 1~2번 본사에서 만나서 미팅을 하는데 지난 3월 말에 예정되어 있던 미팅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취소가 되고 스카이프 미팅을 하게 되었다. 당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역시 지금 상황으로 인하여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일하는 곳은 이익을 추구로 하는 곳이 아닌 Non-Profit Organization이지만 수익에 무척이나 민감하다. 어쨌든 당시 이런 상태가 3~4개월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그 회의 이후 회사에서는 계약직으로 있던 사람들을 10여 명 내보냈는데 그중에는 우리 팀 검사원 2명이 포함되어 있었다(물론 그 사람들도 지난주 금요일 회의에 참석하였다). 이렇게 될 줄을 예상하였지만 생각보다 무척 빨라서 놀랐다. 

 

그리고 어제는 회사 CEO로부터 메일이 왔는데 유튜브 링크가 있었다. 들어가서 보니 결론은 '연방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지원금을 받더라도 임금 하락과 해고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침 오늘 온타리오 주 정부에서는 문을 열고 일을 할 수 있는 사업장을 더 제한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것으로 볼 때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 올지 모르겠다. 지난번, 내 인생의 처음 해고 당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당하고 있기 때문에 충격은 덜하다. 해고를 당하더라도 적어도 연방 정부에서 Canada Emergency Response Benefit(CERB)라는 이름으로 주당 CAD 500을 지원해 주니 어떻게 버틸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리 생각해 보고 저리 생각해 봐도 아마 회사에서 완전히 내 보내지는 않고 주당 근무 시간을 50~60% 줄이는 것으로 통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내가 담당하는 지역이 온타리오의 코버그(Cobourg)이라는 곳에서 브락빌(Brockville)까지인데 그 끝에서 끝이 약 2.5 시간 거리이다. 아무리 일이 없어져도 일주일에 2~3개의 검사는 있을 것이고 만약 내가 그 자리에서 빠지면 오샤와(Oshawa)나 오타와(Ottawa)에 있는 검사원들이 검사를 나와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아무리 일이 없어도 뭔가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모든 것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이번 한 주는 꽤나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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