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캐나다에서 처음 다녔던 회사에서 생일이라며 팀 홀튼스(Tim Hortons, 커피/도넛 가게) 기프트 카드를 주었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캐나다에 온 지 겨우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도 이런 것을 챙겨주는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며칠 후 기프트 카드도 쓸 겸 가족과 팀 홀튼스에 갔다. 지금과는 달리 매우 단출한 3명이 가서 음료 두 잔과 도넛 몇 개를 샀을 뿐이니 채 10불이 나오지 않았다. 계산을 위해 점원에게 자연스럽게 기프트 카드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점원이 하는 말이 잔액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점원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또다시 잔액이 부족하다며 추가 금액을 내라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5불짜리 기프트 카드를 주다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아직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온타리오로 이사를 왔다. 2년 전인가 3년 전 어느 여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라고 배스킨 라빈스 기프트 카드를 보내주었다. 메일을 보니 놀랍게도 이번에도 5불이 들어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배스킨 라빈스는 찾아보기도 힘든데 5불을 쓰자고 멀리까지 찾아가기도 힘들어서 아직까지도 못 쓰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작년에 회사에서 하는 안전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발생했다. 외부 강사들이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속했던 조가 팀 홀튼스 기프트 카드를 받게 되었다. 당시 강사가 했던 말이 '커피를 사 먹을 수 있게 기프트 카드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지난 5년 사이 세상은 발전하여 이제는 매장에 가지 않아도 앱으로 기프트 카드 금액을 내 잔고로 옮길 수 있다. 그래서 집에 와서 기프트 카드 번호를 넣어보니 내 잔고가 2불 증가했다.

 

처음에는 가게 점원이 20불을 넣다가 실수로 금액을 잘못 입력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해한 금액이었다. 나와 함께 기프트 카드를 받았던 사람들에게 정말 당신들도 2불을 받았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교육은 나를 빼고는 모두 엘리베이터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라 연락처는 물론이고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이 알 수 없는 기프트 카드에 대해서 혼자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사가 '커피를 사 먹을 수 있게'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2불이 들어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2불이면 커피 한 잔 사 마실 수 있으니.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 자원 낭비에 시간 낭비(몇 장의 기프트 카드를 사면서 겨우 2불씩 돈을 넣었을 테니)가 아닐까 싶다. 

 

이렇기 때문에 이 주 전 회사에서 팬데믹으로 고생이 많다며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DQ 기프트 카드를 보낸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뭐 5불이겠지. 그런데 예상외로 배송이 늦어졌는지 얼마 전 이제 기프트 카드가 배송된다며 이번에도 5불이 들어있다는 메일이 왔다.

 

그러면 그렇지.

 

이 정도 되니 이제 캐나다에서는 회사에서 기프트 카드를 주면 5불이 들어있는 것이 정상이구나 싶다. 이것이 정상이 아니면 그보다 더한 금액을 바라는 내가 비정상일 것이다.

 

 

5불 상품권을 보내면서 89센트를 우편 요금으로 소비했다. 앞으로 그냥 5불을 계좌이체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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