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바쁘신 분들을 위한 이번 글 요약

컬리지를 다니지 않고 EA가 되기 위해서는 Yard Supervisor와 Emergency로 일을 시작하자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EA가 되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물론 컬리지에서 EA (Educational Assistant)나 ECE (Early Child Education)와 같이 EA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학교를 다닐 경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캐나다 교육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10대 후반, 20대 초반 사람들에게 적당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컬리지를 다니지 않고 학교에서 Emergency(쉽게 말하자면 '대타')로 일을 하면서 경력을 쌓아 EA가 되는 것이다(계속 언급하는 것이지만 주와 지역에 따라서 반드시 컬리지에서 EA 학과를 졸업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 이 방법은 물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EA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는 알아서 터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관련 학위나 경력이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온타리오에서 컬리지를 다니지 않고 EA가 되는 길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시작은 이렇다.

 

선생님들이나 EA, ECE들이 휴가나 병가를 신청하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없다고 애들을 그냥 교실에 방치할 수는 없고, EA가 없다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그냥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타'가 필요할 경우 SmartFind라는 시스템이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Substitute Teacher나 Supply ECE, EA)을 찾아준다. 이 SmartFind는 나중에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할 예정으로 여기서는 자동으로 사람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라는 정도로만 언급을 해야겠다. 

 

하지만 당일 아침에 갑자기 휴가를 낸 경우나 SmartFind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주지 못하는 경우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이 어떻게든 그 자리를 메꾸어주어야 한다. 이때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대신 일을 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장/교감 선생님들이 Emergency List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이 '리스트'가 어떠한 통일된 양식에 따라 작성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교장선생님 수첩이나 포스트잇에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와이프의 증언에 따르면 전 학교 교장은 자신의 핸드폰에, 지금 학교는 사무실 종이에 사람들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그것이 실재하든 실재하지 않든 중요한 점은 반드시 EA가 아니라도 이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우리 아이들의 학교의 경우 주로 학교 주변에 살고 있는 EA들, 학부모들, 졸업생들이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당일 아침에 급하게 사람이 필요할 경우 교장(또는 교감) 선생님이 Emergency List에 있는 사람들에게 차례차례 전화를 걸어 오늘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이렇게 급하게 사람을 찾아야 하는 상황은 작년과 재작년에 정말 많이 발생했다. 코로나 때문에 교직원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매일 아침 모든 학교의 교장 선생님들과 교감 선생님들이 대타를 구하느라 난리였다. 당시 와이프도 심심치 않게 EA, ECE는 물론이고 심지어 체육 선생님이나 프랑스어 선생님 대타까지 뛰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Emergency List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차례이다. 답은 단순하다. 그냥 학교에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서 Emergency List에 올려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웬만큼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현실적으로 그게 어디 쉽겠는가? 나와 같이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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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법은 바로 학교에서 Yard Supervisor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등하교 시 교통 지도를 하거나 쉬는 시간(Recess)에 밖에서 아이들을 지켜볼 사람들이 필요하다. 보통 하루에 1~3시간 정도 일을 할 수 있는 자리인데 비록 최저 시급이지만 돈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와이프가 일해 본 학교들 모두 Yard Supervisor가 부족하여 항상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나 집 주변의 학교에서 Yard Supervisor가 필요한지 확인한 후 학교에 찾아가 그 일을 하겠다고 하자(참고로 학교에서 일을 하려면 범죄 기록 조회가 필수). 

 

한 번 Yard Supervisor로 일을 시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캐나다의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EA가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볼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Yard Supervisor로 일을 하면서 교장/교감 선생님과 안면을 트면 어느 순간 학교에서 먼저 오늘은 EA나 ECE로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교장/교감 선생님들도 매일 학교에 나오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타를 찾는 편이 성공 확률도 높고 마음도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와이프도 Yard Supervisor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EA가 되려고 Yard Supervisor를 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냥 아이들 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때는 EA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학교에 EA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격증이 있어야 EA가 될 수 있는 줄 알고 온라인 수업을 제공하는 컬리지에 등록까지 했다(나중에 보니 자격증이 필요 없어서 수업은 접음). 그래도 결국 Yard Supervisor로부터 시작해서 Permanent EA까지 될 수 있었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사람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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