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한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초반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당연했지만 여기서는 두 달 정도 전부터 드디어 쓰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대부분 KF94 마스크를 쓸 것 같지만 여기서는 그와 비슷한 성능의 N95 마스크는 구할 수조차 없다. 심지어 정부에서 말하는 것도 정확히는 '마스크'를 쓰라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가리는 것(Face Covering)'을 쓰라는 것이다. 여기 사람들에게 '마스크'라는 단어가 불편했던 것일지 아니면 초반에는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그러한 이유들이 모두 포함되어서 그랬겠지만). 

 

아무튼 마스크 사용을 처음 권장했을 때만 하여도 시중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지금은 중국에서 많이 수입이 되는지 처음에는 50장에 $50도 넘었던 일회용 마스크가 이제는 $20 정도에 팔리고 있다. 그래도 N95 마스크는 아직도 구할 수도 없다. 사실 병원이나 구급차에서 사용될 N95 마스크조차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N95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정도이다.

 

다행히 나에게는 3~4년 전에 일할 때 쓰기 위해서 사놓은 N95 마스크가 있었다(사실 이것이 N95 마스크 인지도 몰랐다. 팬데믹 초기에 확인해 보니 N95 였다). 예전에 한국에서 일할 때는 이러한 종류의 마스크를 참 많이 썼는데 이제는 일 년에 겨우 한 두 번 쓸까 말까 하기 때문에 아직도 20여 개 정도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황사를 대비하여 사놓았던 KF80 마스크가 어쩌다 보니 이삿짐에 실려 캐나다까지 오게 되었다. 7년도 넘은 이 마스크들이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느 순간 일회용 마스크들을 구할 수 있게 되어서 정작 이 마스크들은 많이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 달 정도 아주 든든했다. 

 

N95 마스크. 요즘에는 대부분 끈이 노란색이다.

 

캐나다에서 N95 마스크가 부족한 이유 중의 하나는 캐나다에서 N95 마스크를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 중국이나 미국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 한때 오랜 기간 동안 친구이자 동맹이라고 믿었던 미국이 (정확히는 트럼프가) N95 마스크의 수출을 막는 일까지 있었다. 5월인가, 미네소타에 있는 3M 공장에서 캐나다로 출발한 N95 마스크 수백만 장을 국경에서 붙잡는 일이 있었다. 결국 그중 일부만 캐나다로 보내졌는데 캐나다 입장에서는 믿을 놈이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 무렵부터 캐나다에서도 이것을 생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으나 N95 마스크 부족 문제가 약간은 해소되었는지 그 이후로 큰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저스틴 트루도 총리가 오늘 캐나다의 3M Brockville(브락빌) 플랜트에서 N95 마스크를 생산한다고 발표하였다.

 

캐나다에서 N95 마스크를 생산하게 되었다는 발표를 하는 저스틴 트르도 총리. 가운데 아저씨가 캐나다의 총리인 저스틴 트루도. 왼쪽이 온타리오 주의 수상인 더그 포드.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오늘 (8월 21일 금요일) 그 3M 공장에서 검사를 하기로 예약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요일 오후 늦게 고객(Contractor)으로부터 갑자기 긴급한 이유로 검사를 취소해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검사 날짜가 가까워져서 검사를 취소하는 것은 매우 드문데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을까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라디오 뉴스를 듣다 보니 저스틴 트루도 총리와 온타리오 주 수상인 더그 포드가 바로 그 3M 공장을 방문하여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N95 마스크 생산하게 되었다는 발표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하! 이래서 검사가 취소되었구나 싶었다.

 

만약 내가 검사 온다는 것을 까먹고 컨트랙터가 연락을 안 해주었으면 저스틴 트루도랑 더그 포드 아저씨들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만나기는커녕 공치고 돌아왔을 것이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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