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벌써 5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 캐나다로 넘어오기 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찾으러 캐나다 관련 카페에 들어가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캐나다에서 집을 살 것인가 렌트를 할 것인가 고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러한 카페나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거의 보지 않으니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할 것 같다.

그 당시 캐나다에서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은 4~5년 한 곳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집을 사는 것보다는 렌트를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 생각에, 집을 4~5년 렌트한다면 렌트비로만 몇 천만 원을 날리는 것 같이 느껴지고 집을 사면 그래도 나중에 그것을 팔 수 있으니까 누가 뭐래도 결국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맞다. 집을 살 돈이 충분하면 집을 사서 자기 집에서 사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렌트비로 돈이 날아가나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돈이 날아가나 날아가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그냥 하고 싶은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여도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이번에는 집을 살 것이나 렌트를 할 것이냐 하는 주제에 대해 그냥 몇가지 고려 사항을 이야기해 볼까 한다.

 

토론토나 밴쿠버와 같이 집값이 엄청 난 곳은 물론이고 심지어 오타와, 에드먼튼, 캘거리와 같이 인구 백만 명 정도 되는 곳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말 웬만큼 돈이 많이 있지 않고서야 그런 곳에서 모기지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약 30만 불의 집을 사고 판다고 가정을 해보자. 콘도가 되었든 타운하우스가 되었든 단독주택이 되었든 그 정도의 가격의 집을 산다고 가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돈이 든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세금이나 변호사 시세가 다르긴 할 것이다).

 

변호사 비용: 약 1,000불 부동산

구입 관련 세금 등 각종 비용: 약 4,000불

보험: 연간 약 1,000불

Property Tax: 연간 약 4,000불

 

그렇다면 4년 후 이것을 판다고 생각해 보자. 다행히 집값은 떨어지지 않아서 비슷한 가격에 팔았다고 가정한다.

 

변호사 비용: 약 1,000불

부동산 구입 관련 각종 비용(세금 등): 약 500불

Agent Fee: 약 12,000불 (집값의 4%)

 

그렇다면 유틸리티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4년 동안 30만 불짜리 순수하게 내 집에서 살기 위해서 드는 돈은 약 38,500불이다 (모기지를 받지 않았으니 대담하게 보험도 들지 않겠다는 생각은 버리자) (1,000 + 4,000 + 1,000*4 + 4,000*4 +1,000 + 500 + 12,000).

 

그에 반해 4년 동안 월간 2,000불짜리 집을 렌트한다면(사실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라면 이 정도 렌트비가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아니다) 비용은 96,000불. Deposit을 절대로 모두 돌려받는 일은 없을 테니 거의 10만 불이 든다는 소리이다.

 

글을 쓰면서도 나조차도 놀라고 있는데, 그냥 2년 정도만 살아도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숫자는 말하고 있다. 처음 이 글을 쓴 의도는 한 집에서 몇 년 안 살 것이면 그냥 렌트를 하는 것이 낫다는 글을 쓰려고 했었다. 하지만 계산해 보니 월 2,000불이나 그 이상의 렌트비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모기지를 받을 필요 없이 내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집을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물론 집을 사고팔면서 실제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집값이 떨어지면 곤란하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시장에 집이 많이 나와있고 매매가 활발하지 않다는 소리이니 급하게 팔아야 하는 경우에는 앉아서 몇 만 불씩 공중에 날아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돈이 날아가는 것을 보는 것이 차라리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즉 팔리기만 한다면 다행이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오일 가격 하락 이후에 알버타나 사스카츄완에서 발생했는데 나조차도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집이면 집일수록 손 볼 곳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동네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30~40년 정도 된 집은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캐나다인데 어려서부터 아파트에서만 살아 본 사람들에게 집을 관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뭐 하나 잘못되어 사람을 부르면 출장비로만 200~300불이 들기 때문에 본인이 유튜브를 보고 잘 고쳐나가야 하는데 공구를 하나하나 사야 하는 비용도 무시하시 못한다. 여름에는 잔디도 빨리 자라고 겨울에는 눈도 자주 오니 집에 힘을 쓸 사람이 없다면 골치가 아플 것이다. 또한 집에 힘쓸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쥐나 박쥐와 얼마나 친한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어쨌든 결론은 자기 상황에 맞추어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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