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검사의 하루

이곳에 와서 본 두 번째 면접은 전화 인터뷰였다. 이 또한 2달 전에 Resume를 제출했던 곳인데 연락이 없어 완전히 잊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 와서 아직도 지원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있다라고 말하고 나서 전화 인터뷰 일정을 확정하였다. 사실 이번 회사는 지금 살고 있는 곳과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당시 에드먼튼에 살고 있었고 전화가 온 회사는 사스카추완의 리자이나에 있었다) 우선 전화 인터뷰를 통하여 내가 일에 적합한 지를 보는 것으로 보였다.

 

간단한 전화 인터뷰 말고 이렇게 본격적인 전화 인터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였다. 그래도 이것 바로 전에 Joffre까지 머나먼 길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때처럼 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전화로 물어 보겠다던 'Nature of inspection'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냥 비슷한 것을 물어보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1월 22일 오후 길고 긴 전화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이곳은 처음 질문부터 매우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냐면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전화를 끝내고 정리한 질문 수만 16개 정도 되는데 대략 이렇다.

 

- Visual Inspection의 3가지 Type을 말하라

- Pressure Vessel을 검사하다가 1 square foot 정도의 면적이 Maximum Allowable Thickness 이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떻게 하겠느냐?

- 조그만 시골 동네의 병원에서 Boiler를 검사하다가 문제를 발견했다. 어떻게 하겠느냐?

 

이런 식의 질문의 연속해서 이어지는데, 내가 하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화를 하는 내내 제발 끝나라 제발 끝나라만 속으로 빌었다. 폭풍 같은 1시간이 지나가고 나는 '그래... 이렇게 못했으니 그냥 마음을 비우자'라고 생각했다.

 

질문 후 Relocation이 가능하냐, 시급은 얼마인데 가능하느냐, Reference 3명을 빠른 시일 안에 보내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 OK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또 주변에서 하는 말로는 여기 분위기가 인터뷰가 길고, 월급 이야기도 하고, Reference까지 요구한 것을 보면 아예 가망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참 이곳 시스템은 아직까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곳도 Reference를 제출하고 기다리다 한 번 연락을 해봤다. HR 담당자가 지난주 금요일까지 자리를 비운다는 자동 메시지가 들렸다. 내일 일어나면 다시 전화를 해봐야겠다.

 

이 나라에서 내가 최종적으로 정착할 곳은 어디가 될지 참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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