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최근에는 오디오북을 많이 듣느라 예전만큼 팟캐스트를 많이 듣지는 않지만 매일 업데이트되는 뉴스들은 꾸준히 듣고 있다. 그중에서도 뉴욕타임스에서 만드는 'The Daily'는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이나 언급했듯이 한 편이라도 놓치면 안 될 정도로 훌륭하다. 그래도 트럼프가 물러난 이후에는 두 눈이 번쩍 떠질만한 이야기는 줄었으나 지난 목요일(2021.6.10)에 업데이트된 에피소드는 꽤나 흥미로웠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의 삶을 지배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이번에는 희망적인 이야기로 mRNA 백신 개발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 일 년 간 수도 없이 들어보았듯이 화이저-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mRNA를 이용한 백신이다. 평생 살면서 백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는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도대체 이것이 무슨 뜻인지 매우 생소하기만 하다. 이런저런 기사를 읽어보니 mRNA라는 것을 이용해서 몸속에 가짜 정보를 전달하여 항체를 만들게 하는 것 같긴 한데 효과만 좋으면 되지 뭐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나 싶다. 

 

반면 지금까지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개발된 백신은 볼거리(Mumps) 백신으로 그것 마저도 4년이나 걸렸다던데 무슨 코로나 백신은 1년도 되지 않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상하다, 뭔가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mRNA는 무엇이고 도대체 이것을 이용한 백신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캐탈린 카리코 박사의 연구가 모더나, 화이저 백신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캐탈린 카리코(이하 '케이티')는 70년대 대학에서 생물학(Biology)을 전공하였으며 대학원에서도 계속 생물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대학원에서 처음 mRNA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mRNA에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이 mRNA는 'messenger(메신저) RNA'를 말하며 '메신저'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것이 DNA와 세포(Cell) 사이에서 '설명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mRNA는 DNA에서 나와 세포에 설명서를 전달한 후 곧 소멸되고 세포는 그 설명서에 따라 잠깐 동안 특정 단백질(Protein)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 mRNA를 연구를 했던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당시에는 mRNA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일하던 연구소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자 그녀는 직업을 잃게 되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된다. 

 

미국에 도착한 그녀는 필라델피아에서 박사 후 과정(Ph.D)을 거쳐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연구소에서 낮은 등급의 연구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때가 80년대 중반으로 그 사이 기술이 발전하여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mRNA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케이티는 mRNA를 만들어 세포에 주입하는 실험을 통해 세포가 자신이 명령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큰 성과였지만 연구소에서 그녀를 지원해주던 사람이 떠나 버려서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 곧 그녀는 다른 연구소를 찾을 수 있었지만 그녀를 지원하던 사람이 또 떠나 버리고 말았다. 이때부터 그녀는 연구 지원금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금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까지 별다른 직위나 연구 논문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지원해 주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한 번은 총 6명에게 연구 지원금을 주는 곳에 7명이 지원을 했는데 오직 그녀만 떨어지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그만 둘만도 한데 케이티는 그녀가 있는 위치에서 계속 연구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1998년 우연히 복사기 앞에서 복사를 하다가 앤드류 위스만(Andrew Weissman)이라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앤토니 파우치(Anthony Fouchi) 박사의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DNA를 이용하여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를 한다고 하였다.  

 

당시 케이티는 동료 과학자들에게 RNA를 만들어 주고는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앤드류에게 자신이 연구에 필요한 RNA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하였다(인터뷰를 들어 보면 당시 그녀는 앤토니 파우치가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겠지만). 

 

이후 그녀는 앤드류 위스만 박사의 연구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mRNA를 동물에게 주입하는 실험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쥐에게 자신들이 만든 mRNA를 주입하자 멀쩡하던 쥐가 급격하게 식욕을 잃고 아프게 되었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 수 없었지만 몇 번의 실험 끝에 실제로 우리 몸에서 mRNA가 변경되는 것과 같이 유사우리딘(Pseudouridine)이라는 분자를 넣어 mRNA를 살짝 변경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후 그녀는 자신들이 만든 mRNA를 통해 실제 동물의 세포에서 원하는 단백질(Protein)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였다. 매우 놀라운 별견이었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저널에서 논문 게재를 거부하였고, 그들 연구에 지원을 해주는 곳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케이티와 위스만 박사는 회사까지 설립하였지만 투자자를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30년도 넘는 기간 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지원을 받지도 못했던 케이티는 2013년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강의를 하던 중 바이오엔테크의 창업자 우르 샤힌(Uğur Şahin)을 만난 것이다. 그녀의 연구에 깊은 관심을 보인 우르 샤힌은 그녀에게 같이 일할 것을 제의하였고 곧 그녀는 바이오엔테크에서 연구를 이어 가게 된다. 얼마 후 화이저와 바이오엔테크는 공동 연구를 시작하였고 2018년부터는 mRNA를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착수하였다. 

 

그래서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퍼지고 있을 때 바이오엔테크는 이미 mRNA를 이용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임상 실험을 앞두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질 조짐을 보이자 그녀의 회사에서는 그때까지 축적된 기술을 이용하여 mRNA를 이용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그들이 생각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시 모양의 단백질(Spike Protein)을 이용해서 세포로 침투하게 되는데 이 가시 단백질을 막을 수 있다면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없다. 따라서 mRNA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시 단백질과 같은 것을 만드는 설명서를 넣어준다면 이 mRNA는 우리 몸에서 세포 속으로 들어가고 그 세포는 잠깐 동안 가시 단백질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면역 시스템이 이 가시 단백질을 본다면 항체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고 여기서부터는 일반적인 백신의 원리와 동일하다.

 

 

결국 2020년 11월 8일 케이티는 CEO로부터 제3상 임상 실험도 성공했다는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이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물론 단 한 명의 노력으로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30년 동안 이어진 캐탈린 카리고 박사의 노력이 mRNA 백신(화이저와 모더나) 개발을 앞당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일이지만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노력에 우리가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말대로 팬데믹이 없고, 자신도 유명할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I am here because the pandemic made me famous, but I wish not to be there. Then I wouldn’t be famous, and then we wouldn’t have any pandemic. If I have a choice, I wouldn’t select that.

팟캐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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