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코로나의 영향으로 회사에서 1/4 정도를 감원하는 바람에 6월부터는 정말 바빴다. 경제 상황이 최악은 지났는지 멈춰 섰던 공장들도 다시 돌아가고 있고, 멈추었던 프로젝트들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가야 할 검사는 늘어나는데 전보다 인스펙터 수가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예전보다 더 바빴다. 게다가 마침내 옆 지역의 인스펙터가 출산 휴가로 3주를 쉬는 바람에 하루에 400~500km를 운전해야 하는 날이 허다했다.

 

이렇게 내가 담당하는 구역이 넓어진 가운데 아주 특이한 공장이 내 구역으로 편입되었다. 그것은 바로 대마(마리화나, Cannabis) 재배 및 처리 공장이다. 예전에 대마 (Cannabis) 농장 검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을 때에도 언급했지만 캐나다에서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대마가 합법화가 되어 최근 그것을 재배하고 처리하는 공장이 온타리오에 여럿 생기고 있다. 그래서 이제까지 3곳의 대마 재배 시설과 1곳의 대마 음료 제조 시설 그리고 1곳의 대마 식품 제조 시설에 검사를 다녀왔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모두 새로운 공장에 검사를 나갔던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공장이 돌아가는 것을 본 일은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한창 열심히 돌아가는 공장에 가게 되었으니 그곳의 이름은 (한국에서 주식을 한다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캐노피 그로스(Canopy Growth) 공장이다.

 

스미스 펄스에 위치한 캐노피 그로스 공장(Smiths Falls, Ontario)

 

인구가 10,000명이 채 되지 않는 스미스 펄스(Smiths Falls)는 킹스턴과 오타와 사이에 위치한 조그마한 도시이다. 지난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초콜릿을 만드는 허쉬(Hershey) 공장이 있었지만 그 공장이 문을 닫은 뒤에는 조금씩 쇠락해 가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2014년 의료용 마리화나를 재배하는 회사(Tweed)가 이 부지를 인수하였고, 그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마리화나 제조 시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예전에 초콜릿을 만들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초콜릿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인데, 오직 다른 점은 이번에는 초콜릿에 마리화나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공장의 주소는 아직도 1 Hershey Dr, Smiths Falls이다.

 

예전에 라디오 이 시의 시장이 "Pot(대마를 일컫는 말 중 하나) Capital of Canada"라고 이야기를 하며 예전 허쉬 공장이 있었을 때처럼 공장 투어도 진행하고 그와 연계된 관광 상품도 개발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공장 투어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아이들 없이 이 곳을 지난다면 한 번 가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공장에 가보니 매우 깨끗하고 세련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허쉬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꽤나 황량했을 텐데(아직도 그래피티의 흔적이 보였다) 이제는 건물도, 사무실도 아주 깨끗했다. 돈이 흘러드는 사업이기는 한가보다.

 

마리화나를 만드는 곳이지만 공장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은 물론 안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마를 재배하는 시설에 갔을 때였다. 대마 냄새를 맡아본 적은 여러 번 있기 때문에 냄새가 안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라고 있는 대마 자체에서도 그렇게 심한 냄새가 나는지는 처음 알았다. 공장 안에 들어가 보니 대마의 성장 상태별로 나누어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그 냄새가 어마어마했다. 심지어는 공장 밖에서도 냄새가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대마가 그렇게 큰 식물인지 몰랐는데 계속 자라나면 나무가 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다 큰 대마 방을 들여다보니 이것은 완전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공장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어디다 파는지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들어보니 정말 온갖 것을 만드는 것이었다. 대마가 들어간 초콜릿, 젤리(Gummy Bear), 음료는 물론이고 CBD, THC(THC가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라는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니 https://www.healthline.com/health/cbd-vs-thc#psychoactive-components 참고)도 추출해 내고, 사람들이 피울 수 있는 대마초도 만든다고 한다. 

 

이 회사에서도 예측을 못한 것은 처음에는 대마초가 많이 팔릴 줄 알았는데 대마초는 잘 안 팔리고 식품이나 음료가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대마를 피우는 것보다는 먹고 마시는 것을 즐기는 시대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산업이 위축되었었을 때도 이 공장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이 회사의 주식이 완전히 테마주라서 변동이 심할 듯 하지만 어쨌든 한동안은 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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