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캐나다나 미국은 시력 검사 비용도 많이 들고 안경 가격이 무척이나 비싼 편이다. 시력 검사의 경우 코스트코에 붙어있는 안경점에서 받는 것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데 그곳에서도 $80불을 받는다. 그것도 2년 전의 이야기라 지금은 더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안경 가격은 눈이 별로 나쁘지 않은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100~$200 사이에서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나같이 두꺼운 렌즈가 필요한 사람들은 안경 제작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캐나다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딱 한 번 안경을 사보았는데 싼 곳을 찾아서 한 것이 $200~$300 수준이었다. 그것도 5년 전에.

 

그나마 회사를 다니면 회사 보험을 통해서 안경 가격을 보조받을 수 있다. 내가 다녀 본 회사 두 곳 모두 2년에 한 번 $250까지 보조를 해주었는데 대부분의 회사 보험이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돈이 안 쓰면 없어지는 돈이기도 하고 안경을 2년 정도 쓰다 보면 바꿀 때가 되기 때문에 나는 격년으로 안경을 교체하고 있다. 마침 지난번 시력 검사가 올해 1월 말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시력 검사 비용을 절약하고자 2021년 새해가 밝자마자 안경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년 전부터 온라인으로 안경을 주문할 수 있는 곳들이 생겨서 안경 가격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 편이라는 것이다. 예전 글에서 한 번 언급했듯 나는 지금까지는 Warby Parker(안경 - Warby Parker)에서 안경을 주문하였다. 내가 처음 온라인으로 안경을 주문했던 2017년만 하더라도 캐나다에서 온라인으로 안경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었기 때문인데, 이번에 보니 그 사이 Warby Parker의 경쟁사들이 많이 늘어나서 대충 검색을 해봐도 10곳 이상의 온라인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면 오히려 고르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뉴욕타임즈나 허핑턴포스트에서 리뷰를 한 것을 읽어 본 후 그중에서 두 곳에 접속해 보았다. 하나는 Zenni였고, 하나는 EyeBuyDirect였다. 

 

온라인 평이 좋은 편에 속했던 Zenni와 EyeBuyDirect

 

 

그동안 Warby Parker를 이용해 보면서 좋았던 점은 서비스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일 이내에는 무조건 환불이 가능하고 일 년 이내에 렌즈에 스크래치가 생기면 무료로 교환을 해준다. 내가 처음 여기서 안경을 주문했을 때 생각보다 사이즈가 너무 작아서 다른 제품을 받고 싶다고 하자 두 말 없이 교체를 해주었다. 그리고 한 번은 렌즈에 스크래치가 많이 생겨서 일 년이 지나기 전에 교체를 요구하니 또 두 말 없이 새 안경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Warby Parker의 가장 큰 단점은 안경테들의 종류가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주로 플라스틱 뿔테 위주의 안경테들이 많기 때문에 메탈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별로이다. 온라인 안경이 처음 등장했던 5~6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안경테만 있어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Warby Parker가 온라인 안경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게 되었기 때문에 좀 개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그에 반해 이번에 처음 들어가 본 Zenni나 EyeBuyDirect의 경우 안경테 가격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했고($10 이하에서 시작)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기 사이트들 중에서 구매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Zenni(캐나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온라인 업체별 가격 비교. 벌써 3년 전이라 지금과 많이 차이가 있겠지만 아무튼 Warby Parker 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의 장벽이 나를 가로막았다.

 

 

첫 번째 장애물은 나의,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의 거대한 머리 크기이다. 캐나다에서 안경을 맞춰보기 전까지 나의 머리가 이렇게 거대한지 나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무수히 많은 안경을 쓰면서 안경테가 머리에 낀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안경을 맞춰보니 이제는 내 머리가 안경다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소리냐, 그것은 니 머리가 정말 거대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머리를 깎아주시는 한국 미용사 분과 함께 공감한 슬픈 사실이다. 머리를 깎을 때 안경테로 인해 움푹 들어간 나의 관자놀이를 보시며 그분은 본인도 그래서 여기서 안경을 맞출 수 없다고, 한국에 가서야 안경을 맞출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정확히는 우리)는 캐나다에서 안경을 맞출 때 반드시 Extra Wide로 선택해서 안경을 고르고 있다. Warby Parker의 Extra Wide 안경테들의 폭은 150mm에 가깝다. 그래서 나도 Zenni와 EyeBuyDirect에서 들어가서 안경테 폭을 142mm 이상으로 설정해 보았다.

 

Warby Parker의 Wide 안경테와 Extra Wide 안경테의 폭. 당신의 머리도 나와 같은 일반적인 크기라면 안경테의 폭은 150mm에 가까울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Zenni에서 검색되는 안경테는 하나도 없었다. 저렴하고 괜찮은 안경들도 많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의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EyeBuyDirect에서는 열 개 남짓한 안경테들이 검색이 되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메탈 재질도 몇 개 보였다. 엄청 마음에 드는 모양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Warby Parker의 1/3 정도의 가격이었기 때문에 그중에 하나를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것은 바로 렌즈 때문이었다. 안경테를 고른 후 내 시력을 입력하였더니 이 안경테는 -5 디옵터 이상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래서 다시 내 시력을 입력해서 검색을 해 보니 이번에는 넓은 크기의 안경테가 검색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다시 Warby Parker로 돌아가야 했다.

 

뭐 여기라고 얼굴 큰 나를 보며 '어서 옵시오'라고 하지는 않는다. 무수히 많은 안경테들 중에서 Extra Wide는 14개 정도에 불과하고 모두 플라스틱 재질만 선택이 가능했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른 후 주문을 마쳤다. 

 

 

비싸지만 Warby Parker는 배송이 빠른 편이다. 오프라인에서 안경을 주문해도 렌즈 때문에 1~2주는 걸릴 텐데 여기서는 일주일 정도만에 배송이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구매했을 때는 미국에서 배송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캐나다 내에서 배송이 된 것이 특이했다. 이제는 캐나다에서 제작 후 배송을 해 주나 보다. 

 

이제는 꽤나 익숙한 Warby Parker의 상자와 안경집. 와이프 보험도 소진하기 위해 선글라스도 함께 주문했다. 게다가 두 개 이상 주문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시력 검사를 받을 돈도 남았다. 

 

 

이번 안경과 지금까지 썼던 안경의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이번 안경 속으로 지난 안경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다. 그동안 안경테로 고통받은 나의 머리에게 휴식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 안경도 Wide라고 해서 샀었는데....

왠지 슬프다. 

 

 

 

끝으로 안경테에 적힌 숫자를 보면 대충 안경의 폭을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숫자는 안경 렌즈의 넓이이고, 두 번째 숫자는 안경 브릿지의 넓이이다. 따라서 오른쪽 사진을 보면 내가 썼던 지난 안경은 렌즈 크기가 52mm에 브릿지가 18mm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58/59mm, 17/18mm에 달한다. 이것만 봐도 지난 2년 동안 내 머리가 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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