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지난번 In the Dark by APM Reports - Jacob Wetterling 실종사건이라는 글에서 In the Dark를 한 번 소개했었다. 당시 소개했던 것은 Season 1으로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1989년 실종된 Jacon Wetterling 이라는 소년에 관한 내용이었다. 꽤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Season 2를 듣게 되었는데 이 또한 너무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얼마나 흥미로웠던지 아주 오랜만에 며칠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파고든 팟캐스트였다.

 

 

Season 2에서는 지난 1996년 7월 16일 미국 미시시피 주 와이노나(Winona, Mississippi)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와이노나는 인구 5,000명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도시인데 그날 오전 다운타운의 한 가구점에서 4명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들은 모두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고 범인으로 지목된 커티스 플라워스(Curtis Flowers)는 1997년 벌어진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당시 작성된 범행 현장 스케치

 

 

하지만 누구도 그 이후 커티스 플라워스가 같은 사건으로 5번의 재판을 더 받게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심지어 2020년 7월 현재까지도 모든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우선 그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유죄를 판결받게 된 이유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검사(District Attorney, DA) 측이 제시한 증인과 증거를 보면 그는 사건 당시 살인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총은 살인 사건 전 도난된 총으로 사건 현장에서 수거된 총탄과 총기 소유자의 총탄이 동일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범행 현장에 필라 그랜트힐(Fila Grant Hill) 운동화 자국이 있었으며 커티스 여자 친구 집에서 그 운동화의 케이스가 발견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감옥에서 주변 수감자들 3명에게 자신이 범행을 했다고 자백을 하였다(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소한 증거들이 있다, 예를 들면 커티스 손에서 화약 반응 발견).

 

이러한 이유로 검사 측에서는 쉽게 유죄(사형)를 받아냈지만 첫 번째 재판은 2000년 벌어진 항소심에서 Prosecutorial Misconduct('경찰 위법행위'로 해석되는 듯)의 사유로 판결이 뒤집히게 된다(뒤집혔다고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하위 법원으로 돌려보냄). 정확한 사유는, 첫 번째 재판에서 검사 측은 한 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만 기소를 했는데 모든 피해자와 관련된 증거를 제시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첫 번째 재판의 항소심이 끝나기 전인 1999년, 검사 측은 다른 피해자 한 명에 대해 추가로 기소를 해서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되었으며 이번에도 유죄(사형)가 선고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항소심과 유사한 이유로 2003년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게 된다.

 

이후부터는 길고 지루한 싸움이 지속된다. 2004년 벌어진 3차 재판에서도 유죄(사형)가 선고되었지만 2007년 항소심에서 또다시 결과가 뒤집히게 된다. 이번에 사유는 검사 측이 배심원 선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흑인들을 배제하였기 때문이다. 

 

이어서 벌어진 4차(2007년) 및 5차(2008년) 재판에서는 12명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들이 의견이 엇갈려 Mistrial(미결정 심리)로 끝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벌어진 6차(2010년) 재판에서는 다시 사형이 선고되었다. 커티스 측에서는 또다시 항소를 하였으나 미시시피의 상급 법원(Mississippi Supreme Court)에서 커티스 측의 항소를 기각한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심원 선정과정에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는 사유로 미국 연방 대법원(US Supreme Court)에 항소를 하였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사법체계와는 달라서 연방 대법원에 항소를 한다고 하여도 그곳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는 경우는 매우 적다. 팟캐스트에서 말하기로는 연방 대법원으로 올라오는 케이스의 1% 정도만 심리를 진행한다고 한다. 특히 연방 대법원에서 형사 사건을 다루는 경우는 극히 적으나 이례적으로 이 사건이 받아들여져 지난 2019년 6년 판결이 선언되었다. 이 정도쯤 되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겠지만 역시나 결과는 검사 측이 배심원 선정 시 의도적으로 흑인을 배제하였다고 판결하였다. 그 결과 또다시 판결은 뒤집혔다. 

 

이렇게 여섯 번이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상급심에서 모두 판결이 뒤집어지거나 Mistrial이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사실 검사 측에서 제시한 증거들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우선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총이 실제로 발견되지도 않았고 발견된 총탄이 발견되는 과정도 매우 수상하다. 또한 범행 현장에 남아있던 발자국과 동일한 신발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비록 검사 측은 신발 상자를 찾았지만 커티스 측에서는 이 신발은 여자 친구의 아들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팟캐스트의 리포터들이 법정에서 증언한 증인들을 추적하여 인터뷰한 결과 모두가 한결 같이 범행 당일 그를 본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심지어 커티스의 자백을 들었다는 당시 동료 수감자들도 모두 감형을 받는 등의 혜택을 받고자 증언하였다고 말을 한다. 

 

팟캐스트에서는 이렇게 검사 측이 주장한 증거들을 하나씩 깨어나가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심지어 저렇게 하다가 리포터들이 밤에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열심히 파헤친다.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커티스 플라워스는 보석으로 석방될 수 있었고 (아마도) 끝내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탐사 보도가 아닌가 싶다(우리나라 언론들도 보고 듣고 배우자).

 

감옥에서 석방되고 있는 Curtis Flowers (Dec 16, 2019)

 

현재 사건은 하급심으로 내려왔으며 만약 검사 측이 다시 기소를 한다면 7번째 재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재판이 진행되는 23년 동안 커티스 플라워스는 감옥에 갇혀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커티스 플라워스는 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보석을 신청하여 이제는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지만 아직 무죄를 선고받거나 기소가 취하되지가 않았기 때문에 완전한 자유의 몸은 아니다. 반면 23년 동안 여섯 번이나 커티스를 기소한 검사(DA)는 아직까지도 커티스 플라워스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2020년 1월 그 DA는 이 사건에서 손을 떼었으며, 이제 상급 기관(Mississippi Attorney General)에서 기소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정말 기소를 할지, 기소된다면 또다시 유죄가 될지 참으로 궁금하기 그지없다. 

 

 

오랜만에 매우 훌륭한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https://features.apmreports.org/in-the-dark/season-two/

 

In the Dark, Season 2 (Curtis Flowers) | Podcast | APM Reports

The second season of In the Dark investigates the case of Curtis Flowers, who has been tried six times for the same crime.

features.apmrepor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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