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2년 전 작성했던 몇 가지 유용한 코스트코 정보라는 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캐나다에서 수 차례 이사 끝에 얻은 지혜가 있다면 바로 가전제품은 코스트코에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코스트코에는 가전제품이나 컴퓨터의 종류가 다른 곳에 비해서 많지 않은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본인이 사려고 하는 모델이 코스트코에 있기만 한다면 여기서 사는 것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유리하다. 

 

첫째, 냉장고, 세탁기와 같이 대형 가전을 코스트코 온라인(캐나다)에서 살 경우 배송비가 없다. 때때로 유사한 모델을 다른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팔기도 하지만 배송료를 생각하면 결국 코스트코 온라인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둘째, 새 제품 배달 시 기존 제품을 수거해 가는 Haul Away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다른 곳에서는 보통 기존 제품을 수거하는데 돈을 받기 때문에 기존 제품을 치워버릴 필요가 있다면 코스트코 온라인을 우선 고려해 볼만하다.

 

셋째, 코스트코에서 가전제품을 살 경우 90일 안에 반납이 가능하다. 다른 곳도 반납은 되지만 보통 한 달 이내에만 반납이 가능하다. 따라서 짧은 기간 안에 고장이 나 버리거나 마음에 안 들 경우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코스트코에서 사는 것이 유리하다. 

 

마지막 장점은 코스트코에서는 제품 보증기간(Warranty)을 무료로 1년 연장해 준다는 것이다. 대형 가전이나 컴퓨터의 경우 보통 제조사에서 1년 제품 보증을 해 준다. (캐나다/미국) 코스트코에서는 제조사 보증 기간에 더하여 코스트코 컨시어지(Costco Concierge)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보증기간을 1년 더 연장해 준다(참고로 돈을 더 내고 총 5년으로 보증 기간을 연장해 주는 Excellence Plus라는 서비스도 있다, 한국에는 코스트코 컨시어지 서비스가 없는 듯하다).

 

코스트코 캐나다의 컨시어지 안내 문구

 

 

물론 보증기간을 연장해 준다고 하는 것과 직접 그 혜택을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아주 운이 없지 않고서야 2년 이내에 제품이 고장 나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지금까지 이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2년 정도 전에 산 서피스 프로의 파워 어답터가 몇 달 전부터 잘 안되더니 어느 순간 완전히 고장이 나 버리고 말았다. 마침 회사 컴퓨터도 서피스 프로이기 때문에 어답터가 하나 더 있어서 당장 컴퓨터를 못 쓰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파워 어답터가 비싸면 얼마나 비쌀까 싶어서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정품은 무려 120불이나 하는 것이었다. 

 

 

아무 무슨 어답터가 이렇게 비싼가 싶다. 정품이 아닌 것도 40~50불 정도 한다.

 

그래서 회사에다 어답터가 고장 났다고 하고 하나 더 받을까 생각을 했다.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닌 것이 아답터 한 개는 들고 다니면서 밖에서 썼고, 다른 하나는 집에 놓고 쓰면서 양쪽 컴퓨터를 모두 연결해서 썼기 때문에 어떤 컴퓨터 때문에 그것이 고장 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내가 이 컴퓨터를 산 것이 아직 만 2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과거 기록을 찾아보니 정확히 2019년 4월 4일에 구매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지난 3월 27일로, 아직까지 코스트코 컨시어지 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전화를 해서 어답터가 안된다고 말을 하였다. 코스트코 회원 번호, 구매 일시, 문제점, 시리얼 번호, 모델 번호 등등을 말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놀랍게도 별 말없이 어답터를 보내 준다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놀랐던 이유는 인터넷에는 이 코스트코 컨시어지에 대한 불만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자기가 산 제품이 고장이 나서 여기에 전화를 했는데 아무리 통화를 해도 결국 해주는 것이 없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단번에 보내준다고 해서 놀란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5일 정도면 받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면 그렇지 역시나 두 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캐나다에 살면서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바로 조용히 있으면 국물도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또다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내 통화 기록은 있으나 어답터를 보내주었다는 기록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시리얼 번호, 모델 번호, 전압, 전류(이것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를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번 사람은 자기가 해줄 수는 없고 매니저가 해주어야 되는데 통화가 안된다며 며칠 후에 전화를 주겠다고 하였다.

 

일단은 알았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이틀인가 삼 일 후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결국 또다시 시리얼 번호, 모델 번호, 전압, 전류(기록이 있으면서 왜 또 물어보냐고 했지만 결국 그냥 다시 말해야 했다)를 말하고 나니 5일 안에 어답터를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벌써 세 번째 통화인데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겠냐고 또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우선 지켜보자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 

 

나는 당연히 안 보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다음 주에 또 전화를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어제 집에 알 수 없는 택배가 와서 열어 보니 글세 바로 그 어답터였다! 이번에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물건을 보내 주다니! 거의 처음으로 보증기간 연장의 혜택을 경험해 본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연장된 보증기간이 목구멍까지 다 찬 상태에서 혜택을 받다니 더 보람찼다. 

 

혹시 코스트코에서 가전제품을 샀는데 2년 내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 컨시어지에 꼭 전화를 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세 번의 기나 긴 통화 끝에 받은 어답터.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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