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처음 야심 차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가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는 도구라고는 아이폰 7 플러스 밖에 없었다. 그것마저 개인 전화기도 아니고 회사 전화기이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이폰으로 영화도 찍던데 나라고 연장 탓만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 몇 번은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 보았는데 몇 번 촬영을 해보니 이것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화면이 너무 흔들렸고, 목소리가 너무 조그마하게 녹음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화기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파일 크기가 크다 싶은 동영상은 컴퓨터로 옮길 때마다 몇 번이나 오류가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끊임없이 코스트코 온라인(캐나다)에 접속해서 DJI OSMO Pocket과 GoPro Hero 8의 가격을 보고 또 보았다.

 

가격을 살펴보기 시작한 이후 마침 OSMO Pocket이 할인을 해서 299불에 팔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거의 결제 버튼을 누를 번 하였으나 우선 참고 또 참아서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아무래도 OSMO Pocket 보다는 GoPro가 낫지 않을까 싶었고, 과거 GoPro 세일 기록들을 찾아보니 보통 매년 봄, 출시된 지 일 년 이상 지난 모델을 할인해서 파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 봄까지만, GoPro가 세일을 할 때까지만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까. 이렇게 마음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트코 온라인(캐나다)에서 갑자기 GoPro Hero 8을 60불 할인해서 410불에 파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거 기록에 따르면 이미 블랙프라이데이에 360불까지 떨어진 전력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매일 가격을 확인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할인 후 가격이 400불이 되었고, 또다시 하루가 지나자 340불이 되었다.

 

때가 왔음을 느꼈다. 예전에도 이만큼 가격이 내려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내가 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Out of Stock이 되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처음 할인 가격으로 돌아갔다. 알 수 없는 일이다. 혹시 애초에 가격을 잘못 올렸던 것일까?

 

그래서 구입한 GoPro는 꽤나 쓸만하였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말에 '2021년 결산, 잘 산 것과 잘 못 한 것'을 정한다면 이 녀석은 분명 잘 산 것 중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어쨌든 이것을 구입한 이후 동영상 공장처럼 하루 건너 동영상을 찍어 내고 있다. 비록 나의 유튜브 채널도 이 블로그처럼 그다지 많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캐나다에 살면 은근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주 좋은 취미 생활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 GoPro에도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녹음된 소리가 좀 취약하다는 것이다. 영상은 정말 잘 찍어지는데 음성은 영상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외부 마이크를 달지 않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녹음기로 동시에 녹음을 한 후 편집을 하는 듯하다. 나도 자동차에서 촬영을 할 때는 항상 아이폰으로 동시에 녹음을 하는데, GoPro로만 촬영할 경우 자동차 소음이 너무 크게 녹음이 되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실외에서 촬영을 할 때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바람 소리가 너무 크게 녹음되어 듣기 매우 불편한 정도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메이플 시럽을 만들기 위해 밖에서 촬영을 했는데 바람이 그렇게 센 날도 아니었는데 편집을 할 때 보니 바람 소리가 너무 커서 종종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외부 마이크를 다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겠지만, 마이크를 사는 돈은 둘째 치더라도 외부 마이크 어댑터 가격만 70불(CAD) 정도나 하기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혹시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유뷰브 동영상들을 조금 찾아보니 털 뭉치 같은 것을 달면 바람 소리가 줄어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검색을 해보니 겨우 털 뭉치에 불과한 것들이 Wind Muff라는 이름으로 10~20불에 팔리고 있었다. 

 

20불 정도에 팔리고 있는 Wind Muff(Dead Cat이라고도 불림)

 

그래 보았자 털 뭉치이기 때문에 원가는 1불에 미치지도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것들을 10~20불 주고 사는 것은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털 뭉치같이 생긴 것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집 안에서 굴러다니는 것들 중에서 뭔가 복슬복슬한 것이 없나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딸아이의 머리핀에 달려있는 털 뭉치(Pom Pom)를 떼어낼까 했지만 딸 녀석이 가끔씩 사용하는 것이라길래 마음을 접었다. 그래서 집 안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아주 적당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털 뭉치 열쇠고리였다.

 

지하에 중고 가게(Value Village)에 기부하거나 버리려고 모아 둔 박스 속에서 이것을 찾았는데 솔직히 우리 집에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산 것을 아닐 텐데 도대체 어디에서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열쇠고리였다. 

 

 

털 뭉치는 발견했지만 과연 이것을 어떻게 붙이면 좋을지 고민되었다. 바람이 부는 날에만 붙였다가 바로 떼어내고 싶었기 때문에 양면테이프를 사용하면 불편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이 바로 블루 택(Blu Tack)이었다(참고로 한국에서는 다이소에서 파는 조각 접착제를 이용하면 좋으실 듯).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Adhesive Putty 혹은 Mounting Putty라고 불리는 것인데 보통 못을 박지 않고 벽에 무엇인가를 붙일 때 사용하면 아주 좋다. 예전에 영국에 출장을 갔을 때 처음 알게 된 것이다. 미국/캐나다에서는 Blu Tack이 진출을 안 했는지 여기에서는 다른 이름들로 팔리고 있는데 몇 달 전에 다른 곳에 쓸 필요가 있어서 샀었다. 

 

접착성도 괜찮고, 모양도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떼어 낼 때 자국도 남지 않는 이것이야말로 털 뭉치를 붙이기에는 완벽한 접착제가 아닌가 싶었다. 

 

 

유럽에서는 Blu Tack이라고 불리는 저 파란 것은 점토같은 것인데 조금 끈적끈적하여 못 없이 액자를 벽에 달기 좋다(사진의 'Blue Tack'은 오타)

 

적당한 도구들만 찾았다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이다. Blu Tack을 고리 모양으로 만든 후 GoPro 마이크 주변에 붙인다. 그리고 털 뭉치를 조금 하게 잘라낸 후 그것을 Blu Tack위에 붙이면 끝이다.

 

 

 

 

과연 성능은 얼마나 좋을지 궁금해서 밖에 나가서 촬영을 해보았다. 마침 때때로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기 때문에 쉽게 성능 테스트를 할 수 있을지 알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이게 바람이 적게 불어서 소음이 적은 것인지 아니면 이 털 뭉치를 달아서 소음이 줄어든 것인지 참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6번이나 밖에 나가서 촬영을 해보았는데 촬영을 할수록 소음이 줄어든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게다가 마지막 두 번은 한 밤 중에 나가서 촬영을 했는데 3월 중순임에도 하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라 혼자 덜덜 떨면서 촬영을 했다. 

 

결국 이대로는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차라리 선풍기를 틀어놓고 비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하 10도의 날씨에 혼자서 선풍기를 가장 강하게 틀어놓고 촬영을 시작했다. 도대체 한 밤 중에, 그것도 영하 10도 날씨에 집 안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래도 컴퓨터로 영상을 확인해 보니 이것을 달았을 때 놀랄 정도로 바람 소음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처음부터 선풍기 틀어놓고 할 걸!!

 

 

 

 

나의 글이 대개 그렇듯, 이번 글 또한 서론이 매우 장황하였다. 그래도 GoPro를 사용하시면서 바람 소음으로 고생을 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다이소에서 조각 접착제와 무엇이든 털 뭉치 같이 생긴 것을 구입하신 후 위 사진과 같이 털 뭉치를 붙여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일이 생기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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